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교사가 기능직입니까? (퍼온글)

논설위원 조회수 : 638
작성일 : 2008-01-31 02:14:31
교사가 기능직입니까?"  
[박상주의 단소리쓴소리]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님께

2008년 01월 30일 (수) 16:48:17 박상주 논설위원 (  media@mediatoday.co.kr)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지난 2002년 2월 위원장님께서 숙명여대 총장 3연임에 성공하셨을 즈음 청파동 캠퍼스에서 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총장실로 들어섰더니 위원장님은  막 점심식사를 끝낸 뒤 빈 그릇들을 치우고 계셨지요. 밀린 학교일을 하시느라 총장실로 식사를 배달시켜 드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열정 때문에 숙명여대 총장을 네 번이나 연임하셨고, 인수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셨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많이 망설였습니다. 이런 글을 총장님께 드려야 하나…. 그래도 제 귀에 들려오는 세상의 아우성을 전해드리는 게 옳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인수위에서 내놓는 영어교육 강화방안은 대한민국 50만 교원에 대한 모독입니다. 영어 잘하는 주부를 교사로 채용한다고요? 모든 학과 수업을 영어로 한다고요? 영어 잘하는 사람은 군대를 안 가도 된다고요? 인수위 발(發)로 쏟아진 최근 영어교육 관련 기사들의 내용입니다. 물론 일부 보도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을 했지만 인수위 영어교육 강화방안의 골자는 '영어의, 영어에 의한, 영어를 위한 교육'을 지향하는 듯합니다. 이른바 '영어몰입교육' 이지요
위원장님께 묻겠습니다. 교사가 기능직입니까? 영어만 잘하면 영어교사를 할 수 있고, 수학만 잘한다고 수학교사가 될 수 있는 겁니까? 국어만 잘하면 국어교사 할 수 있나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초·중·고교에 총 2만3000명(초등 1만 명, 중·고교 1만3000명)이 투입되는 영어전용교사(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는 정규 교사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정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교육대와 사범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한정되던 영어 교직의 문이 열리는 것이지요. 현재 초·중·고교의 영어교사는 총 3만3162명(초등 교과전담 6855명, 중학교 1만1606명, 고교 1만4701명)으로 인수위의 계획대로라면 정규 영어교사의 69.4%에 해당하는 영어전용교사가 학교에 배치되는 셈입니다. 영어전용교사는 국내외 영어교육과정 (TESOL 등) 이수자, 영어권 국가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전직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 같은 전문직 중에서 선발한다는 내용이더군요.

위원장님, 지금 교단에 서 있는 교사들은 교단에 서기 위해 여러 학문들을 두루 공부한 분들입니다. 교육심리학, 교육사회학, 교육행정학, 교육인류학, 교육철학, 교육사, 교육평가, 교육과정, 교육공학…. 또한 전공에 따라 국어교육학, 수학교육학, 영어교육학, 사회교육학, 역사교육학 등을 공부해야 하지요. 교사란 우수마발(牛溲馬勃)이나 장삼이사(張三李四) 등 너나없이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닙니다.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는 물론 교육자 고유의 자질을 갖추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직업입니다. 영어만 잘하면 교사로 채용한다는 인수위의 발표를 보고 50만 교원들이 받았을 상처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셨습니까? 이는 마치 여의도 주변 정치권을 얼쩡거리는 인사들이 정치를 잘 안다고 해서 정치학과 교수를 할 수 있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럴 경우 위원장님처럼 높은 학식을 지니신 정치학 박사들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화가 나겠습니까.


위원장님, 교사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은 세상이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품고 묵묵히 사도(師道)의 길을 가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신성한 교단에 자질을 갖추지 않은 기술자들을 마구잡이로 올라가게 허용하는 정책은 교사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트리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나라 교육이 제대로 될까요? 물론 국제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어 잘하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렇더라도 요즘 인수위의 정책들을 보면 '본말전도(本末顚倒)'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위원장님, 기능만을 강조하는 국가의 교육이 과연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생각한 것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국사(國事)에 바쁘시더라도 건강에도 유의하십시오.

IP : 220.94.xxx.15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흠...
    '08.1.31 2:40 AM (121.180.xxx.118)

    교육이란게 어느하나 잘한다고 교육자가 될수있다면 그길을 가기위해 노력했던 분들의 노력은 무색해질것으로 봅니다~원글님의 글을 읽고 잠시 생각해보니...정말 교육이란게 한가지만 잘한다고 교육자가 되는건 아니라고 봅니다~지금 교단에 계신분들도 때로는 많은 질책을 받는 분들도 많은데 하물며 한가지 잘해서 영어만?그건 아니라고 생각이 되네요...아이들은 선생님의 여러면을 보고 자랍니다~부모아닌 부모인거죠...글구 세계화에 발맞추는것도 좋지만 지금 아이들이 공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줄 아시나요...수많은 교육정책이 바뀌면서 거기 적응할만하면 또 바뀌고...의욕만 앞서가는 정책은 아니라고 봅니다~사교육비가 지금도 얼마나 많이 드는데...에구...어린아이를 두고 있는 나지만 앞으로가 참으로 걱정이네요...ㅠㅠ

  • 2. 마인드
    '08.1.31 4:09 AM (67.85.xxx.211)

    2MB나 인수위나 교육의 백년대계 같은 걸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늘 기사에 보니까, 이경숙씨가 말하기를
    이 영어교육 강화정책은 제2의 청계천이라고 했더군요.
    청계천이 지금 뒤로 얼마나 많은 돈이 들고 있으며
    엉망인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 3. 실적
    '08.1.31 4:28 AM (121.186.xxx.212)

    올리기에 급급한........
    자기들 임기하는 동안 뭐라도 하나 해보겠다는..
    장기적으로 봐야지 진짜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네요.

  • 4. 휴~
    '08.1.31 4:50 AM (118.44.xxx.93)

    교사들 자질을 운운하며 평가해야 한다고 하더니...이렇게 교사 뽑아놓고 나중에 또 평가하는 건 또 뭔지....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교사들 제대로 뽑기나 할 것이지.
    또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결국 조기유학파 자녀들, 유학다녀온 사람들, 숙대tesol 과정 밟은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서민을 위한...거 맞는지 과연...

    영어잘한다고 교사하면, 공대나와서 수학,과학 잘하면 또 교사. 노래잘부르면 교사...끝이 없겠네요. 헌데...영어가 뭐라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4323 평택 명탐정 베이커리!!! 10 베이커리 2008/01/31 969
374322 요새 참 우울합니다. 3 냐앙 2008/01/31 556
374321 케이넥스 잘활용하나요..? 1 케이넥스 2008/01/31 140
374320 여자들 코 밑 콧수염 어떻게 없애나요? 8 2008/01/31 1,267
374319 오늘 기차타고 천안내려가고 싶은데, 근처에 둘러볼 곳이 어디일까요? 4 천안 2008/01/31 274
374318 남편이 감기증상등 아프면 고*이 그렇게 아프다던데(내과,비뇨기과?) 3 왜 거기가 .. 2008/01/31 393
374317 보티첼리 행사 다녀오신 분들 질문요 7 보티 2008/01/31 961
374316 인생선배님께 조언 구합니다... 넘 나무라지만 마시구요... 15 무뉘만 엄마.. 2008/01/31 1,555
374315 양양 쏠비치 가보신 분 계세요? 11 임신24주 2008/01/31 1,049
374314 오늘 그래도 좋아 어떻게 되었나요??? 3 궁금궁금 2008/01/31 427
374313 영어 듣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8 알려주세요 2008/01/31 1,036
374312 국화차 얼마나 두고 먹어도 되나요? 2 국화차 2008/01/31 268
374311 그녀들의 커뮤니티 2 18 재미로 2008/01/31 1,798
374310 아기 이제 돌인데 매실즙 먹여도 되나요 5 아기 2008/01/31 437
374309 마트에 가서 '오렌지' 달라고 하면 안 됩니다. 24 영어 2008/01/31 4,851
374308 교사가 기능직입니까? (퍼온글) 4 논설위원 2008/01/31 638
374307 대학병원 치과는 어디가 잘하나요?(꼭 답글좀...) 10 치아가 넘 .. 2008/01/31 3,905
374306 영어학원 강사지만 이건 아니죠 6 2008/01/31 865
374305 글이 없어진건가요? 출산한달 2008/01/31 132
374304 오븐을 새로 구입하고 싶은데 선택의 어려움~~ 6 도와주셔요... 2008/01/31 539
374303 포인트가 300점 훌쩍 넘었는데... 3 level .. 2008/01/31 313
374302 보험중 중복되는 항목이 있으면.... 4 보험궁금 2008/01/31 254
374301 빚좋은 개살구, 생활비때문에 우울해요...ㅠ.ㅠ 17 이런 2008/01/31 4,081
374300 버려야 산다는 내용의 책제목 10 책이름 2008/01/31 1,016
374299 cma통장의 돈은 원금보장되나요? 10 .. 2008/01/31 1,094
374298 화장대커버, 냉장고 덮개등등 패브릭으로 집 꾸밀때 청소는? 3 청소 2008/01/31 491
374297 비용이.. 2 궁금해요. 2008/01/31 319
374296 2가지 질문요.. 1 식판과 밧드.. 2008/01/31 114
374295 <대기중--;;> 벽그림 좀 추천해 주세요~~ 4 유아용 2008/01/30 344
374294 건강보험료 산정과 재산세(보유세) 는 관계가 있나요? 3 유진맘 2008/01/30 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