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사랑스러운 그녀.

콩쥐엄마 조회수 : 999
작성일 : 2008-01-25 12:26:10
사십초반.
스물세살의 예쁜 딸아이가 있다.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겪어보지 않은
철없는 내가 어쩌다 거저 얻은 보물.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4시 40분 아이 방문이 열리는 소리.
일어나기 싫어서 꼼지락거리다가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아이는, 아무리 바빠도, 씻기조차 싫은 새벽에도
혹은 늦잠을 잤더라도 속옷을 들고 욕실에 들어가
30분을 천천히 씻고 나온다.
그동안 쉼없이 물소리는 쏴-쏴- 보일러는 부리나게 돌아가며
아이의 온도를 맞춰주고 있다.

오늘아침은 떡만두국을 끓이고 김치조금. 고기 볶은거 조금..
아이는 씻고나와 머리를 말리고 식탁으로 와 앉았다.
천천히.. 떡국하나하나, 만두를 조금씩.
국물에 마치 소금쟁이 한마리가 낮게 헤엄치듯 조금씩 국물을 홀짝인다..
김치도 아주 작은것만. 고기볶은건 아예 손도대지 않았다..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쉼없이. 느리게 식사가 끝난다.
마치, 안먹을듯 간간이 이어지는 손동작.
애 아빠는 "안먹을 같으면서 다 먹는 아이"라고 놀린다.

백옥같은 하얀 피부에
늘씬한 키와 몸매. 부럽게도 풍만한 가슴까지 지닌 아이.
살짝 웃어주면 온 세상이 다 사르르 다 녹아버릴것 같은 아이.

옷을 갈아입고 현관에 앉아 운동화 끈을 천천히 리본으로 묶어매고
뒤돌아서더니 코트 뒤 리본이 예쁘냐고 묻는다.

천상 여자. 내딸.

아이가 여섯시. 집을 나섰다.
일어나서 목욕하고 밥먹고 챙기고... 옆에서 지켜보는 이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저래서 언제 다 하고 나갈까 싶은게.
하지만 아이는 시간을 딱 맞춰 집을 나선다.

오후타임까지 알바를 하고,
운전학원에 갈것이다. 1종 필기시험 어제 합격.
컷트라인이 80점인줄 알고 공부많이 했는데... 하며 웃었다.
70점만 넘으면 되는거 시험장에서 알았댄다.
언덕에서 자꾸 시동이 꺼진다는 아이.

알바를 끝내고, 운전학원까지 다녀오면 밤 아홉시가 된다.
바쁘고 알차게. 거기다 자신을 잘 다스리며 생활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내 딸.

오늘 아침엔.. 이런저런 생각으로 참 행복했다.
열심히 산다는것.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것. 나는 그녀를 통해서 예쁘게 사는게 뭔지를 배운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부끄럽지 않게^^
IP : 211.33.xxx.14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1.25 12:48 PM (142.166.xxx.88)

    읽고 나서 한참 가슴이 뭉클했네요

    항상 행복하세요

  • 2. ^^
    '08.1.25 12:51 PM (121.88.xxx.155)

    이런 혜안과 맘을 가지신 콩쥐 모친도 아름다우십니다.
    팥쥐를 낳으셨어도 그 팥쥐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녀'로 키우셨을것 같습니다.
    행복하세요.....^^

  • 3. 행복
    '08.1.25 1:12 PM (210.98.xxx.134)

    저도 따님 보다도 엄마의 인자하시고 살갑고, 따스한 성품이 느껴지네요.
    그렇게 어떤 모습도 긍정적으로 사랑스럽게 봐주시는 넉넉한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요.
    이런 엄마의 딸이라면 당연히 엄마의 모습이 나오겠지요.

    늘 행복하세요

  • 4. oegzzang
    '08.1.26 2:27 AM (222.108.xxx.136)

    동화같은 그림이 그려지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3153 사랑하지 않은 남편과 살고 있어요 22 답답 2008/01/25 4,782
373152 런닝머신을 팔고 싶은데 4 매매 2008/01/25 396
373151 제눈이 이상한것 같아요. 7 날파리 2008/01/25 604
373150 예비중학생 이사로 중학교 배정을 받아야하는데요 2 예비중학생 2008/01/25 218
373149 초코렛 전사지 어디서 파나요? 1 스윗 2008/01/25 425
373148 ㅎㅎㅎ 용꿈꿨어요! 11 ... 2008/01/25 622
373147 시부모 안계신 경우 명절에 형님댁에 며칠 이나 머무세요? 17 .. 2008/01/25 1,255
373146 이거 누가 인수위를 인수해버리라고 하던가 해야지 6 우리집하드 .. 2008/01/25 448
373145 루이비통 골라주세요 2 ^^ 2008/01/25 770
373144 베이비시터 관련 3 엄마 2008/01/25 323
373143 붙박이장이나 책꽂이등 맞춤가구 잘 하는곳 아시는분 1 궁금 2008/01/25 284
373142 글씨색이 안변해요 1 포토샵 2008/01/25 79
373141 사랑스러운 그녀. 4 콩쥐엄마 2008/01/25 999
373140 아파트 뒷배란다 곰팡이 창문을 쬐금 열어들 놓으세요 3 쏘냐 2008/01/25 786
373139 5만원 절약하고 싶으신 매가패스사용자만 읽어보세요 26 절약 2008/01/25 1,672
373138 우리 공무원에게 영혼을 가지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1 퍼옴 2008/01/25 470
373137 넥타이 브랜드만 골라주세요~ 2 .. 2008/01/25 249
373136 한샘 키큰장 설치시 소음 큰가요? 4 주말저녁인데.. 2008/01/25 284
373135 명동 롯데 근처에 괜찮은 음식점과 분위기 있는 생맥주집 부탁드립니다. 7 모임 2008/01/25 634
373134 전세집 바닥에 습기가 차는데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2 전세집 바닥.. 2008/01/25 466
373133 덧방하신분들 어떠신지요? 7 지겨운고민중.. 2008/01/25 638
373132 김치냉장고에 보관한 과일이 톡쏴요!!! 2 궁금합니다... 2008/01/25 406
373131 나만의 다이어트 비법 공개해 주셔요. 12 뱃살공주 2008/01/25 1,380
373130 며칠전에 텝스에 대한 답글중에서.. 4 텝텝텝텝 2008/01/25 502
373129 명절이 두려워요 1 저도 2008/01/25 281
373128 한글이 안써져요 -.- ;;;;; 2 컴.. 속썩.. 2008/01/25 153
373127 부대찌개세트 3 알고파 2008/01/25 478
373126 잘때 풀르고 주무시나요? 26 편한가? 2008/01/25 2,771
373125 잠원동쪽에 도서 빌려 볼 만한 곳 있나여? 8 2008/01/25 261
373124 냉동 연어로 초밥 해 먹어도 되나요? 5 연어 2008/01/25 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