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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권태기구나...

권태기 조회수 : 2,710
작성일 : 2007-12-30 00:53:03
2002년 1월에 결혼식을 했으니, 곧 만 6년이 됩니다.
선후배로 안지 3년, 그리고 애인으로 3년, 거기다 결혼 6년이니...12년을 안 사이지요.

권태기라고 확실하게 인정하게 되기까지..나는 그가 분명 나에게 최고의 남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근데..아주 조금..꼭 그렇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고...

이번 크리스마스는 가장 우울한 크리스마스였네요.

크리스마스이브..별로 외출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그.. 특이하게도 기독교신자도 아닌데 크리스마스를 왜 챙기냐는 그...

많이 짜증이 났지만, 이브는 그냥 저냥..지나갔습니다. 그의 협조로 백화점을 1시간 휙 돌기만 했구요.

그게 화근이었나, 크리스마스날부터 본격적으로 감기가 시작된 그...

근데 나는 그런 그가 전혀 딱하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않고 왜..그는 철마다 감기를 빠지지 않고 꼭 걸려야하는지.. 그게 더 짜증스럽더군요.

그는..그런 내가..감기에 걸린 자기가 불쌍하지도 않냐고 했고... 저는 그냥 대충 둘러댔구요.

근데 제 가슴이 마치 쇠로된 것처럼 차갑게..느껴졌습니다. 그런 사람 있지요? 아무리 다른 사람이 고통을 당해도

아무렇지않게 느끼는 사람.. 마치 제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이 느껴졌어요.

밤 10시가 넘었는데... 감기에 걸린 그에게 담날 쇠고기 무국을 끓여주겠다는 핑계로.. 밤 10시 반쯤 마트를 향해 나섰습니다. 아이랑 거실에 있다가..주섬주섬 제 옷을 입기 시작했죠. 아이는 밖에 나가는 줄 알고 좋아했구요.

그는 이미 잠들어있었구요..3살짜리 아이는 저와 거실에 있었는데... 저는 그냥 갑자기 옷을 입고 현관문을 툭..닫았습니다. 아이를 그냥 거실에 둔채로...그냥..덩그러니 놔두고.

아이는 당연히 놀랬겠죠.. 엄마 엄마를 연신 불러대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엘리베이터너머로 들리더군요.

왜일까.. 남편이 미우면.. 왜 아이까지 미워지지요.

그 밤에 아이를 눈앞에 그냥 두고 나온건..분명히 아이를 괴롭히기위해서였죠.

집에 12시 넘어 와보니...아이는 남편옆에 잠들어있더군요. 아마 울다가 아빠에게 뛰어들었나봅니다.

감기걸린 아빠와 마주보며 잠을 자서인지.. 곧바로 아이까지 감기에 걸렸죠.

그후.. 아이는 열은 내렸고 간간히 기침만 할뿐, 잘놀고..괜찮아졌지만, 남편은 여태 기침이 심합니다.

참.. 징그럽게도 병원에도 안갑니다. 감기는 치료가 없고 대증요법이다... 이걸 누가 모르나요?

누구는 멍청해서..감기걸리면 병원가나요?

원래 체질이 튼튼하지 않아서 철마다 감기걸리고...감기걸리면 오래가는거 뻔히 알면서..

또한 직업이 학원강사인데 이제 겨울방학 개강해서..강의시간 많은거 뻔히 알면서.. 이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내내 우울했고...좀 나아지는듯하더니..오늘 또 우울함이 도지네요.

남편이 막..밉고 그런건 아닌데, 아이가 좀 제 신경을 거슬리면..아이를 괴롭히고 싶어집니다.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데요... 다른 문제까지 겹치면..정말 힘들어지겠구나.

우울증으로 자살할 수도 있겠구나...

남편도 보니..제 상태와 별반 다른거 없는거 같아요.

우리 둘다..말에 약간씩 가시가 돋힌듯하고..그래도 억지 웃음을 지으려고 노력을 하는 것도 같고...

남편은, 자기 말마따나 수양이 잘되어서인지..좀처럼 화를 안냅니다.

근데 저는 정말 걸핏하면 짜증잘내고 버럭..잘하지요.

그리고..저는 남편한테 말도 좀 함부로 하네요. 한번은...잠을 자는데 남편이 저에게 말을 걸었고..저는 갑자기

남편에게 "조용히 해" 그래버렸어요. 순간 조용해지며 분위기 싸해졌죠. 저는 금방 후회했는데..제가 자꾸 이런 말실수를 저지릅니다.

이런다고 바보같이 우리가 외도를 저지르거나..그러지 않을것은 잘 압니다.

이성적으로 컨트롤이 잘 되는 편이라...

그러나, 이제 우리 부부사이에는 자식과 돈 밖에는 없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드네요.

자게를 검색해보니...제가 권태기인게 맞는것 같네요.

어느분 말씀처럼 속썩이는 사람, 아픈사람이 없어서...호강에 초쳐서 이런 마음이 드나, 그렇게도 생각되지만...

이것도 눈물나는, 힘든 일이네요.

이번 기회에 살도 빼고 머리도 하고...아예 남편이 없는 양, 그렇게 생각하고 나만 즐겁게 지낼까요...

근데 인터넷몰에서 내 옷은 사면서..죽어라고 남편 옷은 사기 싫으네요.

올해 초까지만해도 열심히 남편 옷 사들였었는데...

IP : 116.39.xxx.15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코스코
    '07.12.30 1:33 AM (222.106.xxx.83)

    에효~
    저랑 남편이랑은 결혼전 4년을 사귀었고 지금 결혼한지 20년이 넘었답니다
    그런데도 가끔씩 너무너무 보기도 싫을정도로 미울때가 있어요
    피한방울 안섞인 남남이 결혼반지 하나로 같이 붙어서 평생을 살자고 약속했는데 어떻게 문제가 없을수 있을까요
    남편과의 관게는 저의숨이 넘어가는날까지 노력해야하는거 같아요
    도를 닦듯이 나 자신을 가다듬고 두사람의 사이를 맞춰가면서 ...
    가끔은 미운놈 떡하나 더준다는 말을 되뇌이며 남편이 미울때 더 잘해줄려고 노력한답니다... -_-;;
    그래도 가끔씩은 내 마음 시키러 혼자서 뛰처나가곤 해요
    갈곳도 없어서 찜질방도 가고, 새벽 4시에 하나로로 장도 보러가고, 그냥 내 차를 타고 기름 떨어질때까지 아무곳이나 가기도 하고요...
    그게 전부다 다른 가족들에게 화풀이(?) 하지 않는 저만의 방법이랍니다
    아무리 남편이 보기싫어도 아이들에게 상처주는일 하지 않을려고요...

    원글님 마음 100000000 % 이해가 가요

  • 2. ....
    '07.12.30 11:24 AM (61.34.xxx.19)

    우선 같은 시기에 결혼해서 반가운 맘에 로그인합니다. 저도 2002년 1월에 했네요.
    근데 저도 권태기 느낌은 있는데 워낙 우리부부는 싸우지 않고 무덤덤 살아서 그런지 특별히 권태기란 느낌은 안 드네요.

    제가 가장 드리고 싶은 말은 부부간의 문제를 아이한테 풀지 마셨으면 합니다. 아이가 상처를 많이 받아요. 애가 울다가 지쳐 아빠 옆에 누워 자더란 소리 제가 맘이 많이 아프네요.
    그리고 남편이 싫을땐 남편과 얼굴 마주하는 시간을 줄여 보심이 어떨지...
    또 한가지는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고 빠질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아 보세요. 그러다 보면 남편한테 좀 무심해 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지내다 보면 세월이 또 흐르니 마음의 변화가 올 거구요.

    저도 잘 못하지만 우선 님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는 방법을 먼저 찾아 보심이 좋을것 같네요.

  • 3. 저도...
    '07.12.30 12:47 PM (116.121.xxx.177)

    내가 요즘 아이에게 화풀이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조절이 안됩니다.
    순간적으로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놓고 뒤돌아서면 금방 후회하지요.
    나에게 대들지도 못하는 저 작은 아이는 지금 얼마나 괴로울까...
    제 마음속에서만 고민하며 힘들어하던 문제인데 원글님은 용기있게 써주셨네요.
    글을 읽으며 내 아이들을 쳐다보니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짠해집니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의 화를 아이들에게 드러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 4. .....
    '07.12.30 9:06 PM (218.209.xxx.159)

    권태기고 남편에게 무감각해져도 내아이에게는 그러면 안될것 같습니다.

  • 5. 마치..
    '07.12.30 10:13 PM (58.103.xxx.194)

    제 얘기를 님이 써놓으신 것 같군요. 딸아이도 3살이고 저도 2002년에 결혼해서 올해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지금 남편이 너무 미워 터질 지경이죠. 남편을 포기하고 살라는 주위 선배 주부님들의 충고.. 저는 달갑지 않고 아이 사정이 딱하다고 동정어린 시선으로 내 새끼 보는 것도 싫어 어느 누구와도 내 사정 터놓고 말하기 않게되더군요.
    너무 좋아서 결혼하고 내 남편은 다를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뻔한 스토리(?)대로 되어가니 인생이 허무할 뿐이네요. 특히 내 스스로 인생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정말 화가 나요. 직장일이 너무 많아 퇴근이 너무 늦고, 남편은 결혼생활이 5년이 넘으니 아내를 여자로 안보고 그저 아이 키우는 유모쯤으로 보는게 화가 나고 제 자신도 이젠 정말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합니다.

  • 6. 원글이
    '07.12.30 10:39 PM (116.39.xxx.156)

    글을 썼던날 밤..소파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는 바닥에서 재우기에..그 옆에서 잤구요. 오늘 아침..남편이 제 말을 받아치는데..가시가 느껴져서 남편도 저와 같은 생각이라고 느껴지더군요. 어쩌다 욕실에서 양치를 하는데, 아이가 자꾸 옆에서 걸리적거려서..제가 'xx땜에 요즘 되는일이 없어.' 그랬더니..

    남편왈: 원래 그랬잖아.

    그래서 제가 치약으로 남편 머리를 가볍게 톡치며..그런말 하지 마..라고 했고,

    남편왈: 이런 말도 안하는 부부 많아.

    그러자 제가..그래도 그런말은 하면 안돼.. 하고 욕실을 나와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주방에서 설겆이를 시작했죠. 남편은 제 낌새가 좀 이상한지..옆구리를 툭툭치며 제 눈치를 보더군요. 근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데요. 제가 울면서..남편에게 그랬습니다.

    "왜 나를 미워해?"

    남편은..제 반응이 뜻밖이라는 듯..왜그러냐며..황당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계속 울었습니다.

    사실..전날 밤, 소파에서 혼자 울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를 구해줄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고. 남편에게..나좀 구해줘..라고 말하고 싶다고.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속이 좀 풀리더군요.

    근데 남편은.. 그후..저에게 왜 그러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두달 전에도..밤에 갑자기 큰 소리로 엉엉 운적이 있거든요.

    오늘 오후에 친정에 아이를 데리고 다녀왔습니다. 다녀오니..좀 기분이 풀리네요.

    사실, 크리스마스때부터, 심하게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외로워서 권태를 느낀건지..그래서 우울한건지, 우울해서 외로워졌고 권태가 온건지.. 그 순서는 모르겠습니다.

    근데, 서로 따로 떨어진건 아닌거 같네요. 어제 밤인가.. 아이를 재우기위해 거실에서 업고 왔다갔다하는데... 결혼을 않고 혼자 살아도 다를거 없겠다... 나는 더이상 사는 낙이 없다... 하여튼 여러가지 우울증환자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 문제 없는 남편, 아무 문제 없는 아내.. 아무 문제 없는 가정...

    죽고 못살고 결혼해도 권태는 오는 것 같아, 우리처럼 친구와 같은 사이로 결혼해도 권태는 오는 것 같고...

    그저 이 시기를 잘 넘기는게 최고겠지요. 언젠가, 나의 문제를 남편에게 털어놓을 생각입니다. 남편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을 때에...

  • 7. 결혼 5년차예요.
    '07.12.30 11:15 PM (58.233.xxx.183)

    위로나 조언은 드릴게 없네요.
    오히려 원글님 글을 읽으며 어떤 부분은 요즘 제 마음과 비슷해 공감도 하고..
    어떤 부분은 숨기고 싶던 마음을 들킨거 같아 뜨끔합니다.
    저도 아이와 둘만 있을때는 아이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더 못해주는게 안쓰럽기만 한데..
    미운 남편과 함께 있을때면 그런 마음이 들어요.
    그걸 그저 남편에 대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으니 그게 아니었네요.
    남편이 미우니 아이도 미워진다.. 정말 가슴이 철렁해요.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다니.
    저도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지혜롭게 지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치만 말씀대로 이 시기를 잘 넘어가면 진짜 부부로서 이해하며 살 수 있겠죠.

  • 8. ...
    '07.12.31 12:08 AM (116.122.xxx.148)

    5년지나 6년차되면 다들 이럴까요...
    아파도 병원 안가는 게 보기 싫다는 게 제 얘기 같네요.
    요즘 같아서는 그냥 안보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 저 혼자 그냥 무섭습니다. 꼬박꼬박 갖다주는 돈만 좀 아쉬울 뿐이고 가까이 있으면 이것저것 챙겨줘야 할 것들이 귀찮기만 합니다. 아이도 아빠가 있으나 없으나 생활에 큰 변화 없을 것 같고...
    이렇게 느끼는 제가 잘못인걸까요...

  • 9. 아기엄마
    '07.12.31 12:39 PM (203.229.xxx.1)

    저도 권태기인가봅니다.
    5년차인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친구들한테 남편자랑 엄청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가족이구나..그런 맘만 있을뿐 내몸 만지는 손길도 싫습니다.
    말하는거 대꾸도 지겹습니다.
    신랑은 자꾸 권태기냐고 묻지만 그렇다곤 차마 말 못하겠고..
    요즘 부쩍 20대 연애했던 남자가 생각납니다. 이러면 안되겠지만..
    그남자가 보고싶다기 보다는 그때 20살 청춘을 같이한 사람이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저도 잘때마다 눈물 흘립니다. 코 자고 있는 아기얼굴을 바라보며..
    우울증인지 권태기인지.. 슬픈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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