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나는 과연 좋은 엄마인가?

엄마라는 존재 조회수 : 806
작성일 : 2007-10-25 12:43:49
오늘 날씨가 추적이니까 저또한 예전의 일들과 어릴적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네요.

요아래 어떤 엄마가 아침을 늦게먹어 딸아이 밥을 씽크대에 버렸다는 글을 읽고

저또한 지금의 한 딸아이의 엄마로서 몇점인가 스스로 평가를 하게 됩니다.

원래 결혼 자체에도 흥미가 없었고 애들은 너무 싫어했거든요.

결혼하신분들 말씀대로 내 새끼니까 정말 이쁘데요..

저같은 경우는 너무나 각별했던 친정엄마가 제 나이 서른셋에 돌아가셨어요.

어려서 너무 가난해서 엄마와의 행복한 추억보다는 가난에 찌든 모습이 더 많이 남지만

전 엄마가 있다는 존재감으로도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때 저희가 동네 구멍가게를 했을때 제가 한 10분정도 가게를 보는데

그사이 도둑이 들어서 저희 가게 금고를 들고 달아났어요.

그때 제 평생 가장 많이 무섭게 엄마한테 맞았습니다.

몽둥이가 뿌려져라 절 때리셨지요..  나중에는 동네분들이 말리실정도로....

그 일이 두고두고 남더라구요..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조금만 더 잘 살았다면

엄마가 딸의 가슴에 그렇게 큰 멍을 주지 않으셨을텐데하고 초연해졌지만..

그래도 제겐 너무 좋은 엄마였어요.  평생 고생만 하시다 사실만 하시니까...돌아가셨지요.

제 딸아이 3살때까지 친정엄마가 다 키우주셨어요..

지방으로 발령이난 남편따라와서 그때부터 제가 육아에 전념하니 정말 엄마되기...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습니다.  딸아이가 5살때까지는 참 힘들었는데

이제 어는덧 훌쩍자라서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네요..

오늘도 유치원 바래다 주면서 둘이 걸으며 아이혼자 들여보낼때 아이 뒷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작던지 저 아이가 과연 내년에 학교라는 세계에서 잘 적응할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저도 아이한테 생각없이 화내고..또 생리전 증후군이 심해서 그 날이 가까워지면

아이한테 소리도 지르고...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

그제서야 정신차리기도 하고 그러네요.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 엄마지요..

하지만 전 정말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요..그래서 정말 제 몸관리하나는

저희 친정엄마 돌아가신 후로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여자나이 마흔은 넘어야 온갖 어려움에 어느정도 맞설 힘이 생긴다 하지요.

엄마가 내 나이 마흔까지만 살아계셨음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저에겐 기댈 친정이 없거든요...언니도 없고...저 혼자 먼 지방을 뚝 떨어져 나오다 보니

무던하고 평소에 잘 해주는 남편이지만 사람사는게 다 똑같듯이

어쩌다 부부싸움이나 남편한테 섭섭해지만 전 딱히 기댈 언덕이 없네요.

그래서 전 7살날 딸아이와 친구처럼 대화를 나눕니다.

눈치가 빤해져서 제가 남편때문에 우울해하는 날이면 딸아이가 먼저 아빠한테 전화걸어서

엄마가 운다고 아빠 사과하라고 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엄마의 존재와는 비교가 안되네요.

엄마라는 존재는 참....내가 어떤 잘못을 해도 항상 내 옆에서 내편이 되어주는 따뜻함인데..

오늘따라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너무도 그립고 보고싶습니다.

돌아가시고 난후 제일 후회된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드린거라서..

저와 제 딸은 하루에도 몇십번씩 뽀뽀하고 사랑한다...그러고 사네요..

하고나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그때는 왜 그리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고 살았는지..

사랑한다는 말이 딸이 해주는 가장 최고의 선물인것을

제 딸이 사랑해 엄마~  하는 말을 듣고서야 깨달은

아직도 많이 모자르고 부족한 엄마네요..저역시..
IP : 59.28.xxx.15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10.25 12:54 PM (147.46.xxx.156)

    글을 읽는 동안 코가 시큰해지네요.
    저도 엄마가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어떨 땐 너무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다 지나고 보면 하나하나 이해가 될 일들인데도..

    전 아이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원글님이 딸하고 친구처럼 지낸다하시니 참 좋게 느껴져요.
    무조건 잘 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지요.
    때론 갈등이 있더라도 잘 해결해가면서 살면 정이 깊어질 거 같아요.

    이렇게 가끔 엄마로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엄마실거라고 믿어요.
    아이와 함께 더불어 건강히 성장해가시는 엄마가 참 좋은 엄마 아닐까요..

  • 2. 에...
    '07.10.25 12:56 PM (202.30.xxx.28)

    제가 그 밥 버렸다는 엄마에요
    이래저래 오늘은 참 우울하고...
    다같이 둘러앉아 붙들고 울어봤음 좋겠네요^^
    (누구랑? 울고싶은 분들이랑)

  • 3. ..
    '07.10.25 1:03 PM (203.251.xxx.103)

    읽으면서 뭉클해지는 게 저도 어린시절 생각이 나서........
    초등1학년 운동회 무용을 해야하는데
    선생님이 집이 잘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라하고
    조금 못산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라고 하더군요
    결국 잘산다고 손든아이는 문방구에서 노란 원피스 나비역활옷을 사는거고
    저처럼 못산다 손든아이들은 토끼역활에 하얀 면티에 타이즈 신는 역활이었어요
    남자애들은 거북이 .....
    집에가서 엄마에게 나비역활 안했다고 무지 혼난 기억이....
    어린 1학년이었는데도 우리집이 부자가 아니란걸 느낌으로 알았던것 같아요
    그거 외에도 잊혀지지 않는 아련한 기억이 많아 1학년인 울딸에게
    행복한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픈데 현실이 그렇지 못할때가 많아요
    반성하고 아이 더 많이 사랑해줘야겠어요
    보고싶다 내딸아..........(학교에서 열심히 뛰어놀고 있겠죠^^)
    엄마들 화이팅 하자구요^^

  • 4. 저도
    '07.10.25 1:07 PM (222.233.xxx.61)

    쓰신글 읽으며..울고 있네요..
    부모란 뭔지..자식은 또 뭔지..참..이래저래 사람구실 제대로 못하며 사는것 같아서
    반성 중입니다..ㅠ.ㅠ
    제 친정 엄마는 살아 계시지만..멀리 떨어져 있으니..일년에 두번 뵙는게 전부인지라..
    원글님 애틋한 맘 이해합니다..

    따님이 참 이쁘게 자라고 있네요..
    부모에 대한 사랑의 표현도 자식에 대한 표현도..다 서투른게..우리들이랍니다
    기운내시고..따뜻한 차 한잔 드시면서..기분 전환 하세요!!

  • 5. ~~
    '07.10.25 1:47 PM (121.147.xxx.142)

    처음부터 배운 적 없어도
    부모노릇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같은 경우
    아이와 함께 조금씩 부모로 성장해가는 거 같더군요~~

    그렇게 못난 부모 노릇하며 깨닫기도하고
    때론 스스로 기특한 생각에 놀라기도하고
    가차없이 매를 들다가
    쓸데없을 정도로 애정을 퍼붓기도 하는
    일관성없음이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도 하지만....

    허나 분명한 것은
    어떤 아이든 언제나 부모의 진심을
    그 이상으로 이해하고
    민망해서 잊고 싶었던 일까지
    돌아가신 후엔 애틋하게 기억한다는 거에요.

    아이와의 관계에 대해
    부모가 늘 생각해보고 반성한다는 것만 알아도
    아이는 더 더 참되게 자라리라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먼 훗날
    훅여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끝에 서 있게 되었을 때
    늘 모자라던 이 엄마의 기억만으로도
    다시 한 번 힘껏 세상을 향해
    도전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

    요즘 제가 늘 마음에 담고 있는 화두랍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0640 트롬이냐 하우젠이냐... 11 세탁기 2007/10/25 644
360639 연봉에 중식비가 포함되어 있나요?? 3 점심값 2007/10/25 624
360638 소스님연락처아시나요? 2 구름빵 2007/10/25 239
360637 6세아이 전래동화 전집 추천해주세요. 6 주연채연맘 2007/10/25 561
360636 가을에 담양 괜찮을까요? 7 참.참.참 2007/10/25 471
360635 초딩 동창이 사법고시 패스했다네요... 4 축하~~ 2007/10/25 1,216
360634 방콕/하노이/홍콩 중 자유여행추천해주세요 4 뒷골목쑤시는.. 2007/10/25 282
360633 이사, 근저당 해제,전입신고, 등등 하루에 다 가능할까요? 3 전세 이사 2007/10/25 332
360632 새벽 두시에 남의 집 창문 밑에서 뭐하는 짓이야 11 놀란 맘 2007/10/25 2,944
360631 엽산~ 가격차이가 너무 나요~ 궁금해요. 5 엽산~ 궁금.. 2007/10/25 895
360630 온풍기 어떨까요? 조언바래요~~ 6 재봉맘 2007/10/25 306
360629 둘째임신시도 또 실패 .. 좌절 .. 4 둘째.. 2007/10/25 567
360628 영화받을수 있는 싸이트는? 5 싸이트 2007/10/25 456
360627 펀드.. 도움주세요.. 18 나두 펀드 2007/10/25 1,742
360626 청호나이스정수기랑 공기청정기보상판매되나요? 1 .. 2007/10/25 155
360625 82 레벨에 관한 궁금증 5 레벨 2007/10/25 227
360624 예단 보낼 때 떡도 같이 보내야 하나요? 11 엄마 2007/10/25 885
360623 이명박 부인 에르메스 백 열개라도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49 대안이 없는.. 2007/10/25 6,931
360622 고구마에 곰팡이가 핀 듯 해요 3 알려주세요 2007/10/25 427
360621 구매대행 사이트로 명품 구매하신 분 계세요?? 4 가방사자 2007/10/25 518
360620 인천남동구풍림아이원근처 찜질방 있나요? 2007/10/25 117
360619 여러분들 절임배추 주문하셨나요? 3 김장 2007/10/25 681
360618 분당에 맛있는 브런치집 알려주세요^^ 2 브런치 2007/10/25 236
360617 조영구씨 프로포즈 24 쩝. 2007/10/25 3,755
360616 내년 3월에 이사가서 어린이집 보내야하는데 지금 저소득 신청해놓아도 될런지요.. 2 어린이집 2007/10/25 277
360615 한번도 아닌 두번이나 잃어버린 교복 6 에효 2007/10/25 734
360614 저~~~아래 김희선씨 가구 가격보고...ㅠㅠㅠ 15 ㅠㅠ 2007/10/25 1,946
360613 나는 과연 좋은 엄마인가? 5 엄마라는 존.. 2007/10/25 806
360612 뤼비통가방을 에브리데이 빽 할 것은 어떤걸까요? 14 가방 2007/10/25 1,335
360611 어제 미용실 갔다가, 정수리가 훤하다고..-.- 3 탈모 2007/10/25 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