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노트
그는 열아홉 살이었을 때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가 생존해 있을 때 그는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기고하던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곤 했다. 아버지가 쓴 글을 타이프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료정리, 청소까지 도맡아 했다. 그렇게 자주 아버지의 서재를 들락거리다 보니 어디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가부터 아버지의 개인노트의 위치까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있곤 했다. 유일하게 밤 시간만큼은 그가 서재에 들어가지 못하는 때였다. 그는 가끔 새벽까지 환히 밝혀져 있는 서재를 보며 도대체 아버지가 뭘 하고 계시는지 궁금했다.
그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서재를 둘러보았다. 그는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상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버지는 이 책상에 앉아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그는 책상서랍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서랍 깊숙한 곳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노트 한 권이 들어 있었다. 그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첫 장을 열었을 때 아버지가 즐겨 쓰던 초록색 잉크가 눈에 들어왔다.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애써 참고 다음 장을 넘겼다.
거기에는 어머니의 이름과 가족들의 이름, 그리고 친숙한 이웃과 친구들의 이름이 차례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다음 장부터는 낯선 이름들 뿐이었다. 그는 노트를 들고 어머니에게로 갔다.
“이 노트가 어떤 것인지 아세요?”
공책을 건네 받은 어머니는 공책을 한 장 한 장 열어 보이며 말했다.
“이것은 네 아버지의 기도 노트란다. 매일 밤 한 사람씩 이름을 짚어가며 조용히 기도를 올리셨단다.”
그제서야 모든 것을 알게된 그는 낯선 이름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또 누구죠?”
“그들은 아버지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란다.”
* 사람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그 사람은 그토록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추종자로 만들 수 있었을까? 세상에는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이들보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훌륭한 지도자는 친한 사람들에 집착하기보다 적대적이거나 낯선 사람들까지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줄 안다. 그 방법은 오직 하나다.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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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아버지의 노트
창문 조회수 : 475
작성일 : 2007-10-04 16:27:34
IP : 58.78.xxx.22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7.10.20 3:21 PM (121.163.xxx.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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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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