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중입니다..'우리 별거하자'해서 한 게 아니라 사실 애 아빠가 2005년 12월에 집을 나가 지금껏 안 들어왔죠(이전에 여기 한번 그 사연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애 생일이고 뭐고 전화 한번 없어서 제가 '우리 이혼하자' 하니까 별 고민없이 그러자더라구요. 그래서 애가 있으니 그냥 서류상으로라도 아빠가 있는 게 나은가 어쩐가 해서 아직 서류정리만 미룬 상태입니다.
그러고 있는데 올 2월에 살고있던 월세집이 계약만기가 되었어요. 시어머니는 '들어와서 살라'시더군요. 근데 시댁이 그냥 보통 집이 아니라 절입니다. 그리 크진 않지만 사람들이 좀 많이 들락날락하지요.
게다가 재를 많이 올리는 절인지라 규모에 비해 할 일이 많습니다. 자주 가는 편도 아닌데 갈 때마다 "너 마침 잘 왔구나, 재 준비하자"하시니까요. 부처님오신날 같은 행사가 있는 날이면 새벽에 나가 저녁 8시나 되어야 겨우 엉덩이를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바쁩니다.
근데.. 사실 일하는 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시댁이 절집이라는 걸 모르고 한 결혼도 아니고, 그것쯤 못하겠습니까. 시어머니는 매일 하시는 일인데요. 제가 견딜 수 없는 건 남편이 백수라는 거예요. 나이가 사십 중반인데 자기 밥벌이를 못하고 있습니다. 집안 살림은 이제까지 제가 벌어서 먹고 살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계약 만기가 다 되어 오니 들어와서 살라고 하시더군요. 남편과는 오만정이 다 떨어졌는데 들어가서 공양주 노릇(공양주 보살님이 안 계십니다)까지 해야 한다??? 회사 다녀오면 온몸이 파김치가 다 되어서 하나 있는 애랑 놀아주는 것도 겨우겨우 하는데... 말씀이야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지만 사람 몸이 그런가요? 할머니 보살님들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시는데 눈앞에서 그걸 보며 에라 난 피곤하니까 하며 냅다 누울 수 있는 성격이 못되거든요.
양심을 걸고 하는 말이지만, 정말로 남편이 번듯한, 아니 번듯하지 않더라도 직장이 있는 사람이라면(절 사무장 이런 것 말고요) 당당히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내 어머니 내가 모시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느냐'고 말하면서요. 근데 자기 밥벌이도 못하는 아들내미와 하나 있는 애 교육시킨다고 회사다니며 낑낑대는 며느리를 오갈 데가 없어지니 그 드나드는 사람 많고 보는 눈 많은 절간에 들이고 싶은지... 시어머니 속을 정말 모르겠습니다. 당시에 저는 정말 창피해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게다가 남편과는 헤어지자는 말도 한 마당에 왜 들어가서 사나 싶어서 시어머니께 '애 아버지도 저러고 있고(시골에 틀어박혀 집에 안 들어오는 상태라는 건 시댁서도 잘 압니다)전 못 들어간다'고 못박고 친정으로 들어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절에 다니던 신도에게 전활 받았는데-왜 부처님오신날 안 왔느냐는 얘길 하며-시어머니께서 영정사진을 찍으셨다는군요. 요 1,2년새 많이 늙으셨다나요. 그러면서 몇 가지 얘길 하는데 그 얘길 듣다보니 이러다가 돌아가시는 것 아닌가 싶더라구요. 제가 유난히 죽음에 대한 냄새는 민감해서 어떤 분에 대해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도 그냥 장수하시는 경우를 못 봐서 더욱 그렇네요.... 아무래도 서류 정리 전에 돌아가실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만약 돌아가신다면 아직 서류정리를 하지 않은 법적인 며느리(?)로, 아니면 그냥 며느리의 도리로라도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는 걸까요? 잘해주신 건 없지만, 단순히 그냥 도리만을 따졌을땐 참석을 해야할 것 같긴 한데, 만약 장례식에 참석한다면 어영부영 다시 그 집안에 눌러앉아 백수남편을 거둬먹이고 살게 될 것 같아서요(이 집안 스타일이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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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다면...
별거중 조회수 : 1,129
작성일 : 2007-05-28 13:12:29
IP : 211.226.xxx.13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7.5.28 1:23 PM (203.128.xxx.160)도리상 장례식에 참석만 하고 그 후엔 냉정하게 남편과 연을 끊으시는게 어떨까요?
시어머니도 돌아가셨는데,님이 더이상 해야할 의무는 없다고 봐요.
남편분은 이미 본인의 의무와 도리를 안하셨잖아요.2. @@
'07.5.28 9:33 PM (218.54.xxx.174)윗분님 말씀에 100%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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