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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남편
이력서 쓰고 같은 업종 회사 수시채용 집어넣고 사람들에게 알려라 알려라 노래를 불러도 들은척도 안했죠.
회사 그만두겠다고, 그만두고 싶어 죽겠다고, 밤마다 회사욕을 하면서, 오퍼가 들어오지 않는 본인을 탓하면서도, 이력서는 쓰지 않았어요.
6개월인가 더 기다리다, 닥달해서 이력서 써랏! 했더니
'몇줄 더 추가하면 되지' 하고 보여준 몇년전에 작성해둔 이력서는
도저히 뽑는 사람 입장에서 뽑고 싶은 이력서가 아니라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안된다 이렇게 이렇게 써라.. 라고 얘기해도 또 수정할 생각도 안하더군요.
1월에 너무 답답해서, 제가 붙잡고 스타벅스에 앉아서.. (집에서 쓰면 또 쇼파앞에서 뒹굴기만 할까봐.)
4시간에 걸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줬습니다.
남편은 '우리 와이프 최고 최고!'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그날 계속 물고 빨고 안하던 짓을 하더군요.
(원래 1달에 2번 하는 부부관계거든요. 남편왈 자기는 성욕이 없다고요.)
자 이거 썼으니까, 남들에게 뿌리고 헤드헌터에게 연락하고 구인사이트 봐라. 역시 안해요 안해요.
결국 제가 매일매일 구인 공고를 보고 골라서 던져주면 Yes or No를 하고 제가 헤드헌터에게 이력서 보내주고 남편은 헤드헌터에게 전화 받는 것만 합니다.
그런데 이 작업도 2월 8일부터 제가 2달째 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 끝나기 직전과 퇴근시간 이후에 집중적으로 하고 있죠.
저는 회사에서 구인사이트에서 사람을 뽑아야 할 입장이고, 또 회사의 파티션이 남편것보다 더 좋고,
어차피 제가 지원할 자리들이 아니라서 남들 눈치도 보일 일이 없어서 제가 알아보는거..
그래서 그건 제가 하는거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남편에게 최소한 본인이 옮기고자 하는 회사들의 수시채용에는 집어넣어라.
그거 집에서 하면 얼마나 걸린다고 그러냐. 라고 내내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래도 안하더군요.
그래도 오기가 나서 그거는 안해줬습니다.
구인사이트에 올라오는 포지션은 남편 눈높이에는 많이 안맞더군요.
남편이 가고 싶은 곳은 해외 MBA나 KICPA를 우대하는 곳들이에요. 최소한 석사라도 하던지요.
그냥 just 명문대 경제학 학부만 한 30대 중반 7년차 금융맨 제 남편은 갈데가 없어요.
제가 그래서 남편에게 본인이 먼저 Qualified가 되야지, 그 쪽에서 당신을 뽑을 이유가 무어가 있어 하면서 경제대학원 진학을 권했습니다. 쉽게 동의하더군요. 그래서 경제대학원 진학은 그래도 회사에서 알아보는데 눈치가 덜하니까, 그건 남편이 알아봐라 라고 했습니다. 역시 안하더군요.
기다리다가 결국 제가 알아봤습니다. 어느 학교가 본인에게 맞는지, 전형은 언제부터고 후기입학은 어떻고 등록금은 얼만지.
그리고 계속 구직 작업을 계속 했죠.
그러나 구인사이트에 여전히 남편이 좋아하는 쪽 포지션은 안올라왔습니다.
저는 같은 업종 수시채용에 넣어라 라고 계속 종용했고..
또 의외로 헤드헌터들이 컨설팅쪽을 권했습니다. 그래서 생각도 안해봤던 분야라 컨설팅 회사들은 어디가 좋은지 알아봐라 라고 얘기했습니다. 헤드헌터들이 권하는 컨설팅회사들 말고도 다른 갈만한 컨설팅회사를 찾아보려고요. 회사에서 컨설팅 회사랑도 일을 많이 하니까 그거 알아보는건 어려워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여전히 안했습니다. 몇주가 되도록...
그리고 회사의 다른 사람들은 다 회사 옮겼는데 자기만 못옮긴다고 징징댑니다. 나는 무능한 존재다, 커리어패쓰 완전 잘못 밟았다, 나는 바보다 등등..
제가 수시채용 부터 넣고 얘기해.. 라고 하면 '응 알았어' 하고는 또...
컨설팅에 지원 하려면 영문 이력서가 필요합니다.
영문이력서 번역 의뢰할 곳 알아보라고 얘기했는데... 역시 안했습니다.
며칠 지나 또 제가 직접 의뢰했습니다. 돈도 대신 넣어주고요.
회사에서 중간중간 남편일 봐주느라 하루 1~2시간씩 더 늦게 됩니다.
집에 들어가면 12시, 1시인데. 남편이 가끔 집에 저보다 더 먼저 들어가서 DVD를 보고 있거나 플스를 하고 있거나 만화책을 보면 정말 열불이 터졌습니다.
'원서는 넣고 이러는거야?'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 싶어 그냥 뒀습니다..
그제도 또 나는 무능해. 아무도 오퍼주지 않아. 갈데가 없어.. 이러고 징징대는데..
또 마음 약해진 제가 일을 해주기로 맘 먹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제가 밤에 앉아서 남편네 업종 좋은 회사들 수시채용에 다 집어넣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그거 하는 동안 설겆이를 했지요.
오늘은 제가 회사에 이시간까지 남아 남편이 갈만한 컨설팅회사들과, 그 컨설턴트 명단 중 남편과 과 동문인 사람들 명단, 그리고 온라인 오퍼 방법 쭉쭉 정리해서 남편에게 넣어줬습니다.
정말이지.
자기 일도 스스로 안하는 남편. 정말 속이 뒤집어집니다.
그리고 뭔가 억울도 합니다.
전 고1~고2 내신이 나빠서 수능 매우 잘봤어도 중위권 대학 지원했거든요. 본고사도 잘봤는데..
그런데 제가 남편보다 일도 훨씬 잘하고, 능력도 인정받고, 현재 포지션도 좋고,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 등등이 남편보다는 월등한데.. 노력했기에 학벌 구애 안받고 일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컨설팅 쪽에는 지원도 못하는데.
남편은 고등학교때까지 공부 좀 잘한 이유로, 붙던지 안 붙던지 모르지만, 어쨌든 헤드헌터가 저런데 지원을 권합니다.
본인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하는데요.
그리고 저런데 떨어지면 제가 경제대학원 보낼꺼구요. 그럼 전 무능한 남편의 대학원 등록금을 위해 열심히 뼈빠지게 일하겠죠. 리포트나 대신 안써주면 다행입니다. 돈 없어서 애도 못낳고 남편이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부동산 한다는 남편 외삼촌 말 믿고 혼자 우겨서 산 집값 이자 대느라 헉헉 거리면서요. (제가 요모조모 따져서 골랐던 다른 아파트는 지금 가격도 오르고 직장이랑도 가깝습니다.)
방금 '화났냐'며 전화왔길래 그냥 우리 바꾸자. 내가 돈 벌께, 당신이 집안일 해. 라고 했습니다.
전화 픽 끊어버리네요. 하지만 저도 정말 신경질 납니다.
그냥 억울한데 제가 집 잡혀서 해외 MBA나 갈까봐요.
GMAT 700점이나 받았는데 MBA 지원해주는 회사 퇴사해서 못갔는데 그냥 제가 갈까봐요. 차라리 제가 학벌 세탁해서 좋은 데 가는게 그게 낫겠어요. 어차피 경력은 제가 더 좋네요. 원.
1. 남편은 혹시
'07.4.4 10:23 PM (211.212.xxx.217)강남의 치맛바람에 파뭇혀 과외를 줄줄이 대고 차로 픽업해서 학원 옮겨다녔던 마마보이 아닙니까?
제가 봤을 땐 떠 먹여주는 밥 받아먹는 것 밖에 못하시는 분 같네요.2. 남편은 혹시
'07.4.4 10:24 PM (211.212.xxx.217)아니면 시어머님이 스파르타식으로 키우셔서 편안히 챙겨주는 님을 만나 늘어진 상태는 아닐까요?
전 착한 남편만나 늘어진 스타일 이라..3. 음..
'07.4.4 11:24 PM (58.140.xxx.117)딩크족이란 단어가 떠오르네요
제역시 게으르고 제돈 다 말아먹은 남편과 아이 둘과 살고 있기에
로긴안할수 없네요
그나마 자기 직업은 유지해주는거 하나만 감사할일이지요
게으른남자들은 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네요
전 남편과의 사이에 자식이 없었더라면 그런대로 살았을거 같답니다.
게으른남자들은 자식에 대한 책임감도 없고
육아역시 여자에게 모두 전가시키고 관심도 없지요
딩크로 살걸 싶은적 많답니다.
아기를 낳으면 더욱 힘들어지실거예요
그런데 님은 남편을 무척 사랑하시는거 같아 보기 좋아요
전 그렇지 않아서인지 남편이 너무 밉거든요
에고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헤어져도 님께는 더 좋은일인성 싶어요4. 잠오나공주
'07.4.5 12:39 AM (59.5.xxx.18)와.. 수능에 본고사 얘기보니 저랑 비슷한 나이신거 같은데.. 전 95학번..
능력 좋으시네요...
전 게으른 남편과 더 친하고..
딱히 해드릴 말씀은 없지만... 댓글 남겨요..5. ..
'07.4.5 2:10 AM (125.181.xxx.221)게으른게 정도를 지나쳐서..................숨쉬는건 안 힘들까? 걱정스럽다는~
할 말이 없네요................................
글 읽고 났더니..갑자기 맥이 쫘악 빠져버리네...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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