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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리신 친정 어머니..나는 너무 못된딸

속상해 조회수 : 1,693
작성일 : 2007-02-08 19:00:39
3년전쯤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가셨어요
뇌출혈이 자주 듣던 병이라 무서운 병인건 알았어도 그리 무서울줄은..
암튼 수술 잘되서 겉으로 보기에 어디 불편하신곳도 없고 남들 얘기하는 "중풍"도 없으셔서 의사들도 수술 예후가 좋은편이라고 다 그랬었죠
다만 기억이 끊겨져있다는거...옆에서 자꾸 오늘은 몇일이고 지금은 몇시고 여기는 어디며...뭐 그런 얘기를 해줘도 하루에 정말 거짓말 좀 보태서 100번쯤은 물어보셨어요
여기는 어디냐? 지금 몇시냐? 나는 집에 가야한다...등등
저두 애가 둘인데다 아버지가 급하게 쓰러지신분 입원시키느라 친정에서 가까운 병원에 엄마를 입원시키셨기에 자주 찾아가지도 못했어요

친정은 서울인데 저는 경기도 외곽에 살았거든요
아침먹고 출발하면 점심때 조금 지나거나 아님 점심때쯤 도착하고 애 둘데리고 병원에서 조용히해라 돌아다니면 안된다...하고 복작거리다가 저녁식사 드시는거 보고 집에오면 거의 11시...조금 더 늦으면 12시정도...

집안은 개판이죠. 게다가 병원에서 애들이랑 씨름하느라 무슨 힘이 남아있었겠어요
애들 씻기고 재우면 저두 쓰러지듯이 자는거죠
저희 남편도 이해하면서도 화도 나고 그랬던거 같아요

저 형제 없거든요..무남독녀 외동딸...
귀하게도 컸고 애비없이 자란딸...엄마가 저 어렸을때 이혼하셨어요..이라는 말 들을까봐 무서울땐 호되게 무서워서 저 엄마한테 무서움과 따스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자랐어요
텔레비전에서 예전에 "사랑과 야망"할때 김용림씨가 지금의 정애리씨 역으로 나왔었는데 딱 김용림씨 스타일이 저희 엄마세요
말도 많지 않고.. 됬다...그 한마디...표정도 없고...그래도 다 이해하고 알죠...저두 자식이고 엄마랑 통하는게 있는데...

그때 엄마가 식당하셨었거든요..아버지랑 이혼하고 조금 있다가..여자 혼자 벌어먹고 살아야 하니 마땅한 일이 남의 집 일해주다가 모은돈으로 식당하는거였어요
엄마 음식솜씨가 꽤 좋은편이라 식당도 쪼들리지 않게 잘 됬고 거기서 만난 손님이랑 연애하셔서 결혼도 하셨어요
정식 혼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 아껴주는 분 만나서 같이 사셨어요
저한테 아주 잘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못된 계부..뭐 그런쪽도 아니었기에 저두 그닥 불만은 없었구요

엄마 퇴원하고는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됬죠
아버지는 혼자서 엄마 병간호를 못하셨어요 아직도 그 식당하거든요
종업원들 있고 주방장도 있어서 엄마랑 아빠는 그냥 계산하고 재료들 장봐주고...그런일 하셨기에 두분중 한분이 안계셔도 특별히 문제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두분 다 안계시고 남의 손에 식당을 맡겨두기엔 엄마 수술한 공백이 꽤 커서 식당엔 나가셔야 했어요

먼친척분이 친정에 오셔서 엄마 말벗도 해주고 엄마가 어디 불편하지 않게 좀 보살펴주고 살림도 해주고 두어달 해주고 그러셨어요 계속 그분이 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그분도 남편이 지병이 있으셔서 오래는 못한다고 시작할때부터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두어달 지난후에 그만두시더라구요

그때부터 엄마와 아빠의 전쟁(?)이 시작됬어요
엄마는 대략 20년전 기억을 가지고 맨날 아빠한테 물어보는거에요
여기가 어디냐? 우리 가게에 가야 한다..여기서 이렇게 한가하게 놀고 있으면 안된다(어디 여행온걸로 착각하신 모양이에요), 얘는 학교가서 왜 이렇게 안오냐(허거덩...저는 애가 둘이나 있는데)

엄마가 원래 잠이 없으신편인데 수술하고 나서는 더 예민해져서 바스락 소리만 나도 일어나는데다가 새벽 4시까지 안자고 앉아있다가 아침 8시도 안되서 일어나서 하루종일 아빠를 쫓아다니면서 그렇게 말씀하셨대요

말이쉽지...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예전기억을 가지고 계속 묻고 쫓아다니고 자는 사람 깨워서 또묻고 또 깨우고...아빠도 힘들어서 저한테 몇번씩 전화하시더라구요

한번은 제가 갔는데 딸랑 하나있는 딸인 저한테 이모(엄마동생)인줄 알고 애둘을 어찌 데리고 그 먼데서(이모가 지방사시거든요)왔냐 하시길래 "엄마 나야"했더니 "네가 **이냐? 그럼 애들은 누구냐?"하시질 않나 또 한번은 애들이랑 같이 친정에서 텔레비전 보고 있는데 저한테만 살짝 와서는
"네가 어쩌자고 이렇게 애둘씩이나 업동이로(둘다 제가 낳은 자식인데)키우는지 모르겠지만 네 복이 그건데 어쩌냐...그래도 김서방이 사람이 좋으니 이해하고 산다..너도 나중에 복받을거다"하고는 기가막힌 말씀을 하시더군요

저두 몇번 왔다갔다 하니 몸살기운이 있어서 하루는 친정가서 친정 안방에서 누워있었는데 엄마가 제 이마를 짚어보시고는
"세째를 가져서 많이 힘드냐? 애 서는게 수월타 했더니 그렇게 애를 먹이는구나. 네가 입덧하느라 힘들어서 얼굴색이 노랗다" 하십니다

엄마가 수술하신게 때마침 애 겨울방학때였고 퇴원해서 몸조리하셨던게 봄방학때라 그나마 제가 몇번 왔다갔다했는데 입원해계셨을때만큼 자주는 못갔죠.갔다오면 저도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거든요...게다가 추운겨울에 자꾸 왔다갔다하니 돌 겨우지난 작은애는 한겨울에 장염에 걸리고 그게 좀 나을만 하니 폐렴까지 걸려서는 애가 지쳐하더라구요
그래서 꽤 오랫동안 또 못갔죠
남편이랑 상의 끝에 남편 직장문제, 애 학교문제, 친정엄마문제등등 결국 서울 친정근처로 이사하자..로 결정했고 이사도 했어요

집이 생각보다 빨리빠져서 그래도 이사도 생각보다 빨리하고 했지만 아무리 빨리한다고 해도 하루이틀만에 이사결정이나고 이사가 되는건 아니잖아요
몇달 지나는동안 엄마도 많이 나아졌고 큰애도 개학해서 학교 다니고 그렇게 됬어요

요즘은 누가 봐도 엄마 겉으로도 말씀하시는것도 멀쩡하세요
다만 날씨가 흐리거나 아니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일이 생기면 정말 옆에사람 같이 팔짝뛰고 미칠정도로 스트레스 받게 합니다
하루에 전화 20통은 기본입니다
전화 내용 너무나 뻔합니다
"뭐하냐? 밥 먹었냐? 애들은 뭐하냐? 아범은 출근했냐? 어디 아픈데는 없냐?"이게 다입니다
오죽하면 큰애가 전화기 코드를 뽑아놓습니다
할머니 맨날 같은소리만 하고 같은 말만해서 너무 지겨워...합니다
첨엔 저두 할머니 편찮으셔서 그렇다 했지만 시간마다 전화해서 물은거 또 묻고 아까 전화해서 말했잖아 하면 아까 언제 통화했냐 하십니다 휴~~~~~~

얼마전에 삼촌(엄마동생)이 돌아가셨거든요
그 이후로 계속 그러시네요
삼촌 돌아가시고 며칠후에 집에 패물이 몽땅 없어졌다면서 저한테 못봤냐고 하시는데 그전에 퇴원했을때도 한번 그러셔서 집안을 완전 쑥대밭을 만든적이 있었거든요
결국 엄마가 두셨던곳에 뒀는데 그걸 어디다 두셨는지 잊어버리고 계셔서 못찾은 거구요...이번에도 또그러겠다 싶어서 집안에 잘 찾아보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도둑이 들었다며...도둑이 어찌 엄마패물만 가지고 가겠습니까..집안에 현금이랑 아빠 패물도 있었다는데...난리를 치십니다
새벽 3시에 4시에 5시에 계속 전화해서 못봤냐고 물어보십니다
낮에는 시간마다 전화하고 새벽에 계속 전화하고...
행여 무슨일 났나 싶어 전화를 안받을수도 없고...

일주일째 계속 그러셔서 오늘은 전화코드를 빼두었습니다 저두 사람인데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서요
그랬더니 오늘은 저희집까지 오셔서는 우리집에 둔거 같다고 저희집을 싹~~~뒤지시고는 지치셔서 집에 가셨읍니다
좀전에 아빠가 핸펀으로 연락왔는데 찾았답니다...찾았으니 다행이지만 또 안부묻는전화에 시달려야 합니다

엄마한테 잘 해드리고 싶어도 자꾸 전화하시고 저희집에 오셔서 싹 뒤지고 주위사람 진짜 환장하게 만드는거 보면서 엄마전화만 오면 이젠 짜증이 납니다
좋은 소리가 안나오죠
엄마가 전화하시면 이제 묻지 않아도 알아서 대답합니다
"밥 먹었고 애들 잘 있고 나두 밥먹었고 아픈데 없고 김서방 회사 잘다녀..됬지? 궁금한거 없지? 끊어"
이렇게요...휴~~~~~

못됬다...너 어떻게 키운 엄마인데 그렇게 홀대하느냐 하셔도 저두 할말은 없습니다
근데 속도 상하고 맘도 안좋은데 집까지 싹 뒤지고 가니 오늘은 정말 한계에 부딪힌거 같습니다

시설에 어디 모실려고 해도 본인이 갑갑해서 질색하십니다
아빠는 그런곳에 같이 그냥 들어가 살자 비슷한 나이의 노인네들 많으니 친구도 사귀고 애(저) 귀찮게 할 필요없이 우리둘이 거기서 편히 살다 죽자...하시는데 엄마는 펄쩍 뛰십니다
그런곳에 갑갑하고 싫다고...

답답해서 쓴다는게 참 너무 길게 썼네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58.141.xxx.212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2.8 7:16 PM (121.133.xxx.132)

    충분히 이해되요.

  • 2. 현재,윤재맘
    '07.2.8 7:33 PM (124.254.xxx.235)

    저도 본인만큼은 아니겠지만 이해할것 같아요.
    그래두 기운내세요. 애들 생각하셔야지요...

  • 3. ^*^*
    '07.2.8 7:37 PM (218.39.xxx.55)

    글을 읽고는 있지만,
    실지 겪고 있는 님께서 얼마나 힘이 드시겠어요.
    이렇게 글이라도 남겨야 답답한 마음이 풀어지겠지요.
    막상 엄마의 그런 모습을 많이 겪은 지금은 속상도 하고,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냉냉하게 대하고 싶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그런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또한 불안하고 안쓰럽죠.
    님의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냥 가끔씩 속풀이하듯이 이곳에 답답한 마음 풀어놓으세요.
    기운내시고... 아자!

  • 4. 위로드림
    '07.2.8 7:53 PM (211.253.xxx.34)

    힘겨운 날들이겠지만 용기내시고 잘판단하시되 혼자 해결할 생각하지말고 장기치료를 위해 심해지기전에 치매병원이나 시설에 의뢰하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셔요
    젊어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많이 받거나 사시다가 그렇게 뇌수술받으면 치매걸리기 쉽습니다.
    집에서 해결하려면 집안의 평화도 무너지는 지경에 가고 환자는 더 황폐해지고 문제가 심각해 지기 전에 보호자들이 잘판단하셔서 좋은 장소물색해 보세요 요즘 전문시설 괜찮고 많이 심각해 지는수준을 예방하는 차원이니 일찌감치 도움받으셔요

  • 5.
    '07.2.8 9:25 PM (58.105.xxx.207)

    밤에는 어머님한테 저녁식사에 수면제 처방 받아서 같이 복용시키는 것이 좋을 거 같으네요.

    밤에라도 식구들이 잘 주무셔야 또 낮에 그 감당을 하지요.

    현실적으로 방법을 찾아나가시길 바래요~

  • 6.
    '07.2.8 9:26 PM (58.105.xxx.207)

    아참, 그리고 어디서 주워 들은 건데.. 뭔가 집착/집중 할 수 있는 일을 가져다 드려보세요.
    책이나 퍼즐, 단순한 소일거리 있죠. 그런데 정신을 쏟으시면 조금 낫다고 합니다.

  • 7. ...
    '07.2.8 9:40 PM (220.76.xxx.115)

    아픈 사람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 못해요
    얼마나 힘든지..
    기운 내세요

    그리고 혹 수술 휴우증은 아닌지요
    뇌라는 게 워낙 예민해서 일단 열었다 하면 주위 신경을 건들지 않고
    수술 끝내는 경우가 드물다네요


    그리고 잡곡 흰 콩 검은 콩 팥 뭐 이렇게 뚜렷한 색을 가진 잡곡 두어가지 섞은 후
    어머님께 골라달라는 방법도 있거든요

    옆에서 지켜보면 가슴 아프지만 ..

  • 8. 나두 외동딸
    '07.2.8 10:03 PM (203.226.xxx.22)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네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이해 못하죠.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정말... 기운 내세요. 누구나 그런 마음 든답니다.

  • 9. 주간보호
    '07.2.8 10:14 PM (59.11.xxx.61)

    양로원 원장입니다.
    어머니와 아버님을 위해 친정근처에 치매주간보호센터 알아보세요.
    저희 시설에도 치매, 중풍 어르신들 계신데 많은 프로그램들을 합니다.
    요가, 스트레칭, 노래프로그램, 종이접기, 콩고르기, 퍼즐 등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하지요.
    어르신들이 애기들처럼 좋아하세여, 아침에 주간보호센터에서 모시러 오고 오후6시쯤 모셔다 드릴거예요. 낮에 이런 여타의 활동들을 하게 되면 식구들도 조금 자유로울 수 있어 피차간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 10. 저는
    '07.2.8 10:48 PM (210.123.xxx.110)

    할머니가 치매셨어요. 어렸을 때인데도 그 기억이 너무 지긋지긋합니다. 모시고 사신 어머니는 당신에게 치매 오면 절대 모시고 살지 말고 시설에 보내라고 하세요. 당신 딸이 그 수발 들까봐 두려우신 거지요.

    치매라는 게 그런 병이에요. 온 식구를 파괴해요. 저 같으면 당신이 답답하다고 하시든 말든 시설에 모시겠습니다. 저는 할머니 모신 15년 동안 저희 모든 식구의 인생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원글님의 인생에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에요. 남편, 아이가 그 영향을 생각보다 아주 깊게 받습니다.

  • 11. 원글
    '07.2.9 3:52 AM (58.141.xxx.212)

    못됬다고 어쩜 그러냐고 네가 자식이냐고 막 뭐라고 손가락질 하실줄 알았어요
    다들 저 이해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도움되는 말씀들까지 해주셔서 큰 위로가 됩니다
    엄마 보면 짜증이 울컥 올라오다가도 젊었을때 그 카랑카랑하시던 성격이 수술후 다 없어지셔서 오히려 주위사람한테 큰소리 못치는 성격으로 바뀌신걸 보면 가슴이 다 먹먹해집니다
    에휴...지금은 잠을 좀 주무시는지 전화가 없네요
    낼 또 안부전화에 시달릴거 생각하니 가슴 아프다가도 다시 짜증이 올라오고...
    위로와 격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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