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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 어떻게 생각하세요?

생각해보아요 조회수 : 1,300
작성일 : 2007-02-08 13:41:59
가끔 저녁에 마트에 있는 서점에서 책 구경 좀 하고 맘에 들면 앉아 읽다가 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는데 초등생이 제 앞에서 왔다 갔다 하더군요
혼자말을 중얼거리기도 하고..
전 혼자 만화책 읽으며 얘기하는 줄 알고 쳐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게 말을 걸더군요
4학년 정도 되보이는 남자 아이 였습니다.
그다지 큰 특징 없이 그냥 어린아이 같은 인상이었어요

내용이
배가 고파 죽겠다. 엄마가 밥을 안준다
하루에 아침 한끼 먹고 산다
엄마는 일나가는데 집에 쌀이 없다 라면도 없다
학교 다닐땐 급식이라도 먹는데 방학이라 못 먹는다
오늘은 까르푸. 내일은 롯데 마트...에 다니며 책을 읽고 시간 되면 시식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일요일엔 교회에서 밥을 주는데 거기가면 좋다
엄마가 아니라 웬수다.
친엄마가 아니다
아빠는 바빠서 이런거 모른다.
말 할 시간도 없다
밥 사먹을 돈도 안준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 아이는 집에 갈 생각도 안합니다.
그러고 보니 6학년이라는 아이의 발달이 신체 발달이 늦어 보였습니다.
말하는 태도는 좀 제멋대로 였지만
말투는 적절한 존칭어를 예의에 벗어나지 않게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하는 동안 참기 힘들었던 것은
아이에게서 나는 냄새
한 여름도 아닌데 1달 이상은 씻지도 옷을 갈아 입지도 않은듯한 악취가 풍겨
1m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숨쉬기 힘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속으로 갈등 많이 했습니다.
우선 왜 그렇게 악취가 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눌렀습니다.
아이가 바라는 게
대화 일까? 아님 쇼핑봉투에 있던 귤이라도 나눠줘야 했나?
빵이라도 사먹으라고 돈을 줘야 했나?
아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아동학대이니 주소를 물어 동사무소에라도 신고를 했어야 했나?


짧은 시간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오지랖이 넓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개인주의자라 쓸데 없는 인간관계는 아예 안만드는 편입니다)
10년 후면 저 아이가 사회인이 될텐데...
그때 올바로 자라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어린 제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의 주인공중 하나가
저런 식으로 크다간 세상이 점점 절망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늦었다는 핑계로 전 그냥 자리를 떴습니다.
그 이후 마트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그 아이를 만나는게 두려웠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록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그 아이
제가 너무 비겁한 어른이란 생각
하지만 끝까지 책임 지지도 못할 일을 벌이는 것이 두려워
전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IP : 122.34.xxx.20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2.8 1:43 PM (222.118.xxx.179)

    저도 그냥 신경안쓰고 지나쳤을것같아요.....

  • 2. 저라도
    '07.2.8 1:45 PM (203.251.xxx.205)

    아무 것도 못할것 같습니다.

  • 3. 코스코
    '07.2.8 1:47 PM (222.106.xxx.83)

    저같으면 아이의 아빠 전화번호를 물어서 전화해서 데려가도록 해줬을꺼에요...

  • 4. .....
    '07.2.8 1:47 PM (61.82.xxx.96)

    막 고민하다가 2-3천원짜리 김밥은 하나 사주고 그냥 집에 갔을 것 같아요.
    돈으로 주면 안될 것 같고..... 그렇다고 더 이상을 할수도 없고.

    근데 호의가 생기더라도 냄새가 나면 견디기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보다 도움을 주기 쉬운사람만 도와주게 되는 것 같아요.

  • 5. 저도
    '07.2.8 2:00 PM (221.164.xxx.16)

    부산에 마트에서 그런 아이를 만났는데요
    빨이랑 우유 사줬어요
    눈물나던데요

    그런데 너무 똑같네요 ㅠ.ㅠ
    엄마가 집 나갔다고 그랬나?
    맨날 집에서 잠만 잔다고 그랬나? 어튼 그랬어요
    맘 아파서 맘 가는대로 했어요 에휴~

  • 6. ..
    '07.2.8 2:02 PM (211.229.xxx.47)

    아무 예상없이 그런 상황에 닥치면 저도 당황해서
    암것도 못하다가 그냥 돌아서서 생각만 많아질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엔 세상이 험해서 무작정 믿기도 어렵죠
    아이가 그렇게 생활한지가 꽤 된것 처럼 보이네요
    모르는 어른 붙들고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아마 아이가 원한 것은 돈이었을것 같아요

  • 7. 아이는
    '07.2.8 2:12 PM (125.130.xxx.19)

    돈을 원하기도 랬겟지만 누군가 자기 사정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 했던 거 같습니다...
    그 아이가 이 사회에서 잘 자라주었슴 합니다.. 건강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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