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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남편

좋은생각 조회수 : 605
작성일 : 2007-01-29 12:02:05

이 세상에 닮은 사람이 참 많다지만,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처럼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은 적은 없었다. 남편은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던 나의 아버지와 너무나 닮았다.
호리호리한 몸매, 부리부리한 눈매, 남자답게 꽉 다문 입매가 아버지와 닮아서
모두가 우리를 천생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모는 아버지와 닮았어도 성격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술을 좋아해 외출이 잦았던 아버지와는 달리 그는 믿음직스럽고 가정적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언제부터인가 차츰 귀가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술을 마신 날에는 잠들기 전까지 일방적인 얘기들을 늘어놓았고,
어떤 날은 너무 술에 취해 마중을 나가야 할 때도 있었다.
문득 아버지가 떠올랐다.
술로 세상을 살다가 술 때문에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던 아버지.
홀로 5남매를 키우며 고생하신 어머니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짜증이 났다.
아버지와 너무나 닮은 남편의 모습에 불안하고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들어온 남편의 지치고 피곤한 얼굴을 마주한 순간,
비로소 남편이 짊어지고 있는 버거운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왜 그동안 남편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내 기분만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남편에게 의지하려고 했을까?
설령 그가 친정아버지만큼 술을 좋아하더라도 나는 그를 위해 해장국을 끓이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그동안 나는 너무나 이기적이고 미숙한 아내였던 것이다.


오늘 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달래를 새콤하게 무치고, 향긋한 냉이 국을 끓였다.
은빛을 뽐내는 갈치를 노릇하게 구워 식탁을 차려놓았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연신 닦으며, 즐겁게 저녁식사를 할 남편의 얼굴을 떠 올린다.


-좋은생각 좋은님 꽃씨 中...-
IP : 61.76.xxx.3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딴지 걸랍니다.
    '07.1.29 1:36 PM (61.38.xxx.69)

    그렇게 저녁 차렸는데 남편 밤 늦게 술 취해 들어오면 정말
    뒤통수 치고 싶지 않나요?

    이건 남편들만의 로망인듯.
    드라마 속의 아내이고요.

  • 2. 나도 딴지
    '07.1.29 3:19 PM (59.9.xxx.18)

    이런 글 딱 질색입니다
    술 그렇게 먹어대는거 다 핑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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