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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해 들어온...남편 그리고 응급실

기절초풍 조회수 : 1,874
작성일 : 2006-12-23 04:31:30
연말이라 팀회식을 했나봅니다.
엊저녁 감기로 골골거리던 터라 그리 많이 마시지는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헌데 자정 좀 넘어서 후배라며 전화가 왔네요. 이분 취했다고. 주소좀 알려달라고.

..위치 알려주고 발 동동 구르며 바깥에 서있었습니다.
헌데 남편이란 작자는 보이질 않고.왠 변태 한마리(사람을 지칭하는 '명'도 쓰기 싫습니다)가
왔다리 갔다리 하며 수상쩍게 굴더니만 바지춤을 결국은...-_-
(아마 이놈의 변태가....나쁜기운을 가져왔는지도 모릅니다....ㅠ.ㅜ)

늦은 밤에 변태.가 무서웠기에 기다리다 말고...(계속 기다릴것을..ㅠ.ㅜ)
아파트 건물로 다시 들어섰습니다.
건물안에 피신한 채 남편에게 전화를 해보았더니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전화를 받네요.
어디쯤이냐고 얼른오라고...하고, 또 다시금 전화하며 빨리 오라고 뭐가 보이냐고...
내렸다며 혀꼬부라진 목소리로 앞이라고. 다왔다고.
그런식으로 몇 차례 통화를 하며 10여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다시 통화를 하던 중....
갑자기 "억~" 하더니 전화가 끊겼습니다.
열심히 재다이얼을 해보았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추웠기에 다시 집에 올라가 목도리 둘둘 감아 무장하고 내려와서
(무장하지 말고...바로 찾으러 갈것을......ㅠ.ㅜ 제가 왜 무장을 했는지..바보...)
남편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20여분이 지나고...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채로 아파트들 사이를 휘적휘적 돌며 남편을 찾아다니는데..........
저만치 먼 곳에 낯익은 뒷모습...남편입니다.
휘청휘청 왔다갔다 걷는 모양새가 웃겨 쳐다보다가 다가가 툭 쳤는데...
남편이 맞긴 맞는데.....왜 얼굴이 피투성이입니까......

술 취한 본인은 아프지 않다며 괜찮다 괜찮다했습니다.
처음엔 믿고.. 핸드폰은 어딨냐며 구박도 해가며.집으로 갔습니다.
납입금도 아직 안끝난 핸드폰은 없었고...부글거리는 화를 참자 참자 이러고 있는데....
남편의 얼굴을 살펴보니..이건 심각한 사태입니다...안괜찮습니다..
저랑 통화하다가.....ㅠ.ㅜ 어딘가에 걸려 호되게 넘어졌는지 턱이 찢어져있고..입술도...

쿠궁............달달 떨리는 가슴 다독거리고....
기껏해야 동네 운전만 해본 정말 초보운전수인 저.....
임신하고서부터 슬슬 자제하다가.. 만삭이 된 요즘은 운전대 잡지도 않았던 저...
미친듯이 밟았습니다....처음 운전해보는 병원 응급실로 막 날라가고...
정신없이.......그래서 겁도 상실했는지.....그렇게 두 군데의 병원을 다녔습니다. 새벽 2시에...

이 망할 인간은........집에 가자고 노래를 부르고...ㅠ.ㅜ
술이 웬수입니다..술이...그리고 전화해댄 제 손목아지도..웬수입니다...ㅠ.ㅜ
응급처치만 받고.....우선 술 깨는게 우선이랍니다. 오전 중에...성형외과 와서 꼬매라고 합니다.

답답합니다..........결혼 10개월 만에, 아니 첫만남에서부터 2년 반의 기간동안
이렇게 취한.인사불성의 모습은 처음 봅니다....
집에 도착한 뒤, 아픈지도 모른채 남편은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가슴이 답답.합니다.........ㅠ.ㅜ
답답해서 잠도 오지 않습니다.............휴....ㅠ.ㅜ

우선.....아침에 정신좀 차리면..병원부터 가야겠습니다.....
놀랜 에미 덕에 뱃속의 애는 똘똘 뭉쳐있는지 한참이네요....
IP : 121.131.xxx.7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12.23 5:57 AM (218.49.xxx.34)

    생전에 애주가 남편 속이 숯덩이가 된 아낙으로 한마디
    본인 스스로 절제 하는 분이길 기도 드립니다 .근데 ...얼굴을 그리 하셔 어쩐데요 ?
    마술처럼 짜잔 회복 하시면 좋겠습니다 .

    잔뜩 웅크리고 있는아가도 안심시켜 주셔요

  • 2. 그래도
    '06.12.23 8:06 AM (211.204.xxx.12)

    어떡해요..
    여드름을 쥐어뜯어도 2주는 넘게 딱지가 있던데..
    흉터 적게 잘 나으시길 빕니다..
    그나저나 이 일이 술을 확 끊으시는 계기가 되어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3. 이참에
    '06.12.23 10:30 AM (222.101.xxx.207)

    이참에 딱 각서를 받으세요...굳이 문서화 하지않더라도...거울들이밀며 이 얼굴을 보라고...당신 앞으로 또 술이 떡이되도록 먹겠냐고..아니 사진으로 찍어서 두세요...술먹을때마다 생각나라고....무사히 쾌차하시길 바래요...얼마나 무서우셨어요...ㅠㅠ

  • 4. ...
    '06.12.23 12:20 PM (219.250.xxx.64)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머리 잘 써서 이번 일을 남편 술 끊는 계기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술이 사람을, 가정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운 나쁘면 아끼는 모든 것을 다 앗아갈 수도 있는 요물(?..표현이 좀 이상하지요?) 같은
    존재라는 걸 ...아는지라..

  • 5. 작년..
    '06.12.23 1:58 PM (222.111.xxx.45)

    이 맘때 같은 일을 당했지요..
    옆집 아저씨가 벨을 눌러서 나가보니 피투성이가 된채 벽에 기대어 있던사람...
    술에 만취가 되어..
    대충 수습하고 119불러 응급실가서 꿰매고 왔네요.. 머리를..
    아들방에 재웠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방안을 진동 하는 피비린내...ㅜ.ㅜ

    그렇게 일년이 흘렀네요..
    아무 반성도 없이 그렇게 살아 지는가 봅니다...
    인간이란 참....

  • 6. 잠오나공주
    '06.12.23 6:01 PM (59.5.xxx.18)

    담에 급한 일이 생기시면 운전하지 마시고 택시타고 가세요..
    운전 잘하는 사람도 경황 없으면 사고 낼 수 있거든요..
    그렇게 미운 남편이지만.. 사랑하시죠??
    이참에 디지게 혼내주세요.. 너 때매 죽는 줄 알았다구요..

  • 7. 경과보고
    '06.12.23 9:17 PM (121.131.xxx.71)

    ..턱 부분의 찢어진 상처는 뼈근처까지 깊은 상처였더군요. 입술은 위아래 관통(본인의 앞니에 의한)
    병원에서 엑스레이 찍고 소독주사 맞고 이리저리 돌며 3시간 정도를 보내고
    수술실 들어가서 한참 시술받고 나왔습니다.

    퉁퉁 부은 얼굴로 입도 제대로 못 벌리고 열에 들떠 헛소리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하지만 --+ 쇳불도 단김에 빼랬다고...정신 차린 뒤에 각서 받았습니다.
    본인입으로 그러네요. 더 이상 술은 안되겠다고.(스스로도 그리 정신을 잃을 줄을 몰랐나봐요)
    그리고 미안하다고 백배사죄.....사실 저 집 나가겠다 그랬거든요.
    도무지 불안해서 살수가 없다고..담달 애 낳고 나서도 이러면 감당이 안될꺼 같다고..

    이번 일로 좀 깨달은게 있는 것 같긴하니...믿어볼라고요.

    아..그리고 잃어버린 핸드폰은 다행히 돌아왔어요.
    집앞 헤어샵 직원분께서 연락을 해주셨어요. 상가 앞에 떨어져있는 핸드폰을 주웠다고...
    바탕화면이 저희 부부사진이었고...마침 그곳은 저희 둘다 가는 곳이었거든요..다행이었어요.
    빈손으로 가기 모해서 이것저것 간식거리 및 여성용품들을 사다드렸습니다...
    ...곧바로 남편에게 핸드폰을 주진 않았습니다....
    잃어버렸으니 찾든지 새로 하든지 하라고..위협위협....^^;;;;

    술...딱 즐길 정도까지만..분위기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정도 맞추기가 참 어렵긴 하지만....;;;;

  • 8. 술...
    '06.12.24 10:23 PM (222.235.xxx.111)

    전 병원응급실에서 전화왔었더래요. 술먹고 취해서 팔부러지고.... 119로 병원 응급실...
    술이 웬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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