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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남편이군요..쩌비

펀글 조회수 : 1,382
작성일 : 2006-10-11 23:29:50
언제나처럼 명절이 되면 어머니나 며느리의 한탄이 빗발치고 이젠 이혼 얘기까지 나온다니 참으로 심각한 지경인 것 같습니다.
많은 말씀들을 읽고 보았지만 좋은 명절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어가는 것 같고 수많은 가사일에 서로 지쳐가는 한숨들만 늘어나는 추세인가 봅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의 얘기를 읽으시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혹 어떤 분은 욕을 하실 수도 있으나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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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산에 사는 40중반의 가장입니다.
제 위로 형님이 한분 계시고(서울에 거주합니다), 부산의 다른 구에 누님과 여동생이 살고 있으며 연로하신 부모님께서도 또 다른 구에 살고 계십니다.
저희 집안은 년중 제사가 5번 있으며 명절과 부모님의 생신 등의 가족행사가 적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안사람은 초기에(물론 지금도 그렇겠지만)서울출신으로 저와 함께 살면서 보통의 며느리들이 겪는 명절증후군을 심히 겪었다고 하겠습니다. "둘째 며느리가 뭘?"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정은 이러합니다.
저의 안사람은 결혼 초기에 부모님과 잠시 함께 살았는데 그 때부터 따로 살고 있는 지금까지 그 모든 행사를 어머님과 둘이서 했습니다. 시장가서 장보는 것부터 음식만들고 설것이까지 다 하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한번 들어보세요.
서울에 사는 형님과 형수는 몇년에 한번 내려옵니다. 고속도로에서 열몇시간을 가다서다 반복을 하며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 그래도 부보님이 계시는 곳이라고 오기는 옵니다. 보통 그들이 오는 때는 거의 집안일이 다 끝나가는 시간이지요. 지친 그들도 이해되지만 제 아내는 더 힘들었겠지요. 어머니는 간만에 오는 그들에게 싫은 소리 하기 싫어 제 아내에게 미안해하시면서도 다 시킵니다.또 누나와 여동생도 시댁에서의 행사가 끝나면 옵니다.그러면 어머니께서는 누나와 여동생은 그들의 시댁에서 열심히 일하다 왔으니 피곤하고 고단하니 일도 시키지 않으시고 당신이 직접 또는 저의 아내에게 시키십니다. 저 또한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좋은 날에 판깨기 싫어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위로만 해 주었을 뿐 크게 문제 삼고 싶지 않았고 아내가 불평을 하기전에 별로 대수롭지 생각했습니다.
형수는 의도적이라고까지는 하지 못하겠지만 다른 주방에서의 부자연스러움도 있겠지만 여하간 무지하게 더딥니다. 한마디로 느려터져 옆에서 지켜보면 열불납니다. 게다 형님이란 분도 "제수씨 죄송합니다. 고생많으십니다"는 요딴소리로 형수와 조카들 데리고 해운대나 자갈치 등을 구경하러 나가자고 합디다. 온 가족이 모여 웃고 떠들고 하는 사이에 제 아내는 때맞춰 식사준비에 술상에 설겆이까지 손에 물마를 새없이 주방에서 일만 했습니다.
차례끝나고 식사하고 설겆이하면 누나네 가족이 오면 똑같은 반복을 아내가 합니다. 좀 있으면 여동생네 식구가 또... 언제 아내는 친정에 갑니까?
못 갈 때가 더 많지요
느려터진 형수는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설겆이 하나 시켜 놓으면 날 샙니다(좀 과장해서, 보다 못한 어머님이 할 때도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더 억장무너지죠. 친정 온 누나와 여동생도 가끔 도와주기는 하지만 근성근성입니다.
근데 오래 전에 제보고 불평을 하더군요. 왜 자기만 모든 걸 다 하느냐고요. "미안하다, 당신의 마음 다 알지만 어쩌겠냐? 이해해라"해보지만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 그러한 사실에 저도 미안하고 가슴 아프더라구요.
그래서 이래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우선 모든 시장보기와 음식준비는 제 아내가 정말 정성스럽게 열심히 하되 제가 같이 동참하여 끝까지 같이 해주는 겁니다. 시장에 따라가서 물건도 사고 들고 다니며 고기비늘 치는 것, 도라지까는 것(이거 장난아닙니다, 온 삭신이 다 아픕니다), 콩나물다듬는 것, 각종 해산물 손질하는 것 등 아내의 일손을 확 줄여주는 것부터 했습니다. 그리고 밀가루나 튀김 옷 입히는 것, 설겆이도 옆에서 합니다. 심부름도 열심히 정말 군소리하나 없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내에게 덜 미안하지요. 그리고 간간히 아내에게 칭찬을 해줍니다. 수고했다, 고맙다, 역시 당신이 해주는 게 제일 맛있다 등등... 잠자리 들기전에 팔다리라도 주물러 줍니다. 정말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아침에 차례나 제사가 끝나고 나면 식사하고 설겆이(어머니나 형수 또는 제가 할 수도 있습니다) 끝나고 나면 아내에게 말 합니다. "짐 챙겨라"고 . 그리고 누나와 여동생 식구들 오기전에 처가로 갑니다. 처음에는 식구들 불만이 많더군요. 그러나 저는 "형수도 있고 누나나 여동생도 손은 장식용이 아니니깐 알아서 차려 먹으면 된다"고 하고는 아내가 뭐라고 하던 처가로 무조건 갑니다. 처가에 가면 처수씨가 한명 있는데 제 아내에게 "우리 여형제들처럼 하지말고 당신도 같이 하라"고 했습니다. 이러길 벌써 10여년이 넘으니 사실 별 탈이 크게 안 생기더라구요. 이젠 서로 자기 할 일들을 찾아 하더라구요. 그래도 작은 며느리의 손길이 대부분 차지하는 것에 아직 불만이 있겠지만 10여년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글을 읽어보고 그냥 제 얘기를 전하는 것도 괜찮은 것이라 적어 봅니다만 두서가 없어도 이해하세요^^
요점은 간단합니다.
우선 남편인 본인이 바뀌어야 합니다. 앉아서 술상차려라, 밥차려라 하면 절대 안됩니다. 무조건 아내에게 이해해라 해서는 더더욱 안됩니다. 음식장만에 함께 동참도 해야하고 설겆이도 같이 해주어야 합니다. 먹을 때 같이 먹고 웃고 떠들 때 같은 자리에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내는 주방에서 열심히 일하는 데 남편은고스톱치거나 티브이를 보는 멍청한 짓거리를 해서는 안됩니다. 나를 믿고 사랑하는 것이 혼자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둘째, 전국의 모든 어머님들은 당신의 딸만 시댁에서 고생하다 친정에 편히 쉬어러 오는 것이라 해서는 안됩니다. 어머님의 며느리도 친청에서는 귀히디 귀한 또 하나의 딸이 되는 것이잖아요. 지금 옆에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더 힘이 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요.
세째, 친정에 오는 여자분들, 맞습니다. 시댁에서 무척 힘이 들었겠지요. 그 무척이나 힘이 든 일을 손위나 손아래 올케들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 여자의 가장 편한 우군은 바로 여자분들 자신이란 사실을 직시하시길 바랍니다.
네째, 가끔 얼굴 내밀며 용돈 두둑히 드려 일 하나하지 않고 물질적인 것으로 생색내는 먼 곳에서 차속에서 힘들여 오르내리시는 형제들. 간만에 오니깐 여기저기도 보고 싶겠고 아는 친구들 만나서 씹은 소주나 막걸리도 하고 싶겠지만 잠시만 아내를 비롯한 가족을 위해 절제하는 도량도 가져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남편의 이해와 사랑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아내에게 남편의 믿음직함을 보여주는 즐겁고 풍성한 그리고 따뜻함이 가득한 한가위였으면 합니다.
우리 모든 아내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적어봅니다. 건강들 하세요^^
IP : 203.238.xxx.16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상에~
    '06.10.11 11:39 PM (210.221.xxx.64)

    이런분이 한국에 계시긴 하군요.
    환영합니다!!!!
    근데, 이런 글은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는(?) 아저씨들이 읽어야 하는데
    명절 지나고 골병 든 아줌마들만 읽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부디 주변분들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많이 많이 일러 주세요.

  • 2. 남자
    '06.10.12 4:42 AM (24.4.xxx.60)

    브라보~

    당신이 진짜 멋진 남자!

  • 3. ...
    '06.10.12 8:40 AM (220.77.xxx.236)

    남편 퇴근하고 오면 꼭 보여줘야겠네요
    저런 기특한 생각을 우리집 남자는 언제쯤 아니 평생 해보기나 할까요
    부럽습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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