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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이야기할 곳이 없네요.

힘들다ㅠㅠ 조회수 : 1,998
작성일 : 2006-09-07 15:14:16
제목처럼...누구에게 이야기 할곳이 없어서 매일 안방처럼 드나드는 82에 주절주절 얘기하려구요.

남편땜에 그러는데 제 마음이 너무 좁은건지...아직도 결혼한 주부로서 배포(?)가 크지 못한건지 판단이

서질 않네요.

결혼한지 7년되었는데요...요즘 남편이 너무너무 바쁩니다.

혼자 회사일은 다하고 사는지 두달동안 평일에 가족과 저녁식사 한번 못했고 주말에도 일하네 공부하네

하며 회사 나갑니다.

하긴...요즘 워낙 회사가 바쁜것 같기도 하고 그 바쁜 와중에 담주에 졸업시험(대학원 과정에 있어요)을

본다해서 저두 속상하긴 하지만  '본인은 얼마나 더 힘들까?' 하고 착하게(?) 맘 먹어주고 아침상도 엘리

사벳님 흉내내서 거~하게 차려내려는 노력까지했지요.

요사이 그렇게 살고 있었어요..

근데 어제 남편이 회사에서 지방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당일로 다녀온다고 했어요.  

차로 세시간 반쯤 걸리는 곳인데 저녁식사를 하고 온다고 6시쯤 연락이 와서 기다리다가 전화하고 싶어

도 돌아오는 차안에서 자고 있는데 방해될까봐 전화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12시쯤...너무 피곤해서 먼저잔다고...어디쯤 오나 궁금해서 메세지를 보내도 반응이 없어서 전화

를 하니....술을 먹고 있네요. 혀가 꼬였어요.

워낙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세시간 떨어진 곳에서 밤12시에 술을 먹으면...집엔 언제 온답니까?

술먹는 사실을 안 순간....이게 바로 '외박'이구나...싶어서 정신이 아찔해 지더라구요.

매일매일 바쁘다~바쁘다~하면서 일하고 시험공부하느라 집에 새벽 5시에 들어온 날도 있는사람이...내

가 전화하기 전까지 술먹고 노느라 집에 못들어 온다니....참 당황스럽더군요.

일단 택시를타건 어쩌건 6시까지 못들어오면 알아서 하라고 화내고 전화 끊고 생각해봤는데...웟 상사들

한테 붙들려서(어쩌면 남편이란 자가 잡았는지도 모르지만) 자기 할일도 못하고 저러고 있으면 힘들겠다

고 생각해'줬어요'.

그렇게 하니 그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 주겠는데....얼마나 가정에, 부인에게 성의가 없으면 술먹고 집에

도 못오고 밖에서 자게 됐는데 집에 전화한통을 안합답니까?

집에서 기다린다는거 뻔히 알면서....그 시간까지 술먹으면 집에 못간다는거 뻔히 알면서...저도 밤에 안

부 안묻고 그냥 잤더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나 놀랐을것이며....

보통때는 술먹고 집에 오게되면 전화를 하는데요... 제가 제일 화나고 용서할 수 없는게 이 부분이에요.

어떻게 부인에게 말한마디 안하고 외박할 수 있는지....입장바꿔 생각하면....그 사람은 이해할 수 있을까

요?

대부분 이런 문제로 많이 다툽니다. 후엔 항상 미안하다고, 자기가 모자른 부분이니까 꼭 신경쓰겠다고

하고....언제 그랬냐는듯....한마디로 그냥 입에 발린 사과이고 부인을 우습게 보는것 으로만 생각됩니다.

그래도 내일 하루는 살아야 하니까 누워서 벌렁거리는 가슴안고 잠을 청하는데....별의별 생각이 다 나데

요.

그렇잖아도 며칠전 친구가 굵은 흰머리도 뽑아주었고(저 33입니다ㅠㅠ) 갑상선이 좀 안좋다는말 병원서

듣고...이병엔 특히 스트레스가 극약이라고 어디서 들었는데....내가 정말 너때문에 죽는구나...하는 생각

도 들고....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도 아이고 뭐고 그냥 볼일 있다고 집나와서 잠적해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하자니 어디 가서 잘곳도 없고...증말 그럴까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너두 똑같이 그 심정 당

해봐야 알지....

아까 오후에 미안하다, 뭐 사랑이 어쩌고 하는 메세지를 보냈던데...저요... 이젠 하나도 안믿어요.

언젠간 또 그럴텐데요.

근데...더 슬프고 맘이 아픈건요....이런 제 아픈 심정을 어디다 하소연 할데가 없어요.

하루종일 가까스로 맘 다스리고 있었는데....아까 살돋에 어떤분이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찻잔 얘기 쓰신

거 읽다가 그거 핑계삼아서 엉~엉~ 울어버렸네요.    

남편이 연락안하고 외박한거....혹시 내가 너무 맘이 좁아서 그런건가...내가 너무 예민한건가...해서 누구

한테 물어보고 그 인간 흉도 왈칵 보고 제 맘좀 다스릴수 있게 어떤 얘기라고 좀 듣고싶은데, 처음 떠오르

는 친정엄마는 걱정하실까봐 얘기도 못하겠구 주변 엄마들에게 얘기하려니 다들바쁘고 괜히 흉이나 볼

거 같아서 어쩔줄 모르고 있어요.

남편직장땜에 결혼하자마자 타 지방으로 내려와서...이런 이야기를 할 '친구'도 없네요.

저요...앞으로도 이런 맘아픈일 있으면 어찌해야 하나요? 그런 사람 아니었는데....참....제가 불쌍하고 슬

픕니다.

남편이 저녁에 들어오면(오늘도 얼굴 못보고 잘지 모르지요) 어떻게 해야하고....그냥 더 무서우라고 무표

정하게 있을지....전 결혼해서 지금까지 남편을 사랑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하는데요....이젠 정말 포기해야

겠습니다.

그냥 월급봉투만 기다려야겠어요.

참...결혼해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이제는 저두 그렇게 살아야하나봐요. 막 눈물이 흐르네

요.          
IP : 219.249.xxx.24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9.7 3:18 PM (210.95.xxx.231)

    속상하신 마음은 이해하지만
    본인의 외로움 때문에 지금의 상황과 대처에 상당한 '오바'가 있는 듯 합니다.

    연락 안 하고 외박한 거
    이건 뭐 누가 말해도 신랑의 잘 못이죠.
    아무리 붙잡혀 있었어도 화장실 가서 전화할 수도 있는거구...
    그건 신랑의 100% 잘 못.

    하지만 이런 일 갖고
    다시는 남편을 못 믿겠다느니
    이제는 포기하고 살아야겠느니
    너 땜에 내가 죽느니 하는 것은
    님이 오바하시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 2. ..
    '06.9.7 3:25 PM (222.101.xxx.47)

    남편과 가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나자신이라고 생각해요...내가없으면 남편도, 가정도 다 무슨소용이겠어요...

    저도 그리하야..남편이 무단외박할땐 흘러간 옛유행가 틀어놓고 치킨시켜 맥주도 한잔하고 혼자 잘놉니다..

    잠자다가 새벽이나 아침에 남편이 들어오면 '오랜만이네..'라고 반겨주는 센스..

  • 3.
    '06.9.7 3:31 PM (221.158.xxx.220)

    저요 남편 안 믿고 살아요 ㅋ 하도 당해서리 .. 나는 머리 터져 죽겠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요즘엔 조금 정신 차렸나 잘하긴 하지만 또 그러면 안 살꺼에요 정이 뭔지 이러고 살긴하나
    제가 힘들어서 못살꺼같아요 원글님 맘 이해합니다 오바가 아니죠 안 당해보신분들은 모르실꺼에요
    저도 친구하나없는 타지역에 와서 사는데 남편이 더 잘해줘야지 밖으로 돌면 집에서 혼자 엉엉 웁니다 ㅠㅠ

  • 4. ....
    '06.9.7 3:37 PM (220.83.xxx.40)

    남편 가끔 밤10시쯤 전화해서 좀 있다가 들어갈께 그래요..그러다가 12시가 지나고 2시가 지나도 안들어오다가 새벽 4시-5시되서 들어올때가 있어요...
    첨엔 화나다가 이게 사고가 났다 걱정하다가 들어오는거 보면 놀다오는거라 화가 머리 끝까지 오릅니다.
    그럼 그 후로 한 이틀 입에 지퍼 채워서 말안해요...
    근데 이젠 그것도 지쳐서 늦으면 어디서 놀다오나보다 하구 무관심으로 대처하니..
    울신랑 이제는 나더러 너무하다구 그러고 자기가 알아서 일찍 들어오네요...

  • 5. ..
    '06.9.7 3:37 PM (211.176.xxx.250)

    혼자 노는 법을 배우세요..
    그렇게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남편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바쁜 꿀벌은 고민할 시간도 없다고 하지요..
    남편분은 아마도 너무 바빠서..다른 사람을 신경쓸 처지가 아닌가봅니다..

    모든게 완벽해서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돈도 잘 벌고 와이프랑도 잘 놀아주고..
    전화하는것도 안 잊어버리는 남자도..있을수도 있지만..
    그런 남자들이 어디 흔하겠어요?

    그럴때일수록 상황이 보이는 사람이 중심을 잡을수 있다 생각됩니다.
    저도 아이 둘이고 남편은 거의 12시가 땡치거나 어떨땐 내일 들어올때도 있는데..
    솔직히 안쓰러운 마음이 더 큽니다.
    그래도 일이 쌓여있어서 집에 와서 한참을 더 하다 잘때도 있거든요..

    외로움을 심하게 타시는 분들이 있으신거 같더군요...
    남편이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건데 너무 바쁘고 집안일도 안 돕는다고 투정하시는 분들..가끔 보면..
    근처에 있으면서 친구가 되드리고 싶은 생각도 든답니다..

    전 남편이 외부일에 전념할때.. 저도 집안일에 전념해봅니다..
    페인트도 칠하고 방석커버도 바꾸고...
    혼자 정리 이곳저곳 일을 크게 만들어서 해보는거지요..

    애들 둘로 바쁘고 그런 일로 바쁘다보면 저도 남편이 오기전에 쓰러져 자기 바쁠때도 있답니다..
    서로 그렇게 바쁜 과정도.. 젊은 시간 잠시 아닐까요..

    일로.. 공부로.. 나를 찾는 어떤것으로 인해 바쁜것도 젊을때 한때니...
    바쁜 직장이 있다는것을 감사하시고.. 뭐든 찾아서 해보시어요..
    에어로빅이나.. 서예모임이라든지.. 탁구클럽이라든지요..

  • 6. 토닥토닥
    '06.9.7 4:03 PM (221.164.xxx.16)

    지금 당장 월글님께 필요한건 그냥 위로겠지요
    그 얘기를 들어주는거겠지요

    다른사람들이 보기엔 저러는게 오바다 어쩌다 싶을진 몰라고 당장 그 새벽에 혼자 있으면 별의 별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요
    그런 마음을 그냥 있는 그대로 털어놓으신거고..

    이해합니다.
    섭섭하신 맘이 젤로 크다는거..그거 알 것 같아요
    그와중에 맘 터놀 친구도 없다는거 나를 더 외롭게 만들고, 자꾸 생각의 길로만 인도하지요

    그넘의 생각이라는게 특히 밤에 하는 생각이라는게 꼭 그 끝을 봐야 끝이 나잖아요
    한가지 사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점을 남기게 되죠
    그럼 정말, 그 밤이 너무너무 길고 외롭고 슬프죠..

    누구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생각만 하다보면 정말 그 끝을 알수 없을 정도로 상상의 폭이 커집니다
    여기 82에 와서라도 종종 이렇게 털어내 버리시고.
    윗님들이 말씀해주신것처럼 조금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보세요
    너아니면 나 죽겠다.. 앞이 깜깜해 지느고 실망이 크고, 섭섭해지고, 서러워지고..
    그런 맘이 더 들기전에,
    그 사람과 나의 거리를 인정하고 조금만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세요
    힘내시구요.

    남편분에겐, 진지하게 말씀을 나눠보세요
    지금껏 당신이랑 살아오면서 나 이런부분은 포기하고, 이런 부분은 감수하면서 이런 마음으로 살았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건 어떤거다.
    그런 부분을 당신이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
    조근조근 차분하게, 싸우지마시고 대화를 해보세요
    그럼 남편분도 본인이 얼마나 힘든지, 어떤 맘으로 그랬는지 털어놓으실테고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을거예요

    술한잔 하셔도 좋구요
    분명히 잘 풀릴듯 싶습니다 ^^

  • 7. 토닥토닥님
    '06.9.7 5:11 PM (220.83.xxx.25)

    원글님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분석도 정확하시고
    또 정말 포근하고 따스하신 분이시네요...^^*
    이런 댓글들이 82회원님들 한분한분에게 힘과 용기를 준답니다.
    원글님 마음 저도 그대로 겪어봤기에 충분히 이해합니다.
    여러분들의 조언대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남편에게 자신의 삶을 얹어두지말고
    스스로의 삶을 가꾸고 즐기는 법을 배우시는 것이 가장 시급한 듯 합니다.
    자신의 영역, 자신의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하다보면 남편이 연락없이 늦게 온다해서
    별별 생각 다 하며 괴로워하는 일은 없어집니다.
    원글님께서 하고픈 공부나 취미에 시간과 관심을 투자하세요.

  • 8. 새벽까지
    '06.9.7 6:45 PM (211.42.xxx.22)

    술마시는 남편을 기다리는 것이 힘들어 나만의 일을 찾는 것은 좋으나 무관심해 지는것은
    매우 무서운 일입니다. 40 이 지나고 50살에 접어들면 주위에 새벽까지 술마시며 즐기던 사람들 서서히 사라집니다.(표현이 좀심한가...) 암걸리고..심장마비로 새벽에 술마시다가 쓰러지고...제 남편이 지금 40후반인데 주위에 이런 사람 자꾸 생깁니다. 제 남편도 새벽까지 술마시는 부류였는데 저는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울면서 사정하고 ... 늙어서 혼자살기 싫어 결혼했는데 늙기전에 남편을 잃을순 없지않냐고 하면서...

  • 9. 원글이
    '06.9.8 5:13 PM (219.249.xxx.244)

    따뜻한 위로해주신 모든 분들...정말 고맙습니다. 신기하게도 글들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마음이 조금 안정되고 남편과 대화로 잘 풀었네요.항상 자기 잘못을 반성하긴 하지만....언제 터질지 몰라서...
    남편과의 거리를 조금 인정하는거...저도 연습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따뜻한 마음 보내주신 분들....복 마니 받으세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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