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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버님..

감사 조회수 : 1,567
작성일 : 2006-08-10 11:35:03
저희 아주버님 대종가 종손입니다.
40 중반인데 결혼 안 하셨고요. 앞으로도 할 생각 없다십니다.
아주버님 30 중반때 저희 부부가 20대 후반으로 결혼을 했고 저는 뜻하지 않게
종손가 외며느리로 10년을 살았어요^^;

제사에 명절에 그리고 종가 모임등등.. 결혼 할 때 아빠가 종부노릇 힘들 거라고
무척 반대하셨는데 정말 생각보다 힘들었지요.
그 까이꺼 못하겠어 하면서 제가 세상을 참 만만히 보기도 했고
아주버님이 결혼을 안 하시리라고는 생각은 당시엔 못 했었지요^^;

아주버님 말이 없으십니다.
남편은 명랑하고 자상하고 일일이 다 챙기는 스탈인데 아주버님은 겉보기 참 무뚝뚝하고
첨엔 저랑 얘기하는 걸 불편해하실 정도였어요.
형제가 참 다르더군요.
아이들이 태어나고 너무 예뻐하셔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본래 아이들을 워낙 좋아한다고 들었으니...그러려니 했어요.

지금 아홉살 울 둥이들...
없는 장난감이 없습니다. 아주버님이 사다 주신 거지요.
그렇게 사지 마시라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네요.(사실 전 그 돈이 넘 아깝더라고요.)
하지만 아주버님 유일한 낙이라 하시네요.

아이들이 원하는 건 얼마가 들어도 다 들어주시죠.
저희집 장난감방 엄청 났어요.
유행하는 로봇 총 자동차손님들이 보고는 다 놀라자빠지죠. 어린 손님들이 엄청 좋아하고요.
지금은 모두 정리하고 두 박스 남겼습니다.
애들 버릇 나빠진다고 중간에 제가 테클을 건 게 그 정도입니다.

안 바쁘실 때는 마트에서 장 봐와서 저희 냉장고 채우십니다.
고기 생선 미역 다시마 멸치 과일 종류별로...
한번은 영수증이 떨어져서 봤더니 12만원어치더군요.
매번 마트 봉지 두 장이 터져라 들고 오십니다.
돈을 드리고 싶어도 받지도 않으시고 ㅜ.ㅡ

아주버님이 저희 남편보다 잘 벌긴 합니다만
저희도 살만큼은 벌거든요.
그런데도 아주버님은 막내 동생네가 늘 안쓰러운가 봅니다.


지금 저희 주택 2층에 살고 있는데 아파트 살다가 여기로 옮겨올 때 무지 반대하셨어요.
돈 (당시 4천)줄테니 보태서 아파트 얻으라고 하셨지요^^; 살기 편한 데로 가라고..
시댁 어른들 모두 걱정 안 하시는데 유독 아주버님은 그러셨죠.
그래도 그 맘이 참 고맙더라고요.
저희는 3년 잡고 그냥 여기로 왔어요. 아주버님은 지금도 생각나면 돈 줄테니 이사하라고 하십니다.

얼마 전엔 집 얘기가 나왔는데 이번에 32평 정도로 분양 받는다 했더니
아이들 고학년 되는데 40평은 돼야 한다고 40평대 분양 받으라 하시더라고요.
그것만 해도 대출금 끼고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내가 사줘야지 하십니다.
저희가 부담스러워 싫다니까 아이들 생각해서 그런다고 받으라 하시네요.
아버님이 주시는 거라면 덥썩 받을 텐데...ㅋㅋ 말씀만으로도 참 고마웠어요.

작은 아이 눈이 나빠져 안경 맞춰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시고는 잠을 못 잤다고 하시고...
아이들 이 치료 비용 100 만원도 당신이 준다고 했는데 제가 안 받았어요.
아주버님께서 저희 아이들 아껴주시는 거 늘 감사합니다.

맨날 받기만 해서 죄송하기만 한 아주버님.
익명을 빌어 이런 저런 감사함을 여기에 늘어놓습니다.
IP : 211.197.xxx.189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머나!!
    '06.8.10 11:42 AM (61.102.xxx.111)

    입이 안 다물어 지네요
    정말 좋은 아주버님이십니다
    잘해 드리세요

  • 2. 세상에!
    '06.8.10 11:46 AM (211.196.xxx.138)

    그런 아주버님도 계시나요....^^
    증손가 외며느리로 힘드신거 아시나보네요.
    앞으로도 잘 사시길...^^

  • 3. 부러워요
    '06.8.10 11:48 AM (61.76.xxx.157)

    우리 아주버님과 장가 안간거는 똑같은데 극과 극을 달리는 군요
    좋으시겠다 정말 부러워요 우리 아주버님 님네 아주버님만큼 안해도 좋으니 저 몰래 저희 남편에게 빌려간 돈이나 갚았으면 좋겠어요 벌써 4년째인데 갚을 생각 전혀 없는듯 ㅠoㅠ
    부러워서 배 아플라 해요

  • 4. 우리
    '06.8.10 11:53 AM (218.155.xxx.194)

    아주버님은요,,,
    저희 동서네 그러니까 시동생네 아들만(장손이라고..-.-) 저리 챙기십니다.
    내색은 않지만 서운할때가 많아요. 이 좁아터진 속...
    가끔은 확~ 아들을 낳아버려? 하는 생각도 든답니다.

    어쨌든,,
    감사님은 참 좋으시겠네요.
    물질적으로 도와주는 것도 도와주는 거지만
    그것보다는 맘 써주는게 더 고맙지요.

    애들이랑 가족모두 행복하게 잘 사셔용~

  • 5. 부러워요
    '06.8.10 11:58 AM (220.118.xxx.16)

    정말 좋은 아주버님이시네요
    저희는 결혼한다고 돈 빌려달라고
    하는데...

  • 6. 진호맘
    '06.8.10 12:02 PM (211.34.xxx.7)

    좋으시겠어요. 남편도 자상하시구~'아주버님'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동생네가 해주고
    그 아이들이 종손 역할.....맡는다 생각하니깐 쟌~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좋으시겠습니다. 부럽습니다.~~

  • 7. 부러워요2
    '06.8.10 12:09 PM (222.99.xxx.248)

    미혼인 건 같지만...
    약정기간 남은 자기 고물 물건 떠 안기고, 자기는 새거 사고...
    보증이니뭐니...조카 어린이날 한번 안 챙기고...
    시아버지랑 쿵짜짝...미운 소리 대신 하고...
    사돈의 팔촌 친척 경조사에 자기는 한푼 안 내면서, 우리 보고는 가라가라...

    너무 비교되는 분이예요.
    하긴 것도 님 복이고, 제 팔자지요. -.-

  • 8. ㅡㅡ;
    '06.8.10 12:14 PM (210.106.xxx.180)

    우리 아주버님은 자기동생보다 다섯배는 더 벌어도..일년에 밥을 한번 사도 그 생색이 몇년갑니다.
    굉장히 잘난척은 하면서도...은근히 동생무시하죠.
    자기가 잘났음 얼마나 잘난건지..
    그러니 형수도 마찬가지구요.

    이런맘 먹으면 안되지만...저는 조카들 잘되라고 빌어주기 싫습니다.
    자기는 아들없고 우리가 아들 가져서인지 제 아이 안아주지도 않아요..

    원글님 아주버님..참 좋은 분이네요.

  • 9. ...
    '06.8.10 12:19 PM (59.23.xxx.148)

    아주버님되는 분의 입장에선 결혼도 계획에 없고 그렇담 더불어 2세계획도 당연 없을테니,
    종손으로의 책임과 의무를 동생네 부부와 아이가 감당해야하는것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있겠지요..
    하지만 어찌됐건 그만한 마음의 표시를 하신다니,감사할 일입니다.
    미루기만하고 나몰라라하는 못된 사람들도 있잖아요...

  • 10. 그럼요~
    '06.8.10 1:38 PM (222.98.xxx.163)

    가는정 오는정이라고 원글님이 잘하시니까 아주버님도 잘하시는 거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종부도 아닌데 종가에 와서 종손부 노릇이 얼마나 어려운지 종손된 입장에선 미안함과 고마움이
    맞물려 더욱 고맙게 여기시는거 같군요..
    님또한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 고마우신것 아닐까요...^^
    힘드는 생활이시지만 아껴주시는 아주버님 때문에 힘이 되시겠습니다..
    부.럽.습.니.당~!!!

  • 11. ..
    '06.8.10 3:07 PM (211.223.xxx.74)

    아이들에게 항상 큰 아빠를 친부모처럼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셔야겠어요.^^
    참 고마운 분이네요.

  • 12. 님..
    '06.8.10 5:05 PM (210.95.xxx.198)

    훌륭하신 아주버님 중매좀 하세요
    제 주위에 훌륭한 노처녀들 너무 많은데.. 도통 결혼할 생각들을 안하네요
    딱한가지 종손이시라..좀 걸리긴 하네요

  • 13. 이수미
    '06.8.11 11:40 AM (211.114.xxx.46)

    장가를 안가니 가능하답니다.
    장가가서 자기 살림꾸리고 또 부인이 있어 하고 싶어도 못하죠

  • 14. ...
    '06.8.11 5:16 PM (59.12.xxx.9)

    윗분들께서 제가 표현하고 싶은 말씀들을 다하셨네요.
    서로 서로 아껴주고 배려해 주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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