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면허학원 다닐 때 일입니다.
도로 주행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강사가 껄떡거리더군요.
목소리가 참 좋다면서 동생 같아 정이 간다나. 앞으로 **쪽 갈 때 있으면 전화할 테니 얼굴이나 보잡니다.
제 목소리, 비음 섞여 코맹맹이 소리에 발음은 혀짤배기입니다. 신체 최대 컴플렉스가 목소리건만 이게 뭔 헛소리.
그 자리에서 반 죽여놓고 싶은 마음 굴뚝이었지만 차를 세울 수도 없는 고속도로에서 어쩔 바를 모르겠더군요.
차 안에는 단 둘, 게다가 당장의 자리를 모면한다 해도 끝이 아니겠다 싶더라구요.
학원 강사니까 수강생의 정보를 볼려면 얼마든지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요.
수강 신청할 때 서류에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지는 물론 주민번호까지 다 쓰도록 되어 있었던 게 기억나더라구요.
해코지하려면 얼마든지 하겠구나, 거스르지 않는 게 최선이겠구나 싶어서 억지로 웃으며 칭찬 고맙다는 말로 어물어물 넘어갔어요.
그 날 당장, 쓰고 싶지 않았던 휴대폰 발신자표시 서비스를 그 인간 때문에 신청했습니다.
면허 따고 학원 그만 둔 뒤로도 진짜로 전화 수십 통 하더군요. 학교 앞이나 집앞에 찾아올까 봐 겁나서 길에 다닐 때마다 한동안 무서웠어요.
그러다 다른 수강생에게 껄떡거리기 시작했는지 잠잠해졌습니다만 지금도 그 때 생각이 가끔 나요.
내가 제대로 대처한 걸까, 그런 상황을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학원에 이야기해 다른 수강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확실히 조치를 취할 방법은 없었을까 싶어서요.
오늘,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유부남의 업무를 빙자한 껄떡거리는 전화를 받고 나니
갑자기 그 때의 학원강사가 생각나서 열불이 납니다.
생각 같아서는 마누라 있는 놈이 뭐하는 짓이니 이 미친 새*야 라고 외치며 엎어버리고 싶지만
당분간 얼굴 계속 보면서 일해야 하는 입장이고, 부인이 알면 껄떡거린 지 남편이 아니라 애꿎은 내가 욕먹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고.
(일단은 구설수에 오르는 것 자체부터 너무너무 싫어요.)
난 너랑 업무 이외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오라를 팍팍 뿌려도 모른 척 느물거리니 이거야 원.
그런데 문제는... 이 남자만 유난히 찌질해서 껄떡거리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사회생활 하면서 겪어보니, 총각이든 유부남이든 다리 셋인 것들은 상대가 치마만 둘렀다면 무조건 찔러보더라구요.
남자친구나 남편이 없다는 소리라도 들으면 당연히 더 심해지구요. 말 한 마디, 눈빛 하나까지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대놓고 따지다가 도리어 공주병 환자로 몰려 바보된 적이 있어서 이젠 웬간하면 말 섞기도 싫지만 당할 때마다 정말이지 열불납니다.
세상에는 분명히 반듯한 남자도 있을 텐데 왜 내 주변에는 찌질이에 왕자병 환자에 껄떡쇠에 미친놈들밖에 없는 걸까 친구에게 한탄했더니
친구 왈, 남자들은 다 그렇대요. 자기 남편도 은근히 그런 면 있다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전 자취해요. 친오빠 명의의 집인데 오빠는 유학 중이라 1년에 한 번쯤 다녀가고 거의 혼자 생활이죠.
동네 사람들이 부부인 줄 알더군요. 호구조사 나온 반장 아줌마는 대뜸 애기 안 가지냐고 묻질 않나;
처음에는 순진하게스리 구구하게 설명했는데 그러면 남녀 불문하고 취급이 미묘하게 달라져요.
은근히 깔보고 무시하거나(말투가 반말 비슷하게 바뀌는 등), 껄떡거리거나,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야겠다며 걱정을 빙자한 참견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연애는 몇 번 해 봤지만 앞으로는 할 생각이 없고 결혼에도 뜻이 없어요. 그러나 내 사정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요.
새댁이나 애기엄마나 아줌마나 사모님 등등의 소리를 들으면 요즘은 그냥 그런 척 넘어갑니다.
그래야 최소한의 대접이라도 받는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터득했거든요.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남편 있는 척 살아야 하나 생각하면 답답하지요. 여자 혼자라고 만만하게 취급하는 찌질한 생각들 좀 고쳤으면 좋겠어요.
전화 한 통에 주변의 온갖 찌질이들이 다 떠오르면서 새삼 화나네요.
구설수에 오르는 일 없이 화끈하게 엎어버릴 방법이 없을까요.
사내*끼들이란! 야 이 자식들아, 혼자 사는 어린 여자애라면 그저 만만해 보이지? 너희 같은 찌질이들이랑 살아 주는 여자들이 불쌍하다.
안 그런 남자도 많다고 부디 말해주세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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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이들의 추억;;;
쳇 조회수 : 764
작성일 : 2006-07-26 17:49:55
IP : 211.178.xxx.13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극소수
'06.7.26 6:18 PM (222.234.xxx.103)솔직히 안 그런 남자도 있죠.
근데, 극소수에요. ㅎㅎ
예전에 H대 강의 나갈 때 출퇴근 교직원 버스를 이용했더랬죠.
서울 바깥에 있는 학교라 버스 이용하는 교수들이 많았어요.
근데 이거이 진짜 가관입디다.
미혼인 줄 알면 옆에 앉아 그 긴긴 시간 내내 치근덕거리질 않나.
교수 휴게실도 마찬가지였어요.
나중엔 ** 학장이란 분도 선후배 관계를 빙자해서 치근덕.
그때 생각하면 진짜 지금도 짜증니다.
누가 교수에 학장에 학벌 좋은 분들께서 그런 줄이야 상상이나 하겠어요.
집에 있는 아내야 당연 모를 것이고.
두 얼굴의 사나이들, 찌질이들은 오늘도 거리에, 학교 캠퍼스에 흘러 넘칩니다.ㅎㅎ2. 맞아요~
'06.7.26 6:36 PM (222.115.xxx.30)흘러 넘칩니다~
훠이 훠이~3. 쳇
'06.7.27 4:13 AM (211.178.xxx.137)원글입니다.
제발님, 속상해서 한 소리인데 콧대센 공주병 환자 취급받은 것 같아 좀 그러네요...
연애와 결혼에는 뜻이 없다고 이미 글에서 밝혔습니다만.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고 못 만나고와는 상관없는 이유가 있습니다만 그것까지 일일이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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