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맞벌이라 초1인 아이의 오후시간이 문제였습니다.
여러 학원을 보내어도 오후 시간 채우기엔 좀 버거웠고,
친할머니가 계시긴 하지만 아이는 학교갔다오면 어디로 사라졌는지, 할머니는 항상 찾으러 다니고,
할머니 말씀 안 듣고, 늦게 퇴근하는 엄마는 책 한 줄 읽어주지 않아서,
아이의 지적 발달은 또래에 비해 늦는 듯 하고...
엄마가 전문직이면 뭐합니까? 엄마가 24시간 대기하는 사람이랑 틀리니...
어느날 가정통신문이 왔습니다.
저소득층 및 맞벌이 부부 자녀를 위한 방과후 교실을 개설한다구요.(초1,2대상)
잘되었다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그 통신문이 여러번 집으로 오더군요.
25명 예정인데, 신청을 안한다구. 좀 해달라구.
예정보다 늦게 방과후 교실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딸아이가 친구를 데리고 우리집에 오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그전에도 데려왔지만, 이번의 친구는 한번 오면 안갑니다.
저녁을 차리면 자기가 먼저 와서 앉습니다. 혼자서 냉장고를 열어서 먹습니다.
집에 가라고 하면 안갑니다. 우리 아이가 저녁에 학원갈 시간이 되어도 같이 놀자고 합니다.
8시가 넘어 어두워져도 집에 가지 않습니다.
어린 여자아이가 어두운 시간에 혼자서 집에 보내기엔 왠지 불안한데도 집에 안 갑니다.
그 부모님께 전화를 하니, 아버지가 받는데, 왠지 우리집에 오래 있기를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가 어렸을 때 하늘나라로 갔다는군요.
방과후 교실의 담당교사를 만났는데,
그 아이가 애정결핍이 좀 있고, 그래서 친구에게 많이 의지한다고, 가끔 엄마를 보고 싶어한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갑자기 제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메여서 말이 안 나왔습니다.
그 어린 것이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애처로움에 저절로 눈물이 나오더군요.
그 아이를 귀찮아하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방과후 담당교사가 그러더군요. 방과후 교실에는 결손가정이나 조부모손에 육아가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구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괜히 불안해지는 것은 왜 일까요?
지금은 더이상 방과후 교실에 가지 않습니다. 다른 이유보다는 아이가 더이상 갈려고 안하더군요.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판소리, 피아노, 미술 등등을 배우고 싶답니다. 방과후 교실 생활은 전문적으로 안 가르쳐 주니깐 심심하다네요.
그 친구는 지금도 가끔씩 옵니다. 한번 오면 8시, 9시 되어야 겨우겨우 마지못해 집으로 갑니다.
저도 저녁에 퇴근해오면 살림하랴... 여러가지 지치는데, 두 아이가 집을 북새통으로 만들어놓고, 게다가 큰 아이와 큰 아이의 친구들까지 우리집을 점령합니다.
서로 어울리는 것을 막거나 이상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마음 한켠에 아이의 친구가 반듯하기를 바라는 것은 분명한가 봅니다. 그러나 그것의 기준이 외부적인 조건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아마도 우리 아이 역시 부모가 맞벌이라서 기피대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친구가 저보고 한심해 하더군요.
너는 어떻게 저소득층 대상으로 모집하는 곳에 아이를 보내냐?
정말 용감하다. 그 말이 씁쓸하면서도 내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모의 이기심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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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친구? 저도 나쁜 사람이랍니다.
효 조회수 : 1,045
작성일 : 2006-07-03 00:39:18
IP : 58.102.xxx.16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6.7.3 9:14 AM (219.252.xxx.227)부모의 그 이기심을 그대로 본받는 아이들이 무섭더군요..하던 놀이방이 힘에 부쳐..초등학생들의 방과후 탁아를 해줍니다..제게 오는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함께 묻어오는 그 친구들까지..늘 북적북적한 하루를 보내지요..아이들을 가만히 보자면..몇평대의 있고 없음이 아니라..엄마와 함께하는 그 시간에 따라 성격이 다르더군요..엄마의 이기심..편견이 그대로 반사되는 아이들 모습에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2. 원글님...
'06.7.3 9:19 AM (221.164.xxx.187)긴 글 잘 읽고..일부러 로그인 했어요.
넘 착하시네요. 애들과 더불어 늘 행복하세요.진심임다.
그 이쁜 맘의 마음 ..애들이 다 보고 배워서 앞으로 정말 좋은 인생길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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