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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소리 듣는게 죽기보다 싫은 나

의욕이 없다 조회수 : 1,548
작성일 : 2006-05-24 19:28:26
누구나 유독 못견디는 부분이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싫은 소리 듣는게 죽기보다 싫다.
서른이 훌쩍 넘어 결혼했건만 결혼 직전까지도 놀러 나가서 11시를 넘기지 않고 귀가했었다.
왜냐고?   늦었다고 화난 표정으로 안좋게 쳐다보는 아빠의 눈초리가 싫어서..


나도 시누이들 하는 말, 머리로는 그럴만하다 이해도 하고 어쩔 수 없다 위로도 하고 빨리빨리 잊어버리고 싶다.
근데 한번 전해 들은 싫은 소리는 아무리 머리로 이해하고 넘기려고 해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서 며칠은 내 의욕을 떨어뜨린다.
어쩌다 일찍 집에 가서 쉬고 싶어도 이제 돌지난 애기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
매일 11시 넘어 퇴근하는 엄마라 하루 보는 시간 기껏 길어야 한시간인데 그럴 시간 있으면 애랑 놀아야지 싶고, 일찍 퇴근한거 시누이들이 어쩌다 알기라도 하면 한가한줄 알고 자기 부모님들한테 안들여다 본다는 소리 할 것만 같다.
결론적으로 차라리 피곤해도 회사에 있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왜 이렇게 사나 싶기도 하고..



나도 주중엔 애 맡기고 일하느라고 힘들고 주말엔 친정에도 가고 애 보면서 쉬기도 하고 밀린 빨래도 하고 나름대로 정말 바쁘다.
근데도 시부모님께 기대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시누이들의 말을 자꾸만 전해 듣게 된다.
마음이 없는게 아니다.
나 배 불러서도 평일에 퇴근후부터 새벽까지 이것저것 반찬하고 국 끓여서 주말이면 서너가지로 봉지 봉지 아버님 일주일치 국과 반찬 해서 나르곤 했다.(그땐 아버님이 수술후 퇴원하시고 집에서 간병하실때라 식사 준비할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 전에도 이런저런 밑반찬들 잘 해다 드렸었다.
애기 낳은 이후로 하고 싶어도 못한다.
사실 피곤하기도 하고 애가 바지 가랑이 붙드는 상황에 애 데리고 뭐 한가지 하기도 어려우니 시작할 엄두도 잘 못낸다.
애 한번 낳아본 적도 없는 시누이들이 나의 이런 상황 절대 이해할 리 없다.
자기 부모님한테 잘 좀 했으면 좋겠다는 말 어제 또다시 전해듣는다.


요 며칠새 전해 들은 말..

울 큰시누이 울 남편이 장남이니 둘째는 아들 낳아서 제사 모셔야 한다는 말 했단다.
그러는 본인은 결혼은 했지만 애는 낳기 싫다는 No kids 주의다.
아주버님 역시 장남이지만 시어머니가 교회에 다니시니 제사 부담 없고 아주버님과는 애 안낳기로 합의된 상태이다.
그래, 본인 입장에서 자기 친정 생각하는 말과 의견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나에게 그런걸 바란다는 거 자체가 화딱지가 난다.

울 작은시누이, 위에 말처럼 평일에 시간 없으니 주말에라도 와서 자기 부모님과 시간 보내고 밥도 좀 하고 해서 어머님 일손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자기도 딸이면서 자기나 좀 그렇게 하지 하는 생각부터 든다.
물론 애기 낳기 전, 지금처럼 가까이 살지 않고 멀리 살아서 일주일에 한번 찾아뵐때에 비하면 솔직히 내가 아무래도 무심해졌다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나 정말 심신이 고달프다.


울 남편, 보통 나보다 한시간은 늦게 퇴근한다.
우리 부부, 집에서 만나는 시간 보통 새벽 1시반이다.
토요일도 근무하고 일욜에도 회사 갈 때가 많다.
나는 당연히 회사 근무 시간 빼고 남는 시간에는 집안일, 애기 보는 것 모든 것을 맡아야 한다.
나 시누이들 얘기 하면서 기분 상할까봐 솔직히 나도 힘든데 그렇게 말하는 건 좀 그런거 아니냐 했다.
울 남편, 내 입장 인정은 해주면서도 나의 이런저런 이유들이 잘 못하는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라고 한다.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하는 나는 꼭 그런 상황에 그렇게 이성적으로 말해야 하는지 정말 열받는다.

그래, 엄밀히 얘기하면 위에서 인정한 것처럼 예전보다 잘 못하고 무심해졌다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나도 힘들단 말이다.
나 결혼전엔 웬간해서는 절대 힘들다는 소리 안했다.
거의 1년동안 일주일에 사흘씩 밤새고 주말에도 일하고 스트레스 정말 만빵인 프로젝트 할 때도 힘들다는 말 단 한번도 안했었다.
힘들어 힘들어 한다고 안힘들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런 말 하는 사람이 더 이상해 보였었다.
근데 그런 내가 애기 하나 낳고 나니 내 입장 몰라주는 사람들 때문에 내 입에서 그 싫은 죽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래, 지금 이런 말들도 자기합리화일 수 있지.


에잇, 모르겠다.
잊으려고 해도 자꾸 생각나고, 회사일도 뜻대로 잘 안되고, 자꾸 짜증만 나고 이런 상황 정말 싫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오늘 퇴근하면 밤에 장아찌 담고 금요일엔 닭불고기 양념 재워서 토욜에 시부모님 갖다 드려야지 이런 계산을 하고 있다.
아, 정말 짜증난다.
결혼한 여자들은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거냐고!!!!!
IP : 211.42.xxx.12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5.24 7:52 PM (221.143.xxx.247)

    님 남편분 늦게 온다는 이유로 가사 일에서 배제시키셨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입니다.
    자기가 애기 씻기고 밥 먹이고 집안 치우는 거 해보면 소홀해 졌느니 자기 합리화니 그런 소리 안나옵니다. 아프다고 하고 날 잡아서 드러누워 버리세요. 집에 드러눕지 마시고 병원 응급실 가셔서 링겔 꼽고 누워 계세요. 남편더러 님이 평상시 하던대로 해보라고 하세요.
    날 잡아 드러눕는거 외엔 수가 없어 보이네요.

  • 2. .
    '06.5.24 7:58 PM (152.99.xxx.11)

    저도 다~ 공감합니다.

    저는 6cm 굽은 신어줘야했는데, 무조건 볼 넓고 낮은 굽 신발 신구요,
    운동화도 아주 애정합니다.

    가방은 무조건 키플링이나 레스포색으로 사시사철.
    명품 가죽가방 집에서 잠잡니다.
    가죽가방 들고나갔다오면 어깨가 아프고 팔뚝에 근육잡혀요.

  • 3. elija
    '06.5.24 8:01 PM (220.121.xxx.138)

    결론을 먼저 말씀 드린다면 이상태로 사시다가는 폭팔하십니다 이미 내부는 터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요구할때 거절하는것이 큰 잘못아닙니다 특히 시댁과의 관계는 하루 이틀 할것이 아니므로

    그들이 원하는대로 계속해 주면 그들은 님에게 계속 요구할것입니다 풍선에 가스가 차면 터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 정도에서 마음을 추스리시고 나쁜여자가되세요 제가 그렇게 살았더니 나이 오십에

    병만 남았어요 큰 소리 내고 싸우라는 얘기가 아니라 과도한 요구에는 응하지마세요

    내가 행복해야 주위 사람들에게도 뭔가를 줄 수 있습니다.

  • 4. **
    '06.5.25 1:36 AM (218.149.xxx.8)

    님 병나실거 같아서 제가 다 걱정입니다.
    그냥 이번주 시댁 가시지 말고 쉬시면 안될까요??
    휴~

  • 5. @@
    '06.5.25 9:23 AM (59.4.xxx.164)

    전형적인 착한 여자모습인데요.저희엄마가 사람들에게 서운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냥 나하나 참으면되지 하면서 지내셨거든요.지금도 그래요.그러니까 다들 뭐든지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같이 사시는 저희아버지도 무시하고 알아주지도 않는데 남들이라고 알아주시겠습니까??
    곧 60이 되어가는데도 자기주장한번 못하고 남들 편해라고 사시는모습 보면 정말 속상하고 화나는게 한두번이 아니거든요.님도 말씀하시고 무리다고생각하는것은 선을 긋고사세요.
    본인 정신세계가 편해야 자식도 이쁜법이죠.ㅠ.ㅠ
    울엄마 우리들 참 많이도 패고(^^)사셨어요.화를 자식들에게 푸신거죠.
    이것도 결혼전에는 절대로 이해못했는데 저도 자식낳고 살다보니 엄마의 맘을 알았습니다

  • 6. 나도 같은과
    '06.5.25 9:25 AM (211.192.xxx.58)

    정말이지..
    모두에게 완벽한자가 되고싶고..
    넌 왜 그러니..그 소리가 싫어서
    종종거리는데
    나만 힘들어요..
    힘든가운데서 하는거 모르고
    더많은걸 요구하고..

    한번 배째보세요..^^
    편안하더라구요..ㅎㅎㅎ

    요즘은 누가 나에게 더..이러면
    되받아칠 말까지 준비하는데
    만만하던 아이가 덤벼서인지.
    아무도 안건드네..쩝..

  • 7. ....
    '06.5.25 9:26 AM (61.40.xxx.19)

    시누의 말 귀담아 듣지 마세요.
    의미 없어요. 그리고 시댁에 잘 해야한다는 생각도 버리세요.
    나쁜 며느리에 대한 묘한 컴플렉스 같은 것도 집어던지세요.
    잘 할 것도, 묫한 걸도 없습니다.
    나 힘닿는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착하다는 말 들을려고 아둥바둥 해봤자, 시댁쪽의 요구만 자꾸 커질뿐 입니다.
    사람은 정말 잘해주는 것 모르는 존재같더라구요.
    해줄주록 양양... 이것은 시댁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통하는 말 같아요.
    신경 끄시고,,,
    대신 남편분한테 시댁에 대한 불만 일체 말하지 마세요.
    혹시 남편이 누나들 얘기 듣고, 불만을 이야기하더라도
    핏대 내지 마시고 웃으면서 "난 할려고 하는 건데..." 정도로만
    대꾸하세요. 물론 속으로는 열불이 터지지만 목욕탕에 가서
    물 틀어놓고 마구 욕하세요.
    이런 부분으로 백날 싸워봤자 아무 실익이 없더군요.
    절대 시댁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지도 말고, 시누 얘기로 열받지도 마시길 바랍니다.

  • 8. 동심초
    '06.5.25 10:10 AM (220.119.xxx.191)

    결혼 생활을 몇년 했던 님과 같은 불만으로 많은 며느리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겁니다
    결혼 생활 20년 지금 제 생각은 좋은말을 기대 하지 마세요 아무리 잘해도 좋은말 해주는 시댁식구 별로 없습니다 잘하는것은 그냥 당연한것이구요
    자기들 기준으로 못한다고 생각되면 말 많습니다
    많으면 많았지 나는 모르겠다 나하고 싶은대로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시간과 여건이 될때 성의껏 하세요
    시댁식구들에게 내가 요즈음 이렇게 힘들다는걸 오바해서 표현하세요
    회사에서도 잘릴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아마 아무소리 못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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