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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자신있어요.

우먼맘 조회수 : 816
작성일 : 2006-01-18 10:11:39

몇달째 생각만할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초등학교 들어갈때까지 그네를 못 탔습니다
동네애들 다 일어서서 그네뛸 때
덜덜 떨면서 앉아서 슬슬 타기 시작했지요
초등학교 들어가서..
친구들 다 정글짐 올라가서 얼음땡하고 놀 때면
저는 이상하게 머리도 잘 아프고
배도 잘 아팠습니다(빠질핑계)
친구들이 다방구하고 개뼈다구 놀이를 할때면
이상하게 꼭 집에 뭐 두고 온 게 생각나고
엄마가 보고 싶고 그랬지요
친구들과 고무줄 놀이를 할 때면
서로 안 데려가려는 깍두기였습니다
(특히 두줄고무줄할때)
중학교 가서 체육시간에
다른 친구들 다 피구할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넘넘 착하게 시리
무거운 물주전자 들고다니며
물로 그린 금이 지워지기가 무섭게 가서
물부어가며 선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진짜 이유는? 공이 무서바서~~피구 안 할라고
날라오는 공을 피하는데 성공해본 적이 없습니다...둔해서리)
중3때 처음으로 바이킹을 타봤습니다
눈물콧물이 범벅이 되어서
다 멈추고도 혼자 내리지를 못했습니다
단체로 유치원서 견학온 애들이 보고
저 언니 왜 그러냐면 놀렸습니다
대학들어갈 때도,
저희 집 식구들이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릅니다
혼자서 전철타고, 버스타고 어떻게 학교에 다니겠냐고 말입니다
저희 오빠가 친절하게도
전철에서 내리거든 3번출구로 나가라,
나가서는 오른쪽에 빵집이 있는지를 꼭 확인해라,
집에 오는 길에 정문에서 버스를 타거든
꼭 3정거장을 세고서 내려라...
초등학생 길 가르치듯이 일일이 알려주고
처음 며칠은 직접 데려다주었습니다

#운전을 배우기로 결심하다

쉬는 날 마트 한번 가려면
며칠 전서부터
어머, 식용유가 떨어졌네..
귤 한상자 산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다 먹었잖아,
아요, 애들 먹일 찬거리 떨어졌는데, 또 뭘 해먹이나..
하면서 신호탄을 쏘아올렸습니다
그리고 하루전서부터는 남편의 비위를 맞췄습니다
기분 나쁠 일도 안 만들고 호호홍~하다가
자기야, 우리 까르푸좀 갔다올까?
그랬답니다
친정에 갈 일이 있을 때는
더 저자세로 나갔습니다
애들 데리고 혼자 못 움직이니
차 얻어타려면 할 수 없는 노릇이었죠

어디 멀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피곤해하면서 말합니다
누구는 좋겠다, 기사(남편)두고 살아서...
나도 누가 운전해주는 차 타고 싶다..
기사? 왠 기사? 저렇게 도도한 기사가 다 있습니까?
내가 당신 기사노릇을 해줄테니
당신도 내 비위 한번 맞춰보시오~~

#운전을 시작하며

나이 서른이 넘어서 운전을 배우는데
학원강사가 도로 주행 코스를 알려주더군요
3일째 같은 코스로 돌고서 학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제가 어리버리 길을 잘 몰라서 당황스러운 마음에,
여기는 처음 가는 길인 것 같은데요... 그랬습니다
그 강사분이 황당해하며 웃더니
그럼 하늘로 날라서 갔나보지요...
이 길을 통과하지 않고는 학원으로 돌아가는 길이 없는데요...
하더군요
제가 너무 *팔려서,
이사온지 얼마 안 되서 이곳 지리를 잘 모르네요... 그랬습니다
(사실은 그 동네에서 5년 살았습니다)

저희 남편이 제가 면허를 따겠다니까
첨엔 말리더군요
길눈 어둡고, 운동신경 둔한데다가
겁까지 많아서 삼박자를 다 갖췄는데
뭘 믿고 운전을?
여보, 당신이 운전하면 내 수명이 짧아진다오...

제가 사는 곳에서 행당역까지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날씨가 어찌나 추운지
양말도 두개씩 껴신고
내복도 두개씩 껴입고 다녔습니다
남편은 제가 왕복3시간이나 걸려서
그곳까지 가는 걸 이해를 못 하더군요
뭘 연수를 받냐, 그냥 몰고 다니다보면 다 하는 걸..
연수를 받으려면 가까운데서 받지,
애들치닥거리 하느라고 피곤해서 겔겔대면서,
날도 추운데 기운도 좋다...

아침에 눈도 못 뜨는 애들을 채근해 깨워서
밥 먹이고 씻기고, 머리빗기고, 옷 입혀서 내보내려면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습니다
내복에, 양말에, 코트에, 모자, 목도리, 신발에,(휴우..)
어린이집 가방까지 다 챙기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하더군요
숨 고를 새도 없이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가서
버스타고, 전철타고, 또 전철갈아타고,
그렇게 다녔습니다
(힘들어서 입이 다 헐었답니다)

날마다 잔뜩 긴장하면서 행당역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아... 오늘도 무사(?)해야할텐데...
근데,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면서 맞아주시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녹았습니다
분명, 무척이나 어리버리했을텐데도
야단도 안 치시고(도를 닦으셨나봅니다)
격려해주시면서 친절하게 가르쳐주셨지요
선생님이 우리는 특공대다 그러시면
저절로 몸과 맘에 기합이 들어갔습니다

북악스카이웨이 갔을 때랑
골목 B코스 하고서는
낙심이 되었습니다
어찌된게 할수록 운전이 더 어렵게 느껴지고
갈수록 더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선생님이
자동차전용도로, 시내도로, 커브, 골목 순으로
운전이 더 어렵다고 하셔서
이해가 되었습니다
점점 더 어려운 코스를 지도해주시는
깊은 뜻을 알수가 있었으니까요

처음엔,
이분,
너무 특이하신 거 아냐?
그랬습니다(~하~하~하~
저도 이거 꼭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하~하~하)

저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이마만큼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부심을 느끼시는만큼,
책임감을 느끼시는 만큼,
정말 최고로 가르쳐주셨습니다
몹시 추웠던 이 겨울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도 열심히 연습해서
최고의 제자가 되어야겠는데,
ㅠ.ㅠ 자신이 없네요
하지만, 저같은 사람이 운전을 배웠으니
세상에 못 할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도 화이팅~
여러분도 화이팅~
저도 화이팅~입니다요
IP : 222.109.xxx.14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행당역^^
    '06.1.18 10:30 AM (220.116.xxx.113)

    황금색 베르나로 연수하셨나요?? ㅎㅎㅎ 반가운 맘에 로긴 했습니다. 북악스카이웨이. 남한산성. 성수동뒷길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길거리까페에서 마시던 자판기 커피도.... 이제 자신이 생기시지요??
    제가 마흔이넘어 공부한것중에 가장 쓸모있는것은 컴퓨터랑 운전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거든요.. 윤선생님 안녕하시죠??

  • 2. 알려주세요!
    '06.1.18 10:34 AM (210.94.xxx.38)

    담달부터 운전 배우려고 가슴 덜덜 떨고 있는 두 아이 맘입니다...
    너무 겁이 많아서 정말 좋은 강사분 만나야 되거든요...
    어떤 선생님 이신지 정말로 알고 싶네요.. 꼭 알려주세요....

  • 3. ....
    '06.1.18 10:43 AM (221.138.xxx.143)

    같은 글을 양쪽게시판에 올릴 이유 있나요?

  • 4. 흠...
    '06.1.18 11:21 AM (218.48.xxx.38)

    이런저런에 올리신 글 회원정보엔 '신세대 남'이시라면서
    여기 이름 올리신 건 왠 맘...

  • 5. 지금은..
    '06.1.18 12:52 PM (222.238.xxx.207)

    이름이 <이곳~~~~>으로 바뀌어져 있네요..아까는 <신세대 남>이었나 봐요??

    잠시 후엔 뭐로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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