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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컸어요. 그 울보가....

엄마 조회수 : 658
작성일 : 2005-12-02 12:54:00
우리 딸아이 정말 울보였습니다.
그냥 울보가 아니라 울음 첫꼭지부터 숨이 넘어가서
모르는 사람은 애를 잡는줄 알만큼 거세게 우는 아이였답니다.
게다가 얼마나 잠도 안자고 사람을 괴롭히는지
지금 생각해도 우는 것만 생각날 만큼 그런 아이였습니다.
한번은 오빠가 운다고 사람들이 오빠보고 "짠보"라고 부르면서 놀렸더니
"내가 짠본데 왜 오빠보고 짠보라고 해, 엉엉엉"
하고
지 오빠 영어 이름(Benjamin)을 자기 달라고,
"내가 Benjamin할래!"
하고 울고
자다가 덥고자던 이불이 뒤집혔다고 울고....
또 오빠하고 자기하고 얼마나 사사건건 비교하면서
조금의 손해나 불공평을 못참는지
엄마인 나도 화가 날만큼 그리 잘 따지는 아이였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식이 냄비를 베고 자는것을 보고
"아하 이놈이 창의성이 있겠구나!"
했다는소리를 듣고
이 녀석이 사회 부조리를 개선하겠구나,
여성운동의 시켜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맘을 달래가며 아이를 키웠는데
그러던 녀석이 학교 들어가면서 얼마나 얌전한지
어디가서 말도 잘 안하고 엄마 치마폭 휩싸고 숨고 이러더라구요.
그 울음의기세는 어디갔는지.
차라리 울고 항의하던 때가 그리울만큼
그리 되어서 오히려 속상했더랍니다.

그런데 중3 짜리 이 아이가 오늘 엄마를 감동 시켰답니다.
학교시험 문제가 잘못 출제 된 것 같아
(어른인 제가 봐도 잘못된것은 맞더군요.
자세한것은 생락하지요. 제 아이가 알려질까봐)
담당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0.5점짜리 가지고 왜 그러느냐.'
'다른 애들은 아무 말도 안하는데 너는 이상하다.'
이러고 혼이 난 모양입니다.
선생님들이야 골치 아프시겠지요.
그것 하나 가지고 채점을 다시 할 수도 없고
항의하는 애도 한놈 뿐이고....
우리 딸아이 어제 못내 괴로워하더니
오늘 문제지와 교과서를 들고 교장 선생님께 찾아 갔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저한테로 전화가 왔더라구요.
미안하시다면서, 아이한테 고맙다고 하셨대요.
"따님이 잘 봤습니다. 잘못 된 것 맞습니다. 담당 선생님도 사과하셨습니다."
저도 그 전화를 받고 참 기뻤습니다.
울고 항의하는 아이,  크면 다 쓸모가 있는 모양입니다.
IP : 203.230.xxx.11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대견하시겠어요..
    '05.12.2 1:56 PM (218.144.xxx.112)

    따님이 대견 하시겠네요.. 내가 볼때는 마냥 어린이라도 나가서는 자기 할일을 다 합니다.
    앞으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2. 잠오나공주
    '05.12.2 8:57 PM (59.5.xxx.85)

    조목조목 얼마나 이쁘게 잘 따졌으면(표현이 이상하지만) 교장샘도 전화까지 주셨을까요..
    왠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씩 하나씩 행복 느끼시는 모습 보면서 부모님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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