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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인지 자꾸 마음이 아픕니다

소심녀 조회수 : 770
작성일 : 2005-11-06 03:37:06
어릴 적부터 성격적으로 약간 소심한 면이 있고, 남자에 대한 적대감이 있었습니다.
첫사랑에 배신당한 후로 남자는 어차피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서 7년째 살고 있습니다. 아이는 둘이구요.
그런데...지금 너무 힘듭니다. 경제적인 것도 식구가 느니 어려워지구요, 무엇보다 성격이 맞질 않습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에 밖에서 들어오면 늘 피곤하다며 아이들 한번 안아주고 자러 들어갑니다.
주말은 침대에 누워 반나절을 잡니다. 전 애들 둘 보면서 밥 해대고 청소하고....지겹다 못해 아예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차마 애들 얼굴 보면 그렇지도 못하지만요.

어느날 인가부터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습니다. 모유 수유하면서 거의 못 마시다가 분유로 바꾸면서
조금 마시기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두세번은 쓸쓸하게 혼자 마시는 것 같습니다.
아이도 아직 어리고 힘들 때라는 건 알지만 인생이 왜 이렇게 지겨운가 싶습니다.
내 일도 없고 전업주부라는 게 뭐 대단한 일이겠냐고 생각하는 남편(일이 아니라 의무랍니다)이 싫다 못해 늘 이혼을 생각합니다.
마음 속으로만 하는데 이젠 점점 그 감정의 골이 깊어집니다.
성실하고 술 안 먹고 돈 벌어오지만 배우자인 저를 무시하고 우습게 생각합니다.
살림 못 한다고 늘 잔소리하고 다른 친구들 부인하고 비교합니다.

그런 중에....
3년 전에 우연히 만난 사람이 있었는데 정말 제가 찾던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사적으로 만난 사이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는 관계입니다. 한번 그렇게 안면이 있던 것 말곤 3년동안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우연히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 역시 어떤 공적인 문제로 만난 사이라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 일에 관계된 부분만 대화를 하고
마는데....점점...남편과 비교가 되는 겁니다. 어떤 이성적인 감정이라기 보다는...뭐랄까...제가 존중
받는다는 그런 느낌인데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하긴 제가 이분과 배우자로 만났으면 또 남녀간의
수직적인 구조가 되서 (돈을 버는 사람과 타서 쓰는 사람...) 지금의 남편과 비슷한 상황이 또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의 나이도 모르고 이름과 직함만 압니다. 이 사람 늘 자상하게 말을 들어주고 제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줍니다. 제 말에 깊이 생각하면서 대답하고 뭐든 가볍게 대하는 법이 없습니다.
문득....이런 사람과 살았더라면 얼마나 내가 마음 안 다치고 살았을까 싶은 생각에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늘 무시당하고 늘 돈 아껴 쓰라는 잔소리, 늘 깔끔하게 치우고 살라는 말 안 듣고 이렇게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과 살았더라면 얼마나 인생이 즐거웠을까....보리밥에 된장 찍어먹어도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나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사람과 마주했을 때 어떤 기대나 다른 생각을 품는 건 아닙니다. 그럴 여유가 전혀 없거든요.
그 상황에 닥치면 워낙 바쁘기도 하고 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남편은 연애할 때 워낙 제게 적극적이었고 뭐든 해달라는 거 해주려고 애썼습니다.
집안이 기울어도 억지로 참았고 일부의 일이지만 내게 거짓말을 해가면서 결혼을 성사시키려고 해서
모든 걸 다 감수하고 한 결혼인데...살면서 점점 돈만 아는 남자가 되어가더군요.
첫 아이 유산후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는데 알아서 하라는 겁니다.
돈 벌어오란 말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참고 다녔습니다. 부도날 때까지 다녀서 돈 벌었습니다.
지금도 그 후진 회사 왜 다녀서 그렇게 조금 벌었냐고 그럽니다. 니가 벌어온 게 얼마나 되나면서....
자기가 뼈빠지게 고생해서 처자식 먹여 살린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얘기합니다.
아마도 이런 남편 많을 거고 참다못해 맞벌이 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전 돈을 벌 상황이 못 됩니다. 아이도 어리고, 또 이 남자 애 팽개치고 푼돈 벌어오느니 집에서 살림이나 똑바로 하라고 합니다.

이혼 생각을 많이 했지만 특별한 결격사유도 아니고 참고 살다보면 좋은 날 오겠지...했는데 이 사람을
만나면서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아마도...이 사람과 어떤 관계로의 진전이나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은 그저 상상으로만 끝날겁니다.
내겐 아이가 둘이나 있기 때문이죠. 남편과는 어쩔 수 없이 남처럼 지내도 아이 엄마로서의 책임감은 다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 부담감이 눈물이 나다 못해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을 왜 이제야 만났을까...하는 아쉬움도 있고 왜 내 인생은 애들에게 저당 잡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애들만 아니면 이혼하고 싶습니다. 남편이 부도덕한 짓을 한 건 아니지만...
부부로서 어떤 기대도 들지 않고 경제적으로 늘 힘든 이 생활이 신물이 납니다.

아마도 제가 부덕한 탓이겠죠. 전 제가 여자란 걸 잊고 살았습니다. 그랬나봅니다.
지금도 난 애엄마고 아줌마지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다보니...마음이 메말랐었나 봅니다.
얼마 전 건강검진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습니다. 암은 아니지만...이런 저런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납니다. 이러다 얼마 못 살고 죽을 수도 있는데...이렇게 이도 저도 아닌 인생을
꾸역 꾸역 살아내다가 그냥 가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남편은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친정이 비교적 유복한 절 잡았는지도 모릅니다.
특별히 뭘 많이 받진 않았지만 시댁이 돈이 없어 늘 친정 신세를 지고 사는데 그걸 당연히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남자가 더 밉습니다. 뭐든 남하고 비교하고 내 아이가 남보다 잘나야 되고 내 마누라가 더
이쁘고 돈도 잘 모아야 되고 (지금 벌순 없으니까) 하는 생각을 늘 주입을 시킵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저도 이런 남편하고 살기 싫습니다. 그나마 제가 살아내는 이유는 일단 제 몫은 하고 있으니까요.
가장으로서 문제 안 일으키고 법적인 남편으로 도리는 합니다.
밤 11시까지 죽어라 일해서 벌어오는데 생활하기도 빠듯하고 보너스 없는 달이면 마이너스가 됩니다.
반찬도 3가지 이상 하면 뭐라고 잔소리 합니다. 돈 모아야 한다면서요. 그리고는 1억 대출 받아서 집을 늘려가자고 합니다.
니가 살림만 잘하면 대출이자 다 낼 수 있다면서요. 전 미치고 환장하겠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저에게 너무나 많은 기대를 하고 그걸 끊임없이 요구를 합니다.
그릇 사는 거, 책 사는 것 너무 너무 싫어합니다. 집이 좁아진다구요...갖다 버리든지 남을 주랍니다.

아마도 다른 남자...위에 언급한 그 사람이든 남편이 아닌 사람 어느 누구와도 부부의 연을 맺는들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또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하겠지만...앞으로 남은 제 인생이 어떤 기대도 없고 늘 눈물바람이 될것 같아 가슴이 저려옵니다. 돈도 그렇지만 애정이 없는 건...정말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믿음, 존중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이젠 그런 것도 없어집니다. 얼마 전에 "당신과 살았던 시간들이 지옥이었어!!"했더니 뜨끔해하면서 여행을 준비하더군요.
간만에 가족여행 가서 잠만 자다 왔습니다.
근처 관광이며 시간을 잘 보내자면 얼마든지 보낼 수 있는데 여행은 쉬다 오는 거랍니다. 기가 차죠.
얼굴도 보기 싫고 목소리도 듣기 싫고...제가 문제인 건 알겠는데 어떻게 풀 방법이 없습니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정신과를 다니면서 약도 먹어봤는데 그때뿐이랍니다.
전...어쩌면 좋을까요...자꾸 술에 기대다 보면...알콜중독이 될까 겁이 납니다.
애들은 한참 이쁜데...잘해주지도 못하고 이렇게 사는 제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남들은 다 잘 사는데...저만 왜 이렇게 무의미한 인생을 사는 걸까요?
혹자는 그럽니다. 가족 건강하고 우환 없는 것도 고맙게 여겨라...물론 그렇지만 맘이 안 맞는 사람과
어거지로 사는 것고 참...견디기 힘든 고역입니다. 살아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사람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제 힘든 상황에 대한 피난처이자 돌파구인지도 모르겠네요. 그 사람이라면 남편같은 행동은 아마 안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격적으로 과묵한 데다 늘 밝고 미소가 넘치는 사람이거든요. 직장 내에서도 인맥이 많고 평이 아주 좋습니다. 늘 사람을 편하게 대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제 말을 아주 귀 기울여 들어줄 때...정말 감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무모한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구요. 단지...그 사람하고 말을 하다가 집에 오면
남편이 더 싫어지고 사는 게 더 지겹습니다. 아마...시간이 지나면 만날 일이 없어져서 볼 수 없을 겁니다.
사적인 감정 때문에 만나는 게 아니라서 일만 해결되면 얼마든지 안 볼 수도 있는 관계입니다.
이사를 가도 그럴 것 같구요. (맘 잡기 위해 이사도 고려 중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차라리 나을것 같아서요)
청첩장 나오고도 파혼하라던 아버지 말씀 들을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결혼까지 오는 동안 말 못할 일들이 수두룩이었습니다. 그때...왜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까...눈물만 납니다
아직 어리지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해볼까요? 아니면...정말 이사를 가서 마음 정리를 해야 할까요?
이혼은...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제가 독립을 할 여력이 되면
그때 결정을 내릴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많은 지혜를 모아주세요.
IP : 211.222.xxx.13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답이
    '05.11.6 4:45 AM (219.240.xxx.94)

    답이 명확하게 안 나오네요...
    본인 스스로는 답을 찾기 힘들 듯하네요.
    저도 그렇고요..

    왜냐면 님이 아직 젊은데다가, 그런 남자분과 사는 건 수월한 일은 아니니까요...
    어떤 연예인처럼 딱 이혼해버리고 새 남자와 새출발해서 멋진 새 인생을 가꾸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라고도 하고 싶고,
    아이들을 생각해서 당신은 희생해야하지 않냐는 생각도 들고...
    복잡하네요.

    정신과를 가지 마시고요, 정신상담을 받으세요.
    유명한 김병후씨나 그런 분의 상담을 좀 받아보세요.
    그런 케이스를 많이 다뤄봐서 보다 좋은 답을 가지고 계실 듯합니다.

    마음을 비우면 된다고요?참으면 된다고요?
    그건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묻어두는 겁니다.
    빨리 상담 받으시고, 빠른 시간내에 결단을 내리세요.
    무얼하시든..............

  • 2. ...
    '05.11.6 7:40 AM (218.153.xxx.201)

    정말 답답하네요.
    새로운 남자와 비교하거나 생각하진 마세요. 그남자도 가정생활은 몰라요.
    님이 지금 어려우니까 더 좋아보일수도 있고..
    세상에 멋진 남자 많아 보이지요.
    울남편 남들은 뭐라하면 거기로 시집보내준다네요.
    하지만 거기서 거기라 생각하고 현실을 잡을 생각을 해야지요.
    두분이 인생을 보는 각도가 틀려 생활이 참 재미없겠네요.
    님이 남편을 이해해보던지(참는게 아니고)
    작은 님의 세계를 만들어 생의 활력을 찾던지
    정신상담이나 가정상담도 좋겠구요.
    한탄하고 자신을 포기하지 마시고 야무지게 사셨으면 해요.
    어쩜 님의 남편도 불쌍한 사람인지 몰라요.
    돈은 없고 아둥바둥 열심히 살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 불만을 아내에게 표시하는건 아닐까하네요.
    뭔가 전환점이 필요하네요.

  • 3. 힘든때가 있습니다
    '05.11.6 11:58 AM (69.243.xxx.134)

    이미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면서 후회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어떻게하면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어떤 사람도 달콤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원글님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때를 돌아보며 아시겠지만 술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항상 건강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해결은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 4. ***
    '05.11.6 4:46 PM (221.164.xxx.134)

    솔직히 남의 남자 ~다 헛일입니다.그 가정 들여다보면...현실에서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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