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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께 주세요

엄마사랑해 조회수 : 1,231
작성일 : 2005-10-26 16:07:42
저기, 뒷 페이지에 어떤님께서 결혼식때 딱 한번 입었던 공주풍예복이 옷장에서 고스란히 십년이 지나셨다고......옷정리할때마다 신경쓰인다고 하신 글을 읽고서 불현듯 생각나서요.

제가 모 지방국립대를 나왔는데요.

불문과에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않았다>로 유명한 전혜린님의 막내동생 전채린님이 교수님으로 계셨어요.(지금도 계시는지는.......아마도 계시겠지요, 국립대는 거의 종신이니까....)

그 책에 보면, <내 사랑하는 동생, 채린이에게>, <내가 이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영혼, 채린아>하는 편지가 꽤 많지요.

저는 다른 과였고, 교양으로 불어를 선택했는데, 무식하게도 첫수업들어가서야 그분이 그분인줄 알았어요. 이게 웬 행운이람?, 중고등학교때 한창 센치했을때, 그 책을 나달나달하게 읽곤 했었거든요....

그러던 어느날 3월말이었나봐요, 갑자기 꽃샘추위가 심해져서, 그날 엄청 추었었거든요.

강의 들어오신 교수님이 예쁜 보라색 스웨터를 입고오셨는데, 손뜨게로 짠, 보기만해도 너무너무 따듯한 그런 스웨터였어요.
맨앞줄에 앉아있던 저는, 저도 모르게 "교수님, 스웨터가  참 예뻐요. 교수님께 잘 어울려요!"
했어요.

그랬더니, 교수님의 창백한 볼(얼굴이 조막만합니다, 정말)이 발그레 해지면서, 눈동자가 촉촉해지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나에게 잘 어울려요? 돌아가신 우리 엄마가 입으시던 거예요. 지금도 이걸 입으면 엄마냄새가 나요.
잘 어울린다니 기뻐요."
하시는 거예요.

<지금도 이걸 입으면, 엄마냄새가 나요.>

제가 취직했을 때, 엄마가 거금을 주고, 예쁜 투피스를 사주셨어요.
엄마는 평생 전업주부로 <영악하게> 비자금 한푼 챙기지 못하고 사신 분이었는데,
아빠에게 생일선물로 현찰을 달라고하셔서 가지고계시다가, 큰딸 첫출근하는 날 입으라고 정말 예쁜 옷을 사주신 거였어요.
지금은 15년이나됬지만, 그리고 다행히도 몸무게가 그대로라, 지금도 입을 수 있답니다.
어쩌다 그옷을 입으면, 엄마가 그날 백화점에서 얼마나 흐뭇하고 행복해하셨는지, 그때 그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저도<지금도 이걸 입으면, 엄마냄새가 나요>

옷에도 추억이 있어요. 저도 엄마가 입으시는 손뜨게스웨터(찐한빨강)를 달라고 그럴거예요.
물론,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히 사시겠지만, 저는 엄마의 추억을 전채린교수님처럼 곁에 두고 싶어요.
IP : 218.235.xxx.19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채꽃
    '05.10.26 4:29 PM (211.217.xxx.125)

    네 저도 엄마가 만들어주신옷 지금도 입고 있답니다.
    엄마집에 갈때는 꼭 그 옷을 입어요.
    엄마는 더 예쁜옷 입으라고 하시는데 제가 엄마 이게 더 편하고 좋아요.
    하면 너무 좋아하세요.
    저도 처녀적 옷 몇개는 고이 모셔두고 있답니다.
    나중에 우리 딸 줄려구요.

  • 2. 이수경
    '05.10.26 5:16 PM (211.253.xxx.34)

    올 2월 우리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이 글을 읽으니
    눈물이 핑도네요
    내나이 33살
    2살짜리 아기가 있는데
    우리 엄마가 사뭇치게 그리워요..

  • 3. 전혜린님..
    '05.10.26 5:46 PM (221.164.xxx.134)

    ..에공 한때 전 혜린 님께 심취해서 괜히 센티맨탈리즘에 빠져서..ㅎㅎ그러고보니 넘 오래전 얘기네요...그 동생분도 자그만한 체구에..그런 느낌이셨나봐요?..님..전 아들만 3명임다..그리 챙겨줄 딸도 없네요...날씨까지 넘 흐려요.비도 내리고..

  • 4. 원글이
    '05.10.26 8:12 PM (218.53.xxx.39)

    이수경님.
    엄마 그리운 마음에 저도 마음이 짠합니다.
    토닥토닥~
    잊지마세요. 엄마는 언제나 지켜보시며 응원해주시고 계시답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예요.

  • 5. 그래요..
    '05.10.26 10:14 PM (211.178.xxx.94)

    원글님도, 이수경님도 너무나도 마음이 예뻐요.

    나이가 올해 43세나 되어버린 이 막내딸은
    지금도 엄마게 어리광을 부리고, 신경질도 부려요...
    얼머나 사시겠어요? 74세나 되셨는데...
    잘해드려야 되는데...

  • 6. 엄마의속옷고르는비법
    '05.10.26 10:29 PM (204.193.xxx.8)

    결혼할때 엄마가 집에서 입던 츄리닝이며 속옷은 다 정리하고 깨끗하게 새로 사라고 그러셨었지요.
    엄마한테는 버렸어! 그래놓고 사실 하나도 못버렸어요.
    엄마가 사주셨던 속옷들은 비싸지는 않지만 면이 너무 좋아서 촉감도 좋고 볼 때마다 엄마생각이 나서 아끼면서 가끔 입는데 요즘 작은 구멍이 생기기 시작해서 너무 걱정이 된답니다. 하나 둘 씩 헤진다고 버리고 나면 나중에 아무것도 없는데 어떡하나... 그런생각해요.

  • 7. 저도
    '05.10.27 9:15 AM (211.250.xxx.253)

    엄마가 신혼때 입으셨던 니트가 한벌 있답니다 얇은 스웨터
    지금도 이따금 제가 입는다지요-제 나이 48
    정말 엄마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엄마는
    집에 있던 조각 보시, 삼베로
    상보를 예쁘게 만드셔셔 딸, 며느리한테 한개씩 주십니다
    70을 바라보시는 엄마
    아마도 엄마의 흔적을 남겨주고 싶으신가보다
    생삭하니
    예쁘다 하면서도 눈시울이 빨개옵니다
    지금은 아까워서 스지도 못하지요
    우리 딸것까지 만들어 주셨습니다
    엄마...
    그런데 남동생이 이번에 결혼을 하는데-외아들
    동생댁--동생 색시--엄마가 안계십니다
    나이 50이 다되가는 지금도
    반찬하다가도 모르면 엄마한테 전화를 돌리는데
    동생댁은 얼마나 엄마가 그리울까
    결혼을 앞두고 얼마나 엄마가 사무치게 보고싶을까?
    너무가 안되고 불쌍해서 눈물이 나오려 하더군요
    예단도 거의 생략하고
    이불도 엄마가 만들어주시고
    동생댁이 결혼하고 친정엄마한테서
    따스함을 느끼면서 살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 8. Ellie
    '05.10.27 9:47 AM (24.162.xxx.100)

    전 엄마나 아빠 안입는옷 제가 입는데.. ^^;;
    아버지 와이셔츠 (흰거) 여름에 놀러가서 입으면 딱! 입니다. 살도 많이 안타고...
    엄마 작아진옷, 처녀때 입으시던옷 고쳐서 입기도 해요.
    아차, 새언니 처녀때 입던옷도 지금 입고 있네요... ^^

  • 9. ..
    '05.10.27 12:03 PM (220.124.xxx.73)

    아궁...저도 학교 다닐때 전혜린 좋아했어요
    너무 좋으셨겠다 전채린님이 교수로 계셨다니...
    님 글이 너무 이뻐요~~
    제싸이 게시판에 올려두 될까요?
    엄마냄새가 난다....아웅....너무 이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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