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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다녀온후 괜히 심란하네요(주저리 길게 썼네요)

엄마마음 조회수 : 1,382
작성일 : 2005-02-22 14:14:06
이번에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게 됐어요
이제까진  어린이집 다니면서 그냥 제가 데리고 놀고 했거든요
주위에 아직 친구가 없습니다.
이사온지 반년이나 지났지만 제가 집에만 박혀 사는 사람이라 주위 사람들도 모르구요
맨날 저만 쫄쫄 따라다니는데 전 그다지 공부공부 하는 사람도 아니고
또 막 적극적으로 아이 교육에 열을 내는 사람도 아닌지라 그냥 같이 티비 만화 보구
컴 게임 해도 그냥 두고 했었죠

그러다 이번에 유치원 옮기면서 뭐랄까 자극을 받기도 하고 괜히 위축되기도 하고 그랫어요
솔직히 제 처지가 그래서인지 엄청 기죽엇죠
제가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라 남앞에 나서길 좋아하지 않거든요
자랑같은것도 안하는 편이고  잘난체 아는체 이런거 좀 거부반응 있어요
그냥 너무 심심하게 사는 스타일이죠
근데 그걸 아이가 똑같이 닮았어요
제가 싫어하는 부분인데 제 피가 흐르니 어쩔 수 없나봐요
그 사실이 전 속상하지만요

유치원가니  저도 낯선데라 서먹하고 선생님들도 그다지 친절하거나 상냥하지 않더라구요
근데 거기가 뒤에 알고 보니 좀 산다는 사람들이 보낸다는 유치원이라네요
저야 이곳 지리도 모르고 그냥 가까운데 보낸다고 보냇거든요
가보니 다들 중형차 타고  엄마들 한껏 치장하고 왔는데 기죽더라구요 (여자입장에서)
게다가 교육열도 높은거 같더라구요
전 이제까지 암것도 안했는데 갑자기 바보 엄마 된 기분이 들었어요
다들 유치원 끝나고  발레를 배우러 다니네 영어 학원을 다니네 여기저기 난리더군요
전 그냥 유치원 종일반 하려고 햇거든요
그랫더니 선생님이 좀 싫어하대요
다들 학원 다닌다면서 학원을 권하고 싶다면서요
아직 제가 일을 안해서  뭐래도 해볼까 하고 종일반을 하려고  했거든요
조금 위축되기도 하면서  저 닮은 우리 아이가 너무 수줍어하고 여린 모습이
안되보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론  제가 밉더라구요
저 닮은게 말이죠

저와 다른 성격의 사람들 보면 엄청 부러워햇거든요
활달하고 적극적인 부모가 되면 좋을텐데 워낙 제가 소심하다보니까
근데 아이도 그러는거 보니까 너무 속이 상한거에요
제가 제대로 못한거 같아 속상하고
아이가 기 못피는거 같아 속상하고
없는 집이라 여유가 없는 것도 속상하고
이래저래 너무 속상한 하루였어요

유치원비도 비싸고 해서 제가 한달로 끊어 낸다 햇더니
원장 선생님은 동사무소 가서 저소득층 감면 받을 수 있는거 알아보고 내라는데
남들은 다 그냥 가는데 저혼자 가서 말한것도 속상하고
그 사람들 많은데서 큰소리로  감면 받을 수 있도록 잘 알아보라고 말해주는데 어찌나 창피한지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 정말 이런 기분이 첨이네요
정보를 알려주려고 하는건 알겠는데  돌아서는 사람한테까지 큰소리로 창피하다 생각말고
다달이 내도 된다고 하니  원래 한학기분으로 내는거라서 전 부담이 엄청 되거든요
사실 유치원 다닐 형편이 안되서 (사업실패) 지금 간신히 유치원은 보내야 될거 같아 무리하는거거든요
생활비가 없어서 솔직히 힘든 편이라서..

근데 제 형편이 이렇게 된것도 속상하고
아일 너무 방치하며 키운게 아닌가 속상하고 그러더군요
이제부터 사교육이라는게 필요해지는 시기인가보다 싶어서 씁쓸하더라구요

초등학교가도 그렇게 돈이 많이 들겠죠
벌써부터 이러니 심장이 쿵쿵 뛰네요
오는 내내 머리도 아프고
엄마 입장에서야 다 자기 자식이 최고이길 바라잖아요
우리 아이 착하고 말잘듣고 어디가서 버르장머리 없다 소리 듣는 아이는 아니지만
오늘 유치원에서는 너무 밀리는거 같아서 속이 상하더군요
제가 아직도 철이 없는 엄마인가봐요
엄마가 대담해야 되는데 더 소심해지니 저도 참 답답하네요
그러면서도 아이한테는 씩씩하고 자신있게 엄마한테 하듯이 유치원에서도 생활하라고 말햇네요

IP : 210.206.xxx.5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나가다
    '05.2.22 2:29 PM (220.118.xxx.174)

    다른 엄마들이 뭘 하던 흔들리지 말고, 소신껏 아이 키우세요. 아셨죠?

  • 2. 1111
    '05.2.22 2:29 PM (61.42.xxx.254)

    유치원까지 거리가 얼마나 걸리기에 중형차까지 타고 오고 난리일까요?
    당당하게 행동하세요
    스스로 위축 될 필요 없습니다.
    나중에 보시면 전부다 중형차 타고 오는게 아니라는걸 아시게 될거에요.
    종일반 하는 아이들도 있을겁니다 분명히....
    모든 엄마들이 그 나이 아이들을 발레 영어.... 다 가르치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동사무소 혜택 당연히 받으세요... 그런 것 때문에 세금 내는거니까요.
    힘내세요...내가 이 사회에서 무언가 잘 못을 저질러 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심장 뛸 필요 전혀 없습니다.
    착하고 말 잘 듣고 그렇게 아이 키우신것만으로 당당하셔도 됩니다
    초등학교는 유치원보다 교육비 훠얼씬 적게 드니까 미리 걱정 마시구요.

  • 3. 저두
    '05.2.22 2:31 PM (220.81.xxx.219)

    꼭 돈을 들여야만 아이교육을 잘 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한글교육은 해야 합니다.
    요즘 한글은 초등은 물론, 유치원에서도 안해줍니다.
    그 전에 가정에서 사교육이나 엄마의 열성으로 다 독파시켜주죠.

    그리고 공부의 바탕은 독서입니다.
    돈주고 책을 안사도, 지인에게서 헌책을 얻거나,
    아니면 가까운 시립 도서관을 이용해보세요.

    엄마가 용기없으면 아이에게도 전이가 됩니다.
    세상이 아무리 돈으로 흘러가도,
    엄마가 당당하게 사세요.

    그리고 잘사는 애들이 판치는 유치원이 정 무리가 간다면
    차라리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것도 괜챦습니다.
    이왕 다니기로 한 유치원이니
    아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슬기롭게 대처하세요^^

  • 4. 위로..
    '05.2.22 2:39 PM (220.89.xxx.23)

    원글님 너무 걱정하시질 말라고 위로해드립니다.
    1년 전 저의 걱정을 보는 것 같아요.
    저도 님과 비슷한 성격의 사람입니다.
    밖에 나가는 것 별로라 하고 집에서 노는 것에 익숙하고
    친구들도 나를 보면 넌 도대체 하루종일 집에서 뭐하냐고 합니다만
    저는 저의 일상이 그다지 힘들거나 그러진 않아요.

    저의 아이가 작년에 유치원에 처음 입학할때
    낯을 가려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과 적응하는 게 몇달 걸렸으니 심했죠.
    집에서는 명랑하고 고집세고 활달하다고 생각했는데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교구놀이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어찌나 억장이 무너지는지... 나를 닮아서 그러나,,, 자책도 많이 했구요.
    내 성격을 바꿔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한번 굳어진 성격은 잘 안고쳐지더라구요.
    아침마다 어깨 처져서 가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구요.
    그치만 1년이 지난 지금 보니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아이도 어느정도 유치원에 익숙해지니 괜찮은 거 같아요.
    처음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전에 유치원에서 그룹면담시간이 있었어요.
    반 엄마들 몇명과 선생님과 얘기를 했는데
    학기초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셨어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 뭐 그다지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제가 봐도 여러가지 면에서 나아졌으니 마음이 좀 놓였어요.

    엄마마음님도 너무 속끓이지 마시고
    아이가 편한 마음으로 유치원생활 시작하도록 여유를 가지세요.
    제가 처음부터 마음만 앞서서 아이를 많이 닥달했어요.
    나중에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웠어요.
    학업적인 것도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마음을 비우고 여유를 가지고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니
    딸의 신경질도 차츰 나아지대요.

    저희 유치원에서는 저소득층 감면을 추천하시던데요.
    받을 수 있으면 다 받으라고요.
    잘 사는 사람인 것 같은데도 어떻게 받아왔는지 서류를 냈더라고 하셨어요.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다 받아야 하지 않아요?
    저는 그게 창피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힘내세요.

  • 5. 글로리아
    '05.2.22 4:25 PM (210.92.xxx.238)

    원글님, 용기를 잃지 마세요.
    아이의 문제보다는 저는 님이 너무 속상하고 지쳐있고 우울해계신거 같아요.
    님은 충분히 가치있고, 괜찮은 사람이고, 아직 젊잖아요.
    힘내고 노력하다보면 생활이 다시 꽃피고, 옛날일 얘기하며 웃을 날 있어요.
    찾아보면 길은 어디에나 있답니다.
    그런데 님의 글대로라면
    그 유치원 원장님의 성격이 문제가 좀 있는거 같이 들리는데요.
    그리고 1111님이 말씀하신대로
    님이 납세자니까 자격이 부여된 혜택 막 달라고 졸라도 됩니다.
    당당하셔도 돼요.

  • 6. 김수진
    '05.2.22 4:44 PM (222.97.xxx.68)

    님 너무 성격이나 돈문제 때문에 속상해 하지마세요.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가난한 부모나 부자부모나 다 똑같은 부모입니다.
    아이앞에서는 부모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없다는것 때문에 기죽는 부모는 아이가 자신없는 부모의 모습으로 비쳐지겠지요.
    가난한 부모님들 화이팅!

  • 7. 유스
    '05.2.22 6:00 PM (211.215.xxx.68)

    학기초부터 그렇게 스트레스를 안고 유치원 보내시면 아이도 힘들어요..
    제 생각엔 유치원 분위기와 어머님이 안맞는 것 같아요 ... 굳이 그 유치원에 보내셔야 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이가 행복해 하고, 무엇보다 어머님이 맘편하고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다른 유치원을 가시면 어떨까요....
    그래야 1년 내내 교사와 어머니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의 발달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 8. 가니쉬
    '05.2.22 11:24 PM (211.203.xxx.53)

    제가 유치원 선생이지만...원장선생님들 너무하시지요.
    그네들은 애들이 다 돈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랍니다. 원장 자질 충분한 사람...유아교육에 정말 열의가 있느 사람 우리나라에 드뭅니다. 아이가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기질일수도 있어요. 내성적인 아이를 너무 몰아 부치면 아이가 더 기어들어 갑니다. 내성적인 아이도...사회안에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나름대로 독특한 자아를 만들어 가니까요. 그런 아이도 매력적이지 않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많이 활달한 아이들보다 내성적인 아이들이 손이 좀 더 가던걸요. 내성적인 아이들이 외로움을 더 잘타는 경향이 있으니 그 부분에서 보충을 좀 더 잘해주시면 매력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리라 믿어요. 힘내세요 절대 위축되실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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