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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삼베이불

청포도 조회수 : 1,000
작성일 : 2004-08-03 10:48:46
우리 가족은 주말이면 어머니에게로 달려갑니다.
왜 남들은 모두 싫다는 시어머니에게 주말마다 가는지?
그건 첫째로 우리 신랑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엄마를 않보면 병이납니다.
둘째 우리어머니도 아들 못보면 병납니다.
셋째 우리아들이 할머니한테는 무조건 잘 해야 된답니다. 왜? 그냥 할머니고 아빠의 엄마니까? 그리고 나도 이담에 엄마한테 잘 할꺼니까!라네요!!
넷째 게으름뱅이 며느리를 귀챦다 하지 않으시고 먹고 싶다는건 다 해주시까!
다섯째 빨래를 햇볕에 바짝 말려올수 있으니까.........등등등........
이러한 이유들로 우리가족은 20분거리의 시골에 계시는 시댁으로 토요일 오후에 가서 일요일 밤에나 돌아옵니다.
지난 일요일엔 너무 더워 잔디밭에 고무다라이를 놓고 물받아 아들놈들은 첨벙거리고 놀고 시누이와 어머니와 거실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끝에 시누이에게
"작년에 내가 사드린 삼베요랑 이불 엄마보고 왜 않꺼내쓰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내게 너무 과분한거라고 못쓰신데요. 더운데 이럴때 시원하고 깨끗하게 덮으라고 사드렸더니 쓰지도 않는거있죠?"
그랬더니 우리 시누이
"엄만 왜 올케가 사다주면 고맙게 쓰면 되지 더운데 이런걸 덮구 그래........깨끗하게 살다가 죽어야지!"
시어머니는 여름이면 이불속을 빼내고 껍데기를 덮고 주무시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그걸 보고 마음이 좋지않아 친정엄마꺼랑 시어머니꺼랑 두세트를 준비해 드렸는데 아깝다고 그걸 못쓰시네요.
작년에 시어머니께서 그 동네에 같은 연배이신 아주머니가 몸이 갑자기 불편해 거동을 못하시는데 문병을 가셨던 얘기에 "얼마나 살다가 죽는다고 그집 갔더니 이부자리가 때가 꾀죄죄 하고 냄새나고 속이 상하더라. 나도 죽기전에 고운 이부자리 쓰다가 죽고싶어"
저 이말 듣고 맘이 좀 짠했거든요.
그래 겸사겸사 사드렸더니 곱게 고이 모셔두셨어요.
"너 갔다 써. 더운데 회사갔다와서 시원하게 자야지. 뭐 늙은이가 덥긴 뭐가 더워 물 한번 쭉 껸지구 자면 난 괜챤어. 이 고운걸 내가 어떻게 써......나 죽으면 다 버려야 되는걸......."
울컥........
시누이도 울컥하고........
"내가 엄마 죽으면 갔다 애비랑 덮을께 그냥 써요!"
"그래 엄마 올케가 않가져가면 내가 갔다 덮을께, 이 좋은걸 왜 버려 엄만......"
"아유....아녀....과분혀....."
"이 엄만 정말 웃겨! 엄마 이렇게 하면 올케가 기분나쁜거여.....엄마가 좋다, 고맙다, 니 덕분에 시원하게 잘 잔다. 그래야 올케도 기분좋지!"
"그려 알았어. 내 잘쓸게, 고맙다"
그렇게 해서 어머니 삼베이불은 그날 뜨거운 햇볕아래 수줍은 새악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일광욕을 하게 되었죠!!!!!
우리 시어머니 제게도 남들처럼 똑같은 시어머니예요.
싫을땐 저도 시금치도 싫은.......
그렇지만 그 연세에(79세) 건강하셔서 마실다니시고 학교운동장에 운동도 다니시고 약장수구경도 다니시고 식사 잘하시는 것 만으로도 어머니께 늘 감사드립니다.
이 어머니 않계셨음 제 믿음직한 신랑도 없었을테니까요.
우리 어머니 저나 큰집식구 시누이 있을땐 훨 훨 날아다니시다가 막내아들(우리신랑요)만 옆에 있으면
"아~이~구.... 아~구~구~구~........"
엄살도 잘 하셔~~~~~~
엄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그래야 내년 팔순에 발리 모시구 가죠!!!!!!
우리 시엄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라고 기도해 주세요..........
IP : 203.240.xxx.2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박미련
    '04.8.3 10:57 AM (203.234.xxx.253)

    참 보기 좋네요. 저두 저희 시어머님 팔순되실 때까지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어른들 건강하신거.. 것두 참 고마운 일이예요.

  • 2. 김혜경
    '04.8.3 10:58 AM (218.237.xxx.157)

    참 아름다운 모습을 봤네요...
    청포도님도 이쁘시고, 시누이 시어머니 다 좋은 분들이네요...
    시어머님, 오래오래 건강하게사실 거에요...제가 기도해드릴게요...

  • 3. khan
    '04.8.3 1:36 PM (61.99.xxx.180)

    가는정 오는정이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조금만 맘을비우면 항상따뜻해 지니까요, 매주 가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청포도님의 아이들도 부모에게 배우는게 있으니까 . 잘 할거구요
    오래오래 건강하실거예요

  • 4. 감자
    '04.8.3 3:13 PM (211.178.xxx.121)

    저도 저희 시어머니 넘 조아해요...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시거든요..저랑 대화도 잘 통하구요
    저희 친정엄만 말수가 별로 없으셔서 같이 이런저런 얘긴 잘 안 나누거든요
    주말마다 가서 밥먹고 오는거 넘 조아요..밥 안해도 되니까요 ㅋㅋㅋ
    가서 낮잠도 자고..암튼 편하게 넘 잘 해주셔서
    제가 복이 참 많다 싶어요..어쩔땐 남편보다도 시어머니가 더 좋다는 생각도 들어요

  • 5. 청포도
    '04.8.3 4:31 PM (203.240.xxx.20)

    ㅎㅎ 감자님도 시댁가시면 저랑 똑같이 하시는군요.
    저도 눈치 않보고 자고 싶으면 자고 눕고 싶으면 눕고 그래요.
    눈치가 없는게 아니라 눈치를 않보고 적당히 무시(?)할건 무시하고 그래요.
    신경쓰면 나만 병나니까요.....
    그래도 어머니 챙길건 다 챙겨드리고, 신랑이 용돈드리는거 모르는척 넘어가고 그 대신 제가 드리는건 이름있는날 갖은생색 다 내며 드리고.........암튼 시댁 가면 몸도 맘도 편코 좋아요.

  • 6. 최윤정
    '04.8.3 6:21 PM (220.118.xxx.54)

    정말 보기 좋네요...
    청포도님 어머니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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