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년 전입니다.
회사에서 가까이 지내던 선배 한분이
몸이 아파 일찍 세상을 떴습니다.
모두들 충격이었죠.
병원 장례식장에 모인 선,후배들 모두
정말 깊은 슬픔에 잠겼었습니다.
그 때
그 분과 많이 친했던 제 선배 한 명이
영정 앞에 앉아 슬픔을 삭이고 있었는데
마침 회사의 노처녀 과장님 한 분이 도착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약 3m 거리의 영정 앞까지
주루룩- 슬라이딩하듯 달려 들어와 엎드리면서 -_-
어흐흐흐흑- 하고 울기 시작한 ㅅ과장님은
유가족들보다도 더 서럽게..
가히 폭발적인 울음을 터뜨리셨답니다.
옆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던 제 선배 ㅇ은
돌아가신 분과 그다지 안 가까왔던 ㅅ과장님의
이런 폭발적 슬픔 표현에 다소 놀라기는 했으나,
어쨌든 모두에게 가슴 아픈 일이라 그러려니, 하며
자신도 울던 것을 마저 울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때
가족의 울음소리를 제압하는 곡소리를 내던 ㅅ과장님이
갑자기 옆에 있던 ㅇ선배의 손을 홱 부여 잡으며..
'억울해서 안되겠다!! ㅇㅇ아!! 시집가라!!!
시집도 못 가보고 가다니... 너무 억울해서어어어....
ㅇㅇ아, 넌 시집가라!!! 엉? 시집가!!!'
..라고 외쳤다 합니다.
거..무슨 소리냐고요?
일단..돌아가신 분이 미혼이었고,
ㅅ과장님 본인도 미혼, 옆에 앉은 제 선배도 미혼이었기에 -_-
결혼도 안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너무 외롭고 허망해 보여 그러셨나본데..
간간히 울먹임만 들리던 조용한 빈소에서
이 커다란 외침은
옆에 있던 사람들로써는
요즘 표현을 빌어 '대략 황당하오..'
..였던 것입니다.
아무튼
순식간에 ㅅ과장님에게 부여잡힌 ㅇ선배는
꼭 시집을 가겠노라는 서약서라도 써야
멱살을 놓아줄 판국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_-
주변 사람들 보기 매우 낯이 팔렸어도
말 한마디 못 해보고 그냥 같이 손 붙들고 마저 흐느낀 다음
자리를 떴던 모양입니다.
그 당시엔
젊은 선배가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떴다는.. 매우 슬픈 상황이었기에
대충 그렇게 지나갔지만..
그 일이 있고 한참 지나서
부여잡힘을 당했던 그 선배와 저는
그 사건을 두고두고..
상황 재연극을 벌여가며 음미(?)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꼭 그런 대사를 했어야 했느냐?
는 토론도 질겅질겅 해 가면서 말이죠. -_-
그런데 저는..
그 얘기를 할 때마다 꼭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요.
"얘야아-- ♪시지입- 가아거어라아--♬♩" 하는
타령조의 그 가요말입니다.
...
이 노래가
상가에 갔을 때 나올 법한 노래인가 아닌가를 생각해 보면
그 날의 황당함을 능히 짐작할 수 있지요. ㅋㅋ
...그 ㅅ 과장님 어떻게 지내시냐고요?
뭐.. 아직 싱글이시죠..
2.
제 회사 동기 한 명이
해마다 하는 연수원 합숙교육을 들어갔습니다.
합숙 교육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잘 모르는 딴 팀 사람들과
이렇게 저렇게 섞여서 한 조가 되어
방도 같이 쓰고.. 그렇게 됐죠.
하여
낮에는 교육을 허벌나게 받고
이윽고 밤이 되었는데,
대개 교육이 끝나면
사람들은 일찍 잠을 안자고 밤 늦게까지
쓰잘떼기 없는 이야기로 화려한 꽃을 피우거나
회사의 미래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언쟁을 벌이기도 하지요.
어떤 이들에겐 이것이 즐겁기도 하겠으나
전혀 안 즐겁고 얼렁 자고만 싶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같은..)
그 친구도 새벽 2-3시까지
이런 이야기 나누기에 시달리다가
겨우 잠을 자는 분위기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잠을 꼭꼭 자 줘야 하는 체질의 사람들로서는
이런 시간이 정말
난 소중하니까요, 라고 말하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픈 순간이지요.
아무튼
불 다 끄고 이불을 둘러 쓴 제 동기는
이제 잠 좀 자볼련다 하고
맘을 잡았던 모양인데..
잠시 후
같은 방을 쓰던 한 여인께서
어둠 속에서 갑자기 스르륵 일어나더니
이제 막 잠이 들락말락 가물거리던 친구의
귓구멍에 대고..
"저랑 산책하실래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뭔 영화 제목도 아니고..
새벽 3시에..
하필 자는 사람을 두드려 깨워서..
여자 두 명이..
그것도 산 속에 위치한,
예전에 묘자리였다는 연수원 주변을..
산책하고 싶었던 걸까요 진정??
그 묘원 출신의 귀신이 아니고서야.. -_-
...
아무튼 그
봉창을 두드리다 못해 박살내는 질문에
자다 깬 친구는 경기(驚氣) 섞인 반응을 보였고,
이에 그 여인네는 '네에..' 하며
혼자 스르르 나갔다 합니다.
정말 '새벽 3시 산책'을 하러 혼자 나갔던 모양이지요...
교육을 다녀온 제 친구는 그 이후로
그 여인네가 회사에서 지나가는 것만 봐도
귀신 바라 보듯 했고..
저 역시 그 이야기를 들은 후유증으로
유독 긴 치마와 하늘거리는 시스루(?) 패션을 즐기며,
별 말도 없이 지긋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잘 짓는 그 여인이
내내 예사롭게 보이질 않았답니다. -_-
여하튼
좋고 나쁘고를 떠나..
참으로..
특이한 인간상이다 말할 수 있겄습니다.
-우리 회사 좋은 회사, 재미난 사람들이 넘실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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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사람들(헬로엔터에서 퍼옴)
똑딱단추 조회수 : 912
작성일 : 2003-12-16 21:52:43
IP : 219.241.xxx.22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혜경
'03.12.16 11:47 PM (219.241.xxx.226)예전 회사 다닐 때 이야기입니다.
선배네 할머니가 아흔이 넘으셔서 노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까지 그 선배네 어머니는 시집살이를 하고...암튼 호상이었죠.
그래서 문상들을 갔는데...한 사람이 빈소에 들어서면서 큰소리로 그랬다는 거 아닙니까?!
"선배, 밴드 안 불러요? 밴드 불릅시다!"2. 웃다가
'03.12.17 12:07 AM (211.168.xxx.75)진짜, 웃다가 지칩니다.
어찌 이리 말맛이 좋으신지, 부럽습니다.
이건 좀 우스운 이야기랑은 거리가 있지만,
친정 엄마 돌아가셨을 때, 저 일하는 곳 교수님과 학생 둘이 문상을 왔는데,
위로의 말을 진지하게 건네고, 제가 조금 훌쩍이다가 정적이 일었을 때 쯤 한 쟁반 가득 음식이 나왔습니다.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제 눈 앞에 갑자기 젓가락 두모가 상위에서 부딪혔습니다.
깜짝 놀라 젓가락을 바라보니, 상위의 홍어접시 위에서 동시에 부딪힌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 젓가락은 교수님과 나이 든 한 학생의 것이었습니다.
서로 먼저 먹으라고 양보하는데, 상복입고 웃어야 될지 말아야 될지 화~왕당 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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