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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미친년이죠..

어쩌나 조회수 : 11,940
작성일 : 2011-08-09 14:10:42

남편 때문에 또 홧병이 도졌습니다.
그놈의 술 때문이지요.
안마신다 몇번을 다짐을 했어도 몇달 지나면 말짱 도루묵.


30개월 3개월된 애가 둘 있습니다.
큰애는 눈치가 빤한 개월수라 엄마아빠 사이가 이상한거 같으면 기분 맞추려 애써요.
둘째는 순해서 울다가 먹이고 놀리고 재우면 자고 또 깨서 울면 먹이고 놀리고 재우고..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어불성설이지만, 남편 술 때문에 힘들면서,
저도 술에 의지해 봅니다. 포도주 반잔 정도 매일 저녁에 마셔봅니다.
애 둘 보는거 힘든데 살짝 들어간 알콜 기운이 기분을 업시켜줘서 기운나게 해 주더군요.


남편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 용서해달라, 기회를 달라 합니다.
그동안 당한거 속은거 생각해서 매번 더더더더 제 기분은 바닥으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애가 크니. 애랑 말이 통하니, 이 화가 애한테 뻗치더군요.


아직 애를 때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애를 거칠게 다루는 저를 보면서 애를 때릴 날도 오겠구나 합니다.
제 감정 컨트롤이 이렇게 스스로 안되는 것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방금도 작은애 먹이고 잠깐 누웠는데, 큰애가 낮잠 안잘거 같이 있더니
제가 누운걸 보고 자기 혼자 침대에 누워 자겠다며 저를 내려가라고 해서.
갑자기 화가 나서, 애한테 화를 낸건 아니고 침대에 누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애한테는.. 너 때문에 화 난거 아니다, 너 잘못한거 없다, 말은 하지만.
제 표정 제 말투 제 숨소리, 충분히 30개월 아이에겐 위압적이었겠지요.


큰애는 잠들었고, 잠깐 칭얼대던 둘째는 티비 앞에 바운서에 앉혀놓고 이러고 있습니다.
남편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가 원래 미친년이었는지, 당신을 만나서 미친년이 된건지,
애들 다루는게 미친년도 이런 미친년이 없다고, 그렇게 보냈더니
남편이, 자기 만나서 제가 변한거 같다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답했습니다.


지금도 술 한잔 생각나는데,
그러면 안될거 같아서 온갖 단 과자들 한입 가득 미어터지게 씹어먹고
냉장고에 있던 아이스크림 한통 벅벅 퍼 먹어 봅니다.
단걸 먹어서 기분이 좀 좋아지고 기운이 좀 더 나면,
좀 이따 큰애가 깼을 때 더 좋은 얼굴로 놀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럽니다.


이렇다고 하면 이혼하는게 어떻겠냐 합니다.
하지만 이혼이 또 그렇게 쉬운가요.
죽으려고 생각은 많이 해 보지만, 부모님이 걸려서, 어린 애들이 걸려서,
마음 독하게 품지도 못하고 생각만 가득한 채로 그렇게 우울한 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사는게 지옥이라는게 바로 이런것인가 합니다..


IP : 121.147.xxx.152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8.9 2:17 PM (59.12.xxx.229)

    동네 정신과나 그런 곳에 가면 술 생각 안 나게 해주는 약 있데요.
    부부가 같이 가서 치료해 보심 어떨까 싶어서요.
    본인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해요.

  • 2. ..
    '11.8.9 2:23 PM (211.55.xxx.129)

    님이 많이 힘드시나봐요. 그런데, 님~ 꼭 알아두셔야 할게 있어요.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가 전쟁터에서 옆 사람이 수루탄에 맞아 죽어가는 것을 보며 나도 저렇게 죽겠구나 하고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와 같다고 하네요. 특히 아이가 남자아이면 나중에 커가면서 더 문제가 생길 수있으니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좀 참으세요. 아이는 또 무슨 죄인가요? 아이가 일어나면 꼭 사과하시고 다독여주세요.

  • 3. 연두
    '11.8.9 2:28 PM (180.67.xxx.224)

    3개월도 너무나 힘든 시기지만 30개월도 한참 힘들때네요...
    알콜중독같진 않고... 지금 너무 힘드셔서 그래요. 육아가 너무 힘들때 술 한잔씩 마시면
    업되면서 그 기운데 베시시 웃으면서 애들 심부름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저도 그런기억이... 지금 마음이 너무 힘들고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그렇구요...
    소주 한병씩 마시는것도 아닌데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러다 세월 지나서 몸 좀 편해지면 다시 괜찮아지실꺼예요...

  • 4. 제이엘
    '11.8.9 2:31 PM (203.247.xxx.6)

    부디 아이들에게 만큼은 화풀이를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분노하는 모습조차도 아이들에겐 큰 불안감과 상처를 남길수 있습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좋은 성과 있으셨음 하구요...

  • 5. 너무 안타까워요.
    '11.8.9 2:37 PM (218.53.xxx.231)

    원글님...
    육아스트레스에, 남편에 대한 야속함 등등 겹쳐서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저도 두 딸들 완전 애기때 너무 괴롭고 힘든 날들 보냈어요.
    누구라도 그런 시기가 있었을 거예요. 어느 엄마든지요.
    자꾸 이혼생각 하시지 말구요, 제가 보기에 남편되시는 분이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내가 널 변하게 해서 미안하다... 그런 말은 진짜 찌질이는 못해요. 인정안해요.
    충분히 잘 지내실만한 인격인 것 같아요. 두 분 서로 노력하면요.

    저도 주위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었답니다. 친정엄마는 돌아가셨고, 시어머님은 사사건건 간섭에 야단만 치셨고... 언니도 여동생도 없고 친한 친구들은 멀리 살고...
    오직 변화를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 각오로 버티어 살아나갔습니다.
    원글님처럼 막 둘째를 낳아 키우며 첫째 돌보며 그럴때가 제일 힘들어요.
    일단 첫째는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을 보내보세요. 오후 2~3시에라도 돌아오면 조금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함부로 대하게 되지 않으실거에요. 엄마 쉴 시간도 생기구요.
    둘째는 이제 백일무렵이니 먹고자는 문제만 잘 신경써주면 되지만, 첫째아기의 상실감과 배신감(동생이 생겨 엄마를 뺏긴듯한)은 말로 다 못해요.
    잠시 떨어지는 시간을 갖게되면, 만났을 때 훨씬 잘해주실 수 있을거고 또 온마음을 다해 사랑한다고 표현해주세요.
    첫째가 조금이라도 더 크면, 유치원에도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둘째데리고 쇼핑도 다니고 그러시면 기분전환이 많이 될 거에요.
    저는 남편이 늘 늦게 퇴근해서 온전히 두 아이를 하루종일 돌봐야 했을 때 정말 미치겠더군요.
    주말되면 피곤하다고 누워서 자고... 그러다보니 끊임없이 싸움의 연속이었어요.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제일 쉽게 바꿀 수 있는 건 제 자신밖에 없었어요. 무조건 활기차게 발랄하게 지내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늘상 노래 틀어놓고 애들이랑 춤추면서 집안일 하구요, 애들 간식먹일때면 어른간식(맛난 커피, 케익한조각 같은것) 꼭 혼자 챙겨먹고, 이왕 애들 씻길거 셋이서 첨벙첨벙 하구요.
    동네에 친한 친구 만들어서 키즈카페도 가끔 놀러가고 공원도 가고.
    혼자서 그렇게 해내려면 체력이 필수니까 좋은 약도 먹고 비타민 꼭 챙겨먹고...

    지금 당장 기분이 너무 다운이라서 힘드실 수 있겠지만, 노력해보세요. 애들한테는 밝고 명랑한 엄마가 참 중요해요... 내 가정 내가 가꾸고 사업체인마냥 잘 꾸며가겠다 결심하시고...
    물론 남편분도 동참해야겠지요. 아내가 그렇게 노력하는데 남편도 아마 달라지실 거예요. 우리남편... 정말 많이 변했거든요.
    알콜에 의지하지 마세요. 술대신 아이스크림 드신 건 잘하셨지만, 그것도 계속하시면 안되요.^^;
    질좋은 커피라든가 차를 드시면서 스스로 주문을 자꾸 거세요. 나를 위해 소중하게 쓰는 것을 몇가지 만드세요.
    꼭 원글님 활기를 찾으시고 행복해지시길 빌어요.

  • 6. ...
    '11.8.9 3:20 PM (118.176.xxx.42)

    애들한테 화풀이 하진 마세요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 7. 혹시
    '11.8.9 3:54 PM (211.234.xxx.35)

    포도주마시면서 둘째 모유수유한건 아니겠죠?

  • 8. 힘내세요
    '11.8.10 1:06 AM (121.125.xxx.92)

    이해가 됩니다. 애낳고 하루에도 몇번씩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던지라
    애가 둘이니 오죽하실까 싶어요. 거기다 남편까지 속썩이고
    하지만 이것도 다 지나갑니다
    제발 힘내주세요. 부탁드려요.

  • 9. ....
    '11.8.10 1:21 AM (1.251.xxx.18)

    아예 내려 놓는거....
    저는.. 남편하고.. 거의 게임 중독 수준인..남편때문에...
    거의 원글님하고 같은 수준으로 갔습니다..
    정말 눈만 뜨면 게임하고 거짓말까지 해서 나가서는 게임 하는 남편보면서..
    정말 저는 남편이 인간같지가 않더라구요...

    솔직히 지금도 진행 중인데요....
    이 게임에 술하고 같냐고하심...
    저는.. 제가 이것 때문에 받았던 고통이...
    정말 이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고...
    한창 남편하고 싸울때 80% 이상이 게임 때문에 싸우고...
    별짓을 다 해보고 하는데도..
    제가 집도 나가 봤어요..
    이혼짐도 싸 보구요...
    도저히 어느날은 남편이라는 사람이 인간같지도 않아서요...
    정말 미쳤다라고 할수 없을 정도로..
    게임에 미쳐서 애고 마누라고 눈에 뵈는것이 없게..그러고 있더라구요..


    술이나 게임이나..어차피 중독 인건 똑같으니...

    그냥 저는...
    아예 제가 놔 버리고선...
    어느 정도..
    그냥 무관심...
    저는..이런 남편에게 질려서..
    둘째도 안 낳았습니다...
    저런남편...
    둘째 낳아도 똑같을 인간이라는거 알고..
    내 그릇으로는..
    저런 남편 데리고서 애 하나 더 낳는건 날 지옥으로 가게 한다라는걸 알기에..
    아직 둘째도..안 낳고..그래요...

    저희 남편도 맨날 약속은 약속대로 하면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 남발하고는...
    또 저는 거기에 실망하고 답답해 하면서 사는데..

    저도... 그냥.. 방법이 없네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 10. ..
    '11.8.10 2:59 AM (59.13.xxx.72)

    제 친구가 님과 비슷했어요..

    자기가 아이들을 잡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제 친구 같은 경우는 님보다 더 심한 상태로..아이들을 한번씩 때렸는데..
    본인도 그런 행동을 하고 깜짝깜짝 놀랬었습니다.
    나중에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한동안 약을 먹었어요..
    그러면서..지금은 3~4년정도 지났는데,조금씩 제자리를 찾아 가드라구요.
    그 사이에 아이들도 컸구요.

  • 11. 응원
    '11.8.10 5:05 AM (124.54.xxx.17)

    돌파구가 없어서 아이한테 모질게 대하게 되고,
    불행히도 그 영향은 아이한테 가는 거 같아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남편이 술을 안먹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안되니까 이 문제가 반복이 되고 있는 거죠.
    원글님 말대로 이혼도 쉽지 않고---.

    다른 분들이 하는 말처럼
    어떻게든 여기서 좀 벗어나세요.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든, 어린이집을 보내고 취미생활을 하든---,

    가족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한 명이라도 돌파구를 찾기 시작하면 조금은 나아져요.

    힘내서 뚤고 지나가세요.

  • 12.
    '11.8.10 9:32 AM (119.207.xxx.191)

    끊는 약 먹어보자하면 어떨까요.
    병원에서 처방받아서 하루에 한알먹으면 술이 안받는 그런게 있던데요. 그것도 소용없는 사람이 있지만 대개는 효과가 나타나요.
    물론 뭘하든 본인 의지가 제일 중요해요. 남편이 끊을려고 하는 마음만있고 실행이 잘 안되면 약으로도 조금 도움을 받으면 끊기가 나을거 같네요..일단 남편보고 처방받아오라고 하세요.

  • 13. 포도주
    '11.8.10 10:00 AM (221.138.xxx.83)

    반잔이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좀 가셔준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지금 문제는 포도주 반잔이 아니라
    남편과의 관계와 육아에 지친 몸이 문제인거 같네요.
    남편이 님의 상황을 배려해주고 도와주어야
    님이 나아질 것 같아요.ㅠㅠ

  • 14. 아이구
    '11.8.10 10:12 AM (119.71.xxx.156)

    이런 상황에서 둘째를 낳으셨다니
    뭐 사정은 있었겠지만 둘째 까지 있어서 더 첫째에게 화를 내게 될수도 있네요 .
    일단 낳은 아이들은 그래도 끝까지 잘 키우시고
    꼭 피임 잘 하셔서 제발 셋째는 가지시지 않으셨음 합니다.
    애들이 불쌍하네요

  • 15. ....
    '11.8.10 10:52 AM (110.10.xxx.180)

    저도 윗분이랑 같은 생각... 남편 그런게 일이년 된것도 아닐텐데 왜 둘째를 가지셨어요? 피임 잘하셔서 셋째는 없도록 하세요....

  • 16. 이 또한 지나가리라
    '11.8.10 11:55 AM (125.187.xxx.164)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다 주부들은 육아하면서 힘들고 지칠때..시댁 남편일로 확 불질러져서 힘들게 고비를 넘기더라구요..님... 힘 내시고요... 이 또한 지나갑니다...애들 우리 기다려 주지 않고 훌쩍 커버려요...

  • 17. ddd
    '11.8.10 1:12 PM (122.32.xxx.85)

    http://www.jungto.org/tv/tv1_04.html?sm=v&p_no=32&b_no=28664&page=8
    법륜스님 말씀입니다. 마음 차분히 가라앉히고 들어보세요.
    어떻게해서든 해결책을 찾고 좋은 가정 이뤄 잘 살고 싶어하시는거 같은데 잘 되셨으면 하네요 .

  • 18. 애들이 불쌍
    '11.8.10 1:14 PM (119.161.xxx.116)

    이런 상황에서 둘째를 낳으셨다니
    뭐 사정은 있었겠지만 둘째 까지 있어서 더 첫째에게 화를 내게 될수도 있네요 .
    일단 낳은 아이들은 그래도 끝까지 잘 키우시고
    꼭 피임 잘 하셔서 제발 셋째는 가지시지 않으셨음 합니다.
    애들이 불쌍하네요 222222222222222222222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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