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저녁이네요.
제가 좀 못생겼어요.
목소리는 이쁘다하고 애교도 좀 있는 편이기는 해요.
수 년전 결혼해서 동네에 나갔는데 신랑보다 외모가 못하다는 등의 말씀들을 하셨어요.
내 며느린데 지들이 왜 입에 올려 씹느냐며 역정내셨어요.
그 날 이후로 이 며느리 편이되셔서 모든 걸 믿어주셨어요.
에미야 에미야 하시며 아랫 동서들에게도 니 성한테 잘 해야된다고 이르셨죠.
집안의 중심인 맏이가 그래도 제일 고달프고 애쓴다 하는 논리셨어요.
몸약한 저에게 산천에서 췌취한 익모초나 귀베방같은 거 고아서 겨울마다 주셨고요.
저 몸으로 어찌 아를 낳을지 모르겠다며 남편에게 에미 속 태우지 말라고 늘 편들어주셨죠.
제가 마침내 아기를 낳았을때 너무 안쓰러워하시며 눈물 글썽이는 모습 눈에 선해요.
친정 엄마는 대신 냉정한 스타일이죠.
잘 웃지도 않고 잘못한 일에 대하여 반드시 응징했어요.
아버지와의 불화때문에 엄마가 그리되었다는 생각 늘 했지만 너무 무서워요 엄만데.
학교갈때 등록금이나 자잘한 잡비를 타려면 대문간에서 울기 일쑤였고요.
아버지도 술에 폭력에 욕설에 생각하기 싫은 분이고요.
친정부모님한테 사랑받지 못한걸 시부모님께서 채워주셨다는 생각 자주했드랬어요.
신랑한테 다소 서운한 일이있어도 그래서 더 참고요.
이 세상에 우리 시부모님 같은분 안계셔요.
어느덧 두 분 다 이 세상 분이 아니시죠.
내일 저녁,그 다정하던 시어머님 제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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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 기일
며느리 조회수 : 474
작성일 : 2011-06-27 14:59:02
IP : 211.199.xxx.10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토닥토닥
'11.6.27 3:07 PM (118.44.xxx.76)참 마음이 예쁜 며느님이시네요...
많이 생각나시겠어요..
저도 어제 시어머님 찾아뵙고 맘이 내내 안 좋네요..
많이 연로하시고 어깨가 축쳐져 보여 맘이 아파요..
살아 계실 때 잘 해드리고 싶은데 그눔으 돈이 뭔지....2. 오랜만에
'11.6.27 3:17 PM (110.11.xxx.190)사람사는 거 같은 이야기 올라왔네요...제목만 보고...또 무슨 엽기적 사건이....하고 철렁했네요...안계신게 슬프지만 추억하면 행복하시네요....
3. .
'11.6.27 3:19 PM (222.251.xxx.59)마음이 정화되는 글이예요.
님글에 제 마음까지 따뜻해 집니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고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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