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동물보호관련 게시판은 아니지만 개를 키우시는 분들도 많고 그래도 다른 곳보다 뜻이 통하는 분들이 많은지라 답답한 마음을 여기에 풀어봅니다.
어제 동물농장 황구사건을 보신 분들이라면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끔찍한 충격으로 느껴진 분들이 대부분이겠죠.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한달여전 제게 있었던 일이 자꾸만 떠올라 갑갑한 마음이 점점 심해져만 가네요.
외관은 허름하지만 그동네에선 꽤 유명하다는 식당에 친구와 들렀던 그날.. 식당이 좁아서 바로 뒷자석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뒷사람들 얘기가 훤히 잘 들리더라구요.
남자 세명 여자 두명이 앉아서 한시간 가까이 개 얘기를 떠들기에 처음엔 저는 애견관련업종에 일하는 사람들이가보다 생각하면서 음식을 친구와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개와 관련된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남자 하나가 자기 동네 개잡는 얘기를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너무 기가 막혀서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하나도 정신이 없더군요.
정말 너무나 자랑스럽게 식당안에서 개를 도살하는 과정을 자세히 떠들어 대더라구요.
자기 아버지 장례식에는 동네잔치하려고 5마리를 한꺼번에 잡았다나.. 돼지보다 개가 잡기가 편해서 자기들은 개를 주로 잡는다면서..
생간을 먹는 방법도 자세히 묘사하더라구요.
너무나 기가 막힌건 자기 동생을 따르는 개와 자기를 제일 따르는 개를 잡을 때가 제일 곤란했다면서 지들끼리 서로 번갈아가며 잡은 일화까지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남자 두명과 여자 두명은 그 얘기를 유쾌히 듣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무도 그사람 목소리를 막거나 제지하지는 않더군요.
중간중간 추임새까지 넣어주며 대화를 끊기지 않게 노력하기도 하구요..
그사람은 자기가 하는 행동이 부끄럽거나 비도덕적이라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았겠죠.
누군가 그걸 옳지 못하다고 얘기해줬다면 그런 얘기를 그렇게까지 자랑스럽게 떠들지는 못했을테니까요..
부끄럽지만 저 어디가서 동물보호주의자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그런 저였지만 정말 정말 그 자리에서 제가 할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시뻘개진 얼굴로 계속 뒷자리를 노려보는 정도였습니다.
그치만 그사람은 제가 돌아볼때마다 목소리를 조금 낮추는 듯 해도 자기의 신나는 대화를 제어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나마 저 외의 그 식당 누구도 그사람들을 제지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기분좋게 들었을 사람이 없음은 분명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저처럼 분노하기보다 불쾌한 정도로만 인식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사람 마음이 다 제맘 같지 않더라구요.
결국 불쾌한 표정으로 노려보다 그냥 식당을 나와버리는것으로 그 상황을 마무리해버렸습니다.
개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런 대화자체가 불쾌했을 정도로 더럽고 기분나쁜 내용이었는데 하물며 동물보호한답시고 말로만 떠들고 다니는 저같은 사람도 그 상황에서 어떤 대처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제자신이 너무 못나보이고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속이 상합니다.
동물농장의 황구는 어쩌면 운이 좋은 아이였을거란 생각마저 들 정도로 지금도 우리나라 어느 산골에서 그런식으로 도살당하는 수많은 개들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너무나 아프네요.
경찰에 신고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도무지 그 사람이 어떤 범법행위를 한건지 저도 모르겠더라구요.
황구는 주인이 아닌 남의 손에서 학대를 당해서 처벌받을수 있겠지만 소유권이 주인이라면 그런식으로 도살을 해도 아직 우리나라 현실상 처벌은 쉽지 않겠죠?
그런 사람을 만나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처하셨을까요.. 그런 문화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기 행동을 당연시 여기는 사람에게 당신은 비도덕적이고 나쁜사람이라고 소리 지른다고 그사람이 갑작스레 이해하고 반성 했을까요.
이 나라의 동물보호법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것일까요..
비단 tv에서 만난 황구 한마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너무나 막막합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한달째 마음이 너무 심란합니다.
둥이 조회수 : 456
작성일 : 2011-06-13 13:41:52
IP : 175.118.xxx.8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정말
'11.6.13 9:00 PM (175.28.xxx.59)공감해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개 잡는 거에 죄의식 없는 야만적인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게 슬픕니다.
살만큼 사는 나라에서 아직도 못 먹어 죽어가는 나라처럼 세계적인 반려동물을 먹거리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고 동물보호법도 시늉에 불과하니
다른 나라들에서 손가락질 당해도 싸지요.
원글님이 젊으신가 봐요.
저는 나이가 있는지라
위 같은 상황 있으면 조용하게 얘기해 줍니다.
식사하는 데 혐오스런 대화는 자제해 주세요. 견디기 힘들군요.라구요.
다른 사람들의 정서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미친*들 토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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