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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요.. 뭐라도 힘을 얻고 싶어요..

지나가리라.. 조회수 : 761
작성일 : 2011-06-09 14:26:08

둘째 출산 한달째에요. 큰애는 27개월이고 어린이집에 아직 다니지 않아요.
큰애가 동생을 보고 대부분 그렇듯이 떼가 늘었고 울음도 늘었고 고집도 세졌고..
그게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큰애나 작은애나 객관적으로 보기엔 순한 편인 아이들이에요.
언제나처럼 제가.. 제 마음이 문제라는 것도 아는데.. 지금 제가 이럴 때라 그런건지 마음이 안잡혀요.
매일 눈물 바람이라 달래주던 남편도 한숨 쉬면서 차라리 친정에 가 있으면 어떻겠냐고 그래요.
집에 누구라도 있으면 덜 울지 않겠냐구요.. 그 지경이네요.


요즘 제 일상은요..

1. 밤새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둘째 모유 수유를 하고 쪽잠을 자요. 피곤하지만 이건 견딜만 해요.
    그런데 못 견디겠는건, 큰애가 밤중에는 대체로 깊이 잘 자는 편이지만 동이 터올 무렵이면 얕은 잠을 자는데
    둘째녀석이 꼭 새벽 5시경에 한번 먹고는 그 뒤로 정신이 드는지 잠을 안자고 낑낑대는 통에
    큰애가 아침마다 개운하지 못하게 작은애 소리에 어설피 잠이 깨서 같이 징징대기 시작하지요.
    작은애가 울면 큰애 깰까봐 조마조마, 큰애가 울면 작은애가 깰까봐 조마조마.. 그러다보니 저는 못자구요.
    큰애를 따로 재울까 생각도 했는데, 동생보고 아직 심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마당에 잠까지 따로 재우면
    더 마음 상하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둘 다 제가 데리고 자네요. 남편은 밤 늦게 들어오니 애들을 못 맡겨요.


2. 그렇게 아침이 밝아오면 작은애가 살짝 잠든 틈을 타서 큰애 아침을 먹여요.
    저도 옆에서 대충 미역국에 밥 말아 후루륵 먹는데, 원래 잘 먹던 큰애가 요즘 안먹어 싫어를 입에 달고 살아서
    한술이라도 잘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밥상머리에서 괜히 애랑 기싸움 하게 되네요.
    제가 먹는 것도 그래요. 출산 후에 주야장창 미역국에 순한 양념이 된 반찬들만 먹다보니
    이게 내가 먹으려고 먹는것인가, 그저 배만 채우려고 먹는 것인가.. 밥 먹는 시간이 돌아오면 우울해지지요.
    그래도 깜냥엔 모유수유 잘 해보겠다고 일단 잘 먹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더 입맛이 없네요.
    작은애한테 분유도 몇번 물려봤는데 이 녀석이 절대로 젖병을 안물어서 아직은 완모중이에요.
    마음같아선 어서 젖 끊고 시원한 맥주나 들이켰으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잘 안되지요.


3. 아침을 그렇게 보내면 남편이 일어나서 그나마 점심 때 까지는 두 아이를 번갈아가며 봐 줘요.
    물론 오전 내내 텔레비전 틀어놓고 그 앞에 큰애랑 남편이 앉아있고, 제가 화장실에 간다거나 하면
    그 때 둘째를 좀 봐주고.. 그런 패턴이지만 그나마 남편이라도 있으니 점심 준비라도 하고 시간을 보내지요.


4. 그러면 또 돌아오는 점심 때.. 대충 차려진 밥상에 앉아 또 미역국을 사발로 들이키고,
    역시 또 안먹어 싫어를 입에 달고 퉁퉁 불어있는 큰아이랑 씨름하면서 밥 한그릇 겨우 먹이고..
    점심 먹은 후에 작은애 젖 물리면서 큰애 낮잠 재우고.. 그나마 큰애가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 줘서 좀 살아요.
    남편은 점심 후에 바로 출근하고.. 이제부터 암담해지기 시작하지요.


5. 큰애가 자고 일어난 오후 시간, 둘째가 갓난이라 밖에도 못 나가고, 한창 호기심 많고 놀고 싶어하는
    두돌쟁이 큰애는 이것 저것 자기 장난감 어지르며 놀다가 결국엔 제 다리 붙잡고 매달려요.
    작은애 자는 동안에는 조금씩이나마 놀아주지만, 잠투정하거나 수유할 때는 정말 해 줄게 없어서
    결국엔 매달리는 큰애한테 화를 내고, 큰애는 울고.. 그게 계속 반복되요. 사실 이게 제일 힘들어요.


6. 아직은 산후조리 도우미 이모님이 계시니 저녁도 대충 챙겨먹기는 해요.
    역시 미역국 한사발, 고집피우는 큰애 달래서 밥 한그릇..
    하지만 이제 이모님도 퇴근하실 시간이 돌아오지요.


7. 네 그래요. 초저녁에서.. 아이들이 잠들기 전 까지는 정말 암흑의 시간.
    큰애 목욕도 시켜주고 기저귀도 제때 갈아주고 싶은데 작은애가 울고 보채면 다 못해요.
    큰애는 결국 놀아달라 매달리다 울다 지쳐 그냥 잠들고, 작은애도 잠투정 끝에 겨우 잠들고..


이런 패턴의 무한반복이랄까요.. 갓난이 작은애는 어떻게 돌봐보겠는데,
고집도 세지고 동생까지 봐서 떼도 늘어난 큰애 마음 다독이고 좋은 말로 달래고 보살피는게 너무 힘들지요.
작은애와 큰애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오후, 저녁 나절의 시간도 날이면 날마다 두려운 시간이구요.


오늘 아침엔.. 아니 새벽녘엔 얕은 잠을 자느라 언제 깰지 모를 아이들 사이에 조마조마하며 누워있는데
대책없이 눈물만 줄줄 흐르고, 그래도 먹어야 하니 국 한그릇 덜렁 올려진 식탁을 앞에두고도 내내 눈물이 나고.
제가 원해서 낳은 둘째이고, 벌써 큰애가 이렇게 컸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걸 보니
아마 둘째도 금세 자라 언제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겠지만.. 지금은 너무 힘들어요.


매일 저녁 아이들이 잠들면 겨우 좀 씻고 한숨 돌리며 오늘도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갔네 한숨이 나고,
아침이 돌아오면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보낼까 또 한숨이 나고.. 언제까지 이럴까요.
큰애도 이제 겨우 27개월인데, 동생을 보지 않았으면 여전히 어리고 어린 아기인데 큰애한테 너무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제가 화를 못 참아 애를 잡거나 혼낼 때면 또 그 자괴감에 괴롭고..
아직 축축 처진 살에, 칙칙한 얼굴을 보면 짜증만 무럭무럭 나고..


이런저런 감사한 일들 억지로 떠올리며 이만하면 좋은거다, 행복한거다,
뭐가 아쉽다고, 뭐가 힘들다고 징징대냐, 잘 견뎌봐라.. 저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워보지만
그래도 두려운 시간들, 자신 없는 시간들이 한참 제 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아 무척.. 겁이 나네요.


눈 감았다 떠 보면 한 일년쯤, 아니면 이년쯤 훌쩍 지나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 보지만,
결국 남은건 오늘 하루하루.. 마음이 너무 힘들고, 아이 둘을 잘 봐줄 자신이 없고..
큰애를 어린이집에 보냈으면 좀 나았을까 싶지만,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애가 좀 약하기도 하구요.
제게 남은 숙명이겠지만.. 누가 좀 와서 도와줬으면.. 잠시라도 모두를 떠나 오롯이 나 혼자였으면.. 싶어요.


누구나 이런걸까요. 누구나 이렇게 힘든 시기이겠지요..? 뭐라도 좋으니 힘이 좀 생겼으면 좋겠어요..
IP : 121.147.xxx.16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6.9 2:30 PM (221.139.xxx.248)

    그냥 그러면서 시간이 가고..
    또 원글님 말씀따나..누가 등 떠밀어 낳은 아이도 아니고 오로지 내 의지로 인해 세상에 나온 아이니 내가 돌봐야 한다라는 책임감으로 버티는거고..그런것 같아요...
    근데 글을 봤을때 저는 몸조리 해 주시는 도우미분이 안계신줄 알았어요....
    도우미분이 계신다고 일상이 솔직히 너무 고단해 보여서....
    큰아이가 솔직히 기관에라도 잠시 하루 몇시간만이라도 좀 보내고 오면 좀 확실히 수월하시긴 하실껀데..
    생각엔..그냥..아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원비 생각 하시곤 그냥 둘째 아이 백일 정도까지만 이라도 다른 사람 도움을 좀 받으세요...
    이때 없어 지는돈은 그냥 없어도 사는 돈이다 생각 하고 둘째 백일 때 까지는 도우미 도움을 좀 더 연장해서 받으시면 어떨까 싶네요..

  • 2.
    '11.6.9 3:14 PM (220.120.xxx.61)

    남편말씀처럼 친정에 가 계실수 있으면 그렇게 하세요..산후우울증 와요..
    시기적으로 힘든시기에 아이 둘 터울도 많지 않으시니 힘드시겠네요.
    그런데, 아이들 키워놓고 보니 아주 수월한 시기는 없는것 같아요.
    다만, 혼자 밥먹고, 용변후 뒤처리하고, 샤워하고...하니 그정도만 해도 한숨 덜지요.
    큰아이 좀 키워서 어린이집 얼른 보내시구요. 지금은 혼자 계시면 안될것 같아요.
    큰애한테 자꾸 상처주게 되요...그 터울의 아이들을 키운 엄마라면 누구나 그렇게
    보낼거예요. 세살터울이었지만, 저도 그만큼 힘들었답니다...남편이랑 주말부부맞벌이하면서요..
    저같은 사람 생각해서 행복하구나...하고 위안삼아보세요.

  • 3. 님만
    '11.6.9 9:21 PM (180.67.xxx.224)

    그게 님만 그런게 아니라는거 아시죠? ebs에서 마더 쇼크라고 3부작 했는데...
    딱 님과 같아요. 여자... 엄마는 너무 힘들고 힘들고 또 힘든거죠.
    토할만큼 힘들다고 해야 하나요? 어쩔 수 없는 숙명인가봐요.

    다 이해하구요. 얼만큼 힘든지는 아이 엄마로써 너무 잘 압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생각해보시고...
    먹는거라도 맛있는거 한번씩 사서 드세요.
    일년만 지나도 괜찮아 질꺼예요. 엄마들이 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요...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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