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4월 29일자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프레시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52
작성일 : 2011-04-29 07:54:41
_:*:_:*:_:*:_:*:_:*:_:*:_:*:_:*:_:*:_:*:_:*:_:*:_:*:_:*:_:*:_:*:_:*:_:*:_:*:_:*:_:*:_:*:_:*:_

내 유년은 전주천 공수레 다리 아래로 흘러갔다.
작은 아이들이 다람쥐처럼 넘나들던 녹음 속에 또아리를 튼 교육대학 붉은 벽돌건물과 담구멍, 세탁소 골목길 그 막다른 집, 2차선 좁은 도로 건너 전파사, 한집 건너 작은 슈퍼 그리고 과일가게 옆 오래된 기름가게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과 쉽게 사라지고 새로워지는 것들이
뒤섞인, 더러는 여전하고 더러는 낯설은 그 거리
흑백사진 같은 그 세월 영영 갔어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유년을 적시고 간 기억들

거기 개천이 있었다
관촌평야에서 발원한 만경강의 첫 번째 지류
남동에서 북서로 흐르며 평야를, 도시를 적시는 물줄기
소년을 소년이게 하고
하늘은 하늘, 나무는 나무, 꽃은 꽃, 붕어는 붕어, 물은
그냥 물로서 흐르던 내와 강의 중간 어딘가에서
허벅지까지 접어 올린 바지가 다 젖는 줄 모르고
검정 고무신, 하양 고무신 벗어 물길 위에 띄우고
송사리 붕어 쉬리 갈겨니 모래무지 버들치 참종개 참마자 피라미 돌고기
텀벙텀벙 쫓고 다슬기 따던
해맑은 사내아이가 있고 새침한 계집아이가 있고
그 옆을 아장아장 따르는 더 작은 아이와 다른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의 울림

오늘 거기에 눈을 감은 사내아이가 다시 서서
너무도 눈이 부셔 온 세상이 은빛으로 변해버릴 듯한 햇빛 아래
숨조차 쉴 수 없는 죽음의 길목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그 작은 물길 위에 다시 돛을 달아 고무신 배를 띄운다

조막만한 손들이 따온 꽃잎 갑판에 가득 싣고
구불구불한 내를 천천히 천천히 지나
큰 강으로, 다시 바다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생명을 실은 배의 진수
무수한 꽃잎들이 하늘 높이 날았다 꽃비되어 다시 내려앉는 천변

보아라
검고 하얀 고무신 배의 가장 높고 시야가 트인 이물에 서서
네가 잃어버린 것을
전주천 크고 작은 다리 아래로 흘려보낸 풍경들을
수백의 하양 고무신에 실어 보낸 꿈
수천의 검정 고무신에 돛을 달아 흘려보낸 것들이
이제 다시 돌아오고 있지 않느냐

어둠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맑은 물 위에 꿈틀거리던 유충이 반딧불이로 날아올라 여름밤을 밝히고 다시 박명 속에 물 비린내를 걷어 올리며 새가 날아 오르는 아침
내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와
내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를 불러
산란하는 빛의 가운데로 앞으로 또 사방으로 나아가
물길에 실어 보낸
유년의 희망, 그 작은 사랑을 다시 찾으리니

들리지 않느냐
실핏줄 같은 작은 도랑과 개울과 시내의 숨소리가
개천과 샛강의 전언이 이렇게 들리지 않느냐
―나의 바람은 거대한 물길이 아니다


           - 곽효환, ≪고무신 배를 띄우다≫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1년 4월 29일 경향그림마당
http://twitpic.com/4qit5y

2011년 4월 29일 경향장도리
http://twitpic.com/4qit9e

2011년 4월 29일 한겨레
http://twitpic.com/4qj346

2011년 4월 29일 한국일보
http://twitpic.com/4qitcq

2011년 4월 29일 서울신문
http://twitpic.com/4qitgc

2011년 4월 29일 프레시안
http://twitpic.com/4qitjx









국민들 가슴은 폭탄 맞은 지가 어언............

그깟 총알구멍에 눈물 흘리면 안되지.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노자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45150 49일 보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8 강민호씨 2011/04/29 844
645149 방현주 아나운서.. 6 김태수 2011/04/29 1,416
645148 로열패밀리에서 놓친 부분 1 . 2011/04/29 1,075
645147 4월 29일자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프레시안 만평 1 세우실 2011/04/29 152
645146 꿈해몽 좀 해주세요 ,,,, 피가 ,,,( 이런글 죄송해요 ,, ) 1 2011/04/29 290
645145 소풍가는날인데 비오네요........ 3 !ㅠㅠ 2011/04/29 375
645144 혹시 고등학교 논술 특강 샘 계시나요? 궁금 2011/04/29 246
645143 파마를 하려고 하는데 이름이 뭔지를 모르겠어요.나름 절실ㅜ.ㅜ 6 스타일 2011/04/29 955
645142 오늘은 위탄방송일...부탁합니다. 15 여러분 2011/04/29 1,511
645141 연근초무침 할려고하는데요..맛간장 마트에서 사도되나요? 4 궁금이 2011/04/29 604
645140 신용카드 한도 초과하는 금액은 1 이베이 2011/04/29 279
645139 굿모닝~ 3 쓸개코 2011/04/29 168
645138 가게에서 카드결재할때요..이름도 드러나나요? 4 궁금 2011/04/29 450
645137 국회 앞 안마시술소 덮쳤더니 …‘여의도’가 떨고 있다 9 2mb18n.. 2011/04/29 1,010
645136 김연아, 호모사피엔스의 전형! 17 유나퀸 2011/04/29 2,628
645135 하반신마취 때문에 걱정돼서 잠이안와요... 13 하반신 2011/04/29 2,823
645134 세상에 그게 서울시가 문제제기한 거네요. 7 기가막혀 2011/04/29 1,264
645133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일하셔보신분?? 3 와글와글 2011/04/29 638
645132 이베이에서 즉구 3 즉구 2011/04/29 333
645131 jk님만 보셈 1 . 2011/04/29 878
645130 12월생을 만들지 마세요..ㅠ.ㅠ 71 ... 2011/04/29 15,403
645129 매일우유는 억울한가? - 억울할 것 같아요. 10 마지막하늘 2011/04/29 2,362
645128 240 이 뭐이리 작은지~망했다 6 단화.. 2011/04/29 655
645127 로열 패밀리~결말 4 레베카 로미.. 2011/04/29 2,535
645126 내일 가츠나베 만들려고 하는데요 혼쯔유를 넣어도 되나요?? 1 * 2011/04/29 347
645125 지금 100분 토론에 나온 한나라당 안형환을 보니.. 3 100 2011/04/29 551
645124 지갑 좀 봐주실래요? 6 장지갑 2011/04/29 851
645123 페어 프리 3 궁금 2011/04/29 614
645122 일하고싶네요 3 학교급식실에.. 2011/04/29 429
645121 뉴저지에서의 홈스테이 1 soon 2011/04/29 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