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인 제 (딸)아이가 뜻하지 않게 반장이 되었어요.
혼자 정견발표 연습 열심히 하고 나가더니 덜컥 반장에 뽑힌거예요. 저는 반장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못할 것
같아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이왕에 됐으니 앞장 서지는 못해도 학년 대표가 말하면 따르면서 조용히
하겠다고 마음 먹었구요.
어제 아이가 소풍을 다녀왔어요. 소풍가기 전에 학년 대표 엄마가 각반 대표 엄마들에게 전화를 해서 부장
선생님께 소풍날 도시락 어떻게 할까에 대해 통화를 했는데 "싸려면 싸고, 안싸셔도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더군요. 학년 대표 생각도 그렇고 다른 엄마들(저도 포함) 생각도 이렇게 말씀하셨다면 도시락을 싸자고
의견이 모아졌구요.
맞출까도 했으나 요즘 수산물도 그렇고, 날씨가 더우면 상할 수도 있으니 각자 담임 선생님 도시락을
싸기로 했어요.
일찍 일어나 나름 정성을 기울여 도시락을 싸서 작은 종이가방에 넣어 아이 편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소풍에서 돌아와서 제게 한 말입니다.
가자마자 교실에서 선생님께 도시락을 드렸다 → 선생님께서 받으셨다 → 다른 아이 하나가 도시락을 드렸다
→ 이 도시락도 제 아이 도시락 가방에 넣으셨다 → 버스를 타러 운동장에 나갔다 → 선생님께서 제 아이에게
도시락 가방을 주셨다 → 버스를 타고 가서 목적지에 도착해서 제 아이는 도시락 가방을 들지 않고 버스에서 내려
줄을 섰다 → 선생님께서 "**야 도시락 가져와야지"라고 말씀하셔서 제 아이가 버스에 가서 도시락 가방을
가져왔다 → 점심 먹을 때까지 제 아이가 그 가방을 들고 다녔다. 비가 와서 한쪽 손으로는 우산 쓰고
한쪽 손에는 도시락 가방 드느라 비가 입에까지 들어왔다 → 점심 시간이 되어 아이가 선생님께 도시락을 드리자
선생님은 아이들꺼 뺏어 먹으면 된다며 안드심. 실제로 아이들 김밥 5-6개 드심 → 점심 먹고 버스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박물관을 관람한 후 학교로 돌아옴 → 아이가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집에 오려고 하자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도시락을 달라고 하셔서 집으로 가지고 감
제가 아이에게 이 말을 듣고 화가 많이 났습니다. 어떤 이유이든 점심으로 드시지 않은 것은 이해가 가지만,
아직 3학년밖에 안된 어린아이에게 그 도시락 가방을 점심시간까지 내내 들고 다니게 한 것 때문입니다.
그것도 비가 와서 우산까지 써야했는데, 그것도 다른 아이의 도시락까지 합쳐서 말입니다. 버스에서부터
그 도시락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기가 저도 좀 그랬는지 옆에 같이 놓고 앉아서 많이 불편했다고 합니다.
아이 말은 이렇습니다.
본인이 기분이 안좋은건 엄마가 일찍 일어나 정성껏 도시락을 쌌는데 선생님께서 드시지 않아 속이 상했을뿐
선생님이 자기가 미워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랍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아주 훌륭하시고, 정의로운 분이시라 아마 모르고 그러셨던지,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라네요. 자기 생각으로는 점심에는 속이 안좋으셔서 어차피 많이 못드실것 같으니 아예 풀지도 않으신거고,
소풍갔다 저녁에 집에 가시면 저녁하기 힘드실테니까 그 김밥을 (선생님) 아이들과 같이 드시려고 집에 갈때
달라고 하신것 같다네요. 그 선생님 아이들도 같은 학교 다니구요, 아이는 1,2학년에 극과극으로 좋은 선생님,
안좋은(?) 선생님을 겪어봐서 나름 선생님 보는 눈이 생겼나봐요.
3학년 선생님은 참 좋으신 분이라고 여러번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엄마는 선생님께서 점심에 드시든, 저녁에 드시든, 안드시든 별 상관없다. 단지 너같이 어린아이에게
버스에서부터 놀이 공원으로 몇 시간을 그 가방을 들게 하신 것 때문에 네가 안스러워 이러는 거라고 했더니 자신은 괜찮았다며 선생님은 자기를 예뻐하신다네요.
이 상황을 제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저는 아직도 제 아이가 본인 배낭에, 그 도시락 가방에, 우산을 들고 놀이공원을 걸어다닌 것을 생각하면
화가 풀리지가 않아요.
선생님은 손에 무엇을 들고 계셨나고 물어보니 추우면 입을 자켓이었다고 해서 더 화가 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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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소풍을 다녀왔어요
아이 담임선생님 조회수 : 517
작성일 : 2011-04-27 21:12:36
IP : 123.212.xxx.23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4.27 9:22 PM (183.98.xxx.151)미리 도시락을 싸드린다고 말 안하셨나요...다른 아이는 왜 선생님도시락을 또 싸온거래요? 선생님들 소풍가서 짐들고 다니지 않더라구요...그래서 저희 아이도 반장할때, 종이봉지말고, 그냥 락앤락 한통에 도시락 싸서, 아이 가방에 넣어주었더랬어요. 아이가 고생했었겠네요...
2. 아~
'11.4.27 9:39 PM (122.36.xxx.95)정말 화나는 글이에요 ㅠㅠ
비도 오는데...
저는 이래서 저학년때 애들 소풍 보내고 싶지 않아요.
1학년때도 그냥 아파서 못간다고 둘러대고 말았어요.
내가 알아서 지키고 가르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저도 이제 초등 저학년이지만요...
갈수록 학교에 실망만...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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