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조국(祖國)과 같은 것은 남자(할-아비)들이 만든 것이다. ‘법적인 것’은 워낙 여자에 대한 남자의 지배에서 생겨났다고 하듯이 말이다. <인형의 집>의 가부장 남편 헬머가 선포하듯이 남자들은 ‘명예’라는 것을 사랑 위에 둘 줄 아는 법을 비교적 일찍 배운 족속이다. (남자들이 왜 바람을 피우는지, 실없이 묻고들 하는데, 남자들은 생물학적 일회성의 적나라함에 내몰리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제도권력적으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선택적·특권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은 ‘자연’히 약자로서 퇴각한 자리에 남은 비(非)사회적 잔여, 즉 생물학적 자연성에 내몰리는데, 당연히 조국 같은 것에 쏟을 여력이 없(었)다.
지난날의 여성(주부)은 남편의 등 뒤에서 남편이 넘기는 신문지 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의 소식을 짐작한다고 했지만, 전통적으로 여성에게는 세상이든 조국이든 그것은 우선 어느 남자들을 매개로 접속되었고, 물론 그 매개의 최종심급은 사랑(그것이, 무엇이든!)이었다. 그러므로, 지난날의 여성이 조국이나 명예, 혹은 심지어 정치권력을 추구하더라도 대체로 광의의 사랑에 의해 이루어지거나 힙겹게 사랑을 억압·승화한 끝에 가능해지곤 했던 것이다
국가-체계와 명예의 차원에 전면적으로 복무하고 정치권력에 올인하는 사례는 비교적 근년의 것이다. 이것은 가령 외래의 식민권력에 저항했던 어린 유관순의 경우와도 별개며 나혜석이 당대의 남성권력과 투쟁했던 경우와도 다르다.
여자에게는 워낙 조국이 없다고 한다면, 그들의 경우에 국가나 이와 유사한 체계를 향한 욕망은 그 자체로 전이된 것일 수밖에 없다. 물론, 앞서 지적한 대로, 전통적으로 이 전이의 매개는 ‘사랑하는 남자’들이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국가와 같은 것들을 통해서 사랑(여자)에 좀더 편하고 유리하게 접속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면, 여자들은 사랑(남자)를 통해서야 비로소 ‘전이된 욕망의 대상’으로서 국가나 민족과 같은 거대한 대상과 접속하게 되는 셈이다
그녀는 이 조국애에 결코 깊이 동참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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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조국은 어디에
... 조회수 : 144
작성일 : 2011-04-18 09:49:17
IP : 152.149.xxx.11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난나
'11.4.18 10:04 AM (211.49.xxx.23)글 특이하고 공감가는 부분도 있는거 같아요..
2. 이런 글이
'11.4.18 1:00 PM (220.127.xxx.237)거의 반응을 얻지 못한다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무식하고, 자기 자신의 권리에 대해 무지한지 알 수 있는거죠.
여자에게, 프롤레타리아에게 조국은 헛거입니다. 자기를 착취하는 조국이 무슨 소용이어요?
조국이란 기득권층에게나 요긴한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기득권층도 조국을 버리는 나라죠, 결국 망할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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