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이사 와서 시골집을 고치고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제주에서 집 구한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집 고치는 이야기 찬찬히 올리고 싶은데, 아직도 일이 많이 남아 마음처럼 되질 않고 드문드문 하나씩 올려 자랑만 하고 갑니다.
제주에서 집이나 땅 구하는 방법... 에 대해서는 길게 썼다가 <확인> 누르는 순간 글이 다 날아가버리는 바람에 진이 빠져서 다시 쓰질 못하고 있고요.
저는 재봉틀을, 남편은 목공을 좋아했었던지라, 은퇴하고 여기 내려와 취미생활 하듯이 하나하나 만들고 있으니 참 즐겁습니다.
이 욕실문은 한참 전에 만든 것이고, 지금은 자작합판으로 아일랜드 테이블을 짜고 있어요. 보조 테이블이 아니고 렌지와 씽크볼이 들어간 메인 조리대입니다. 오늘 아일랜드 상판에 모자이크 타일 붙이는 날인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 아일랜드 테이블 완성되면 또 자랑하러 올 겁니다.^^
블로그에서 가져와 말끝이 짧습니다.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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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문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욕실에 저렇게 원단을 걸어놓고 사용했다.
누가 잠깐 들리기라도 하면 손님도 주인도 아무도 화장실에 못 가는 난감한 상황.
드디어 욕실문 제작 돌입.
한참 전에 사둔 유리를 꺼냈다.
우선 ㅍ자 모양의 유리틀을 만들어서 끼웠다.
왜 ㅁ자가 아니고 ㅍ자냐? 물으니
자기가 만드는 문은 남들이 만든 것과 어디가 달라도 달라야 한단다.
유리에 실리콘 바르는 것도 싫다며 나왕각재에 트리머로 홈을 파서 유리를 끼웠다.
남편에게는 쉬운 일도 어렵게 꼬아서 하는 특이한 재주가 있다.
유리틀과 전체 문틀을 결합한다.
유리틀은 3*4 나왕 각재로 만들고 문틀은 1*4 나왕쫄대로 만들었다.
문의 앞뒤로 삼나무를 덧댈 거라 문틀이 얇아야 전체 문 두께를 맞출 수 있다.
쫄대에 본드를 발라 붙여놓고 틀어지지 말라고 ㄱ자 평철로 고정해놓았다.
본드가 다 마르면 평철은 다시 떼낸다.
틀을 본드로만 결합한 셈인데, 앞 뒤로 삼나무를 덧대는 과정에서 다시 튼튼하게 고정이 될 것이니 괜찮다.
다락방 바닥에 깔 삼나무를 살 때 나무의 색과 마감 상태가 마음에 들어 60장이나 사왔었다.
공사를 하면서 이 나무를 여기저기에 많이 사용했다.
문에도 이 나무를 썼다.
판재를 적당한 길이로 재단한 후 목공본드로 틀에 붙이고 클램프로 꽉 조여 놓는다.
본드가 굳으면 클램프를 떼고 타카로 고정한다.
한장 한장 붙이고 조이고 말리고 박고 하려니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린다.
아무래도 남편은 빨리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작업을 천천히 복잡하게 하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문 완성.
ㅍ자인지 ㅁ자인지 별로 티도 안 나는구만.
그러나 그토록 꼼꼼하게 작업한 덕인지 문이 너무 너무 마음에 들게 나왔다.
처음에는 바니쉬를 바르려고 했던 것인데, 찬찬히 공들이는 남편의 방식에 어느새 오염이 되었나 보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천연 오일 발라 말리고, 또 바르고 말리고, 마지막으로 천연왁스 칠한 후 말리는 손 많이 가는 짓을 하고 있었다.
손잡이도 자석 스토퍼도 잘 골라 주문해 놓으면 척 달아 놓는다.
남편이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