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만남.
삐용이와 작별한지 5년이 좀 넘었습니다.
내생애 첫 고양이였고
마지막 고양이 일거라 생각 했습니다.
떠나보내고 3년동안은 너무 힘들었던 거 같아요
한동안 삐용이가 다녔던 곳곳에서
삐용이의 모습이 보여서 눈물 훔치던 날이 많았습니다.
다시는...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 생각했어요.
정말로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을거라 생각했고요
그래서 어쩌다 마주치는 길고양이를 봐도 인사는 할 지언정
더 깊은 인연을 맺을 생각도, 기회도 주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길거리에서 만났던 삐용이의 아깽이때와
비슷한 체구의 아깽이를 마주했을 때에도
데려오지 못했어요.
아니 데려오지 않았다.가 더 정확한 표현 일꺼에요
그 아깽이는 다른 좋은 분이 입양 하셨고요.
길거리에 길냥이들을 보면 왜그리 반가운지...
키우지도 않을거면서
포인핸드는 왜그리 들락거렸는지...
오년내내 그런 시간들 이었습니다.
붙잡지도 않고 놓지도 못하는 시간들요.
어쨌든 전 확고했거든요.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네... 그랬던 5년이었는데
작년여름 시골 친정집에서 삼순이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골 마을에도 길냥이들이 때가 되면 보였다가
때가 되면 사라졌다가
보였던 애는 안보였다가
안보였던 애가 보이기 시작하다가
뭐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노랑색과 흰색이 섞인 냥이가
시골마을 여기저기 왔다갔다 했는데
작년 여름 시골집에 가니 못보던 삼색냥이와
고등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가여워서 먹을걸 줬더니
이 삼색냥이가 다른곳에 가질 않고
마당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손길을 받아 들이지는 않는데 경계하지는 않는
먹을 걸 주니 자기를 해하지 않을 사람으로 보였는지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집 마당 혹은 창고 아래에서 자리를 잡더군요
그런다한들
내가 널 키울 생각이 없다.
내가 있는 동안에 먹을 건 좀 줄께.
내가 없어도 여기 집 할머니가 가끔 니가 보이면
먹을 거 주실거다.
여기 아니어도 다른집들 다니다보면 먹을 거
챙기는 사람 있을거니 잘 살아~. 했어요.
여름날이라
시골집 거실 문을 열어 놓고 방충망만 친 채로
방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뭔가...뭔가 싸~한 기분에 고개를 돌려보니
네...
얘가 이러고 있더라고요.
방 안을 저런 눈빛을 하고 쳐다보고 있었어요.
방안이 아늑해 보였을까요?
(제발..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ㅜ.ㅜ)
너무 너무 귀여워서 도저히 사진을 안찍을 수 없던 순간이었고요
사진을 찍고 나가보면
삼순이는 문 발디딤돌 위에 엎드려 있다가
그 옆에서 아예 자릴 잡고 거기서 잠을 자기도 했어요.
우리의 첫 만남의 날들 중에
강렬하게 남아있던 한 컷입니다.
그러나 저는 흔들리지 않았고
저 강렬한 한 컷만 사진에 남기고
나비야~ 잘 살아. 인사한 채
집으로 돌아 왔었어요.
삼순이와 첫 만남에 대해 글 남깁니다.
( 일하다 여유 시간에 틈틈히 올리는거라
한꺼번에 많은 사진이나 이야기 올리기 힘들어서
나눠서 소식 올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