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상류
청동빛 소와 담.
넓고 흰 암반 위를 부챗살처럼 펼쳐 흐르는 와폭이 연이어 나타나고.그래서 탕수동(湯水洞)이란 별칭이.
와폭이 연이어 흐르는 이곳을 '설악행각(1933)'에서 노산은 '칠음대(七音臺)'라 명명하네요.
/무수한 지상의 악성(樂聖)들의 궁(宮),상(商),각(角),징(徵),반징(半徵),우(羽),중한(中閑)의 칠음(七音)을 짧고 길게 받고 넘기는데 온갖 악조(樂調)의 본원(本源)이 알고보니 여기입니다.
천인(千人)의 우륵(于勒)과 만인(萬人)의 베토삔(베토벤)을 한데 뭉치고, 다시 천만인(千萬人)을 다시 모아서 숭고,청아(淸雅),명랑(明朗)한 대작(大作) 대곡(大曲)을 내어놓게 할지라도 이 칠음대의 신비한 자연의 묘악을 따를 수는 없을 겝니다./
이 세상 모든 음악의 근원이 이곳 칠음대요,한반도의 우륵,오스트리아 베토삔 그리고 수많은 음악인의 합 보다도 더 장중한 음이 탄생하는 곳이라는 얘기.
승폭(僧瀑)
수도하던 노승이 허무주의에 빠져 가을 달 밝은 밤에 몸을 던졌다는 얘기가 전해지고.노산 이은상은 '설악행각'(1933) 에서 이리~~~
/백여척이나 되는 거므스럼한 석벽(石壁)으로 떨어지는 수량 조차 무섭게도 많은 폭포인데,
석일(昔日)에 한 늙은 중이 가을날 달 밝은 밤에 세간의 번우(煩憂)를 울다 못하여 시비고락(是非苦樂)을 다 잊어버리려고 이 폭포에 떨어져 그 몸을 부수어 버렸다 합니다.그리하여 폭포 이름도 승폭(僧瀑).
슬픈 일입니다. 사람이 죽다 하니 슬픈 일이요, 노승(老僧)이 근심으로 죽다 하니 더 슬픈 일입니다.
아니 그보다는 중으로서 도(道)를 닦는 사람으로,
‘간수(看水)에 사학기청(思學基淸)하고, 간월(看月)에 사학기명(思學基明)하고, 좌석(坐石)에 사학기견(思學基堅)하라' 함은 다 잊어버리고 구태여 그 밝은 달밤에 사(死)로써 그 번뇌를 멸(滅)할줄만 알던 그 부족한 수도(修道)가 더 슬픈 일입니다.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 보다도 번뇌를 벗을수 없는 사람, 그것이 본시 더 슬픈 것이 아니오리까.철학을 모르는 나는 생사(生死) 희비(喜悲)를 더 의논할 것이 없거니와 다만 지금 이 승폭(僧瀑) 아래에 서서 깊고 널리 패인 담중(潭中)을 바라보매 물 속에서 근심에 쌓인 얼굴,그대로의 그 노승의 곡뒤(환영)가 보이는 듯하고 그 밤 그 광경이 부질없이 내 머리를 비추어 보고 지나갑니다./
"간수(看水)에 사학기청(思學基淸)하고, 간월(看月)에 사학기명(思學基明)하고, 좌석(坐石)에 사학기견(思學基堅)하라"
물을 보거든 그 맑음을 생각하고,달을 보거든 그 맑음을 생각하고,바위를 보거든 그 견실함을 생각하라....는 뜻.
복숭아 탕
인제군 북면 남교리 하산.장수대를 오전 10시 출발해 오후3시 도착.총 12키로 5시간.
이번 산행 3줄 정리.
“금강산은 수려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산은 웅장하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산은 수려하면서도 웅장하고 절세미인이 골짜기에 고이 숨어있는 산이다"
-육당 최남선(1890~1957) '설악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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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산 이은상과의 '설악행각',그리고 육당 최남선의 '설악기행'은 근현대 설악산 2대 기행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