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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리네 이야기

| 조회수 : 2,662 | 추천수 : 0
작성일 : 2022-07-27 00:03:24


메리는 이제 두 살이 되었습니다.

메리는 20년도 초겨울 풀숲에서 발견이 된 강아지였어요.
구조자에 의하면 일으켜도 서있지 못할 정도로 탈진 상태 였다고 했어요
설탕물을 간신히 조금 떠 먹여 유기견 보호소에 보냈다고요.

메리는 지금도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사진 속에서도 힘들고 지쳐 제일 좋아하는 낙엽 가운데 찾아 들어간 건 아닐까 싶어요.



메리는 요새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심플하게 히얼 앤 나우 하면서요. 




메리는 센터에서 말해준 것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주로 낯선 사람을 좋아합니다-.-;;;
강아지를 보면 이 새침한 아가씨가 단전 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짐승의 소리를 냅니다.
동네에서 껌 좀 씹는 견입니다.

메리는 마음을 쉽게 내놓지는 않아요.
가족이라도 상대가 무해한 상태라는 것을 확신한 때에만 다가옵니다.
인간이 공격성이 전혀 없다고 보이는 부분을 포착할 때죠.
주로, 침대에 널부러질 때, 정신 혼미해서 졸 때, 폰에 몰입해서 자신을 쳐다보지 않을 때.
메리는 다가와 등을 쓰윽 대거나
다리 사이로 들어와 또아리를 틉니다.

메리는 인간의 마음을 읽는 강아지입니다.
이제 산책을 나가볼...하고 생각했을 뿐인데 벌써 튀고 없습니다. 
메리는 산책은 좋아하지만 
산책을 위해 인간의 손에 잡히는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포승줄에 묶이는 걸 싫어하죠. 

그래도 힘들 땐, 메리 줄에 의지해서 동네 한 바퀴 돌고 멍 때리며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
말 없이 존재로 함께 해주는게 얼마나 큰 위로인지를 배웠습니다.


집에 제가 귀가하면 메리는 갑자기 댕댕 에렉투스가 되어 직립보행을 합니다.
두 발로 흔들흔들 하며 여기,여기, 여기 보아~~~나 여기여기~~있잖아~

동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아요.
현관 밖에서 소리가 나면 웡웡 짖고는 나보고 나가보라고 스윽 눈짓을 합니다.
눼눼,,,,,제가 나가서 현관에 누가 왔나 보는 시늉하고 돌아오면
그제야 덤덤하게 보고를 받고 좀 화를 누그러뜨리죠.
아니 누가 상사냐..



계란 껍질 톡 까는 소리,
사과 껍질 까려고 칼로 통 치는 소리,
도마에 다다다다 하거나 가위로 싹둑싹둑 하는 소리가 들리면
자기 준다고 생각해서 김칫국 드링킹 하고 
0.1초 만에 달려와 발 옆에 착석하고는
멜랑꼴리하게 촉촉한 눈알로 인간을 올려다봅니다.
모른 척 하면, 낮게 타이르듯  왈! 합니다. 여기 좀 봐! 하듯이.
그래도 모른 척 하면 발로 저를 톡톡 쳐요..'저..저기요?' 하는 거죠 .

그런 메리가 제 침대에서 함께 자다가 소변을 몇 번 갈겨서 
침대에 못오르게 하니 상실감에 안달이 나서 난립니다.
겨우 겨우 따로 재우는 훈련을 시켰는데
이제 아침 6시-7시쯤 와서 촉촉한 코로 제 발바닥을 스윽 스칩니다.
이제 일어나야지? 하면서요..
그리고는 제 손바닥에 자기 작은 머리통을 마구 비벼요.
게으름뱅이 인간아 이제 일어나서 개 머리 좀 비벼라~~

저희 집은 성인 인간 둘, 성장기 인간 둘, 그리고 댕댕이까지
모두 불안정 애착이 디폴트입니다.
아주 성한 것이 하나도 없어요. 
특히 메리는 혼란형 불안정 애착이에요. 
다가오면 밀어내고, 멀어지면 봐달라고 찾습니다.
모난 돌 정 맞는다고..
모난 돌들이 또 상대 모난 건 절대 허용 못해서
서로 돌이 됐다, 정이 됐다, 또 정이 됐다, 다시 돌이 됐다 하면서
서로 쳐내가며 찌그락 짜그락 찌개 끓듯 살아요.
제 속도 자글자글.....



이랬던 촉새 어린이......
엄마는 눈물을 훔치며 어린 촉새를 추억하며 이 강을 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이렇게 귀여웠던 건 그녀의 생존전략이었다는 걸...이제 알았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은 늘 아름답죠.


그래도 지치지 않는 이 아이의 발걸음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세상은 푸르고, 하늘은 여전히 높고, 
우리 마음엔 여전히 사랑의 불씨가 있다고 믿으며요. 

아 뻘소리 길게 쓰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럼 여러분 이만 안녕.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관대한고양이
    '22.7.27 1:42 AM

    메리왔능가~~♡♡♡♡♡
    세상 불쌍하게 축처진 귀로 만난 메리..
    지금도 분명 처진 귀임에 틀림없는데 너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귀가 되었네요^^
    근데 과장 아니고 촉새어린이 아무리봐도 메리랑 똑닮았는데요? 그쵸??
    본문에 모난 돌들이 또 상대 모난 건 절대 허용 못해서..
    이말 개인적으로 너무 와닿고 찔립니다ㅎㅎ
    각설하고!
    메리 자주 보여주세요~
    팍팍한 세상 힐링 좀 나눠주십쇼~

  • 2. hoshidsh
    '22.7.27 4:49 AM

    메리, 안녕?

    요즘 낮밤이 바뀌어서 이 시각에 깨어있었더니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을 접했네요.

    움직이는 피사체를 포착하기 쉽지 않은데
    사진을 정말 잘 찍으셨어요.
    오늘 이야기는 메리와 촉새 아가씨가 절반씩 주인공이군요.
    메리는 여전히 너무너무 예쁘고요,
    제 경험상 롱다리 촉새 아가씨는 다시 예쁜 짓 할 날이 금세 옵니다.

  • 3. 코알라^&^
    '22.7.27 5:13 AM

    아이고♡♡♡♡♡♡

  • 4. 아큐
    '22.7.27 2:00 PM

    관대한고양이님 빙고!
    촉새와 메리는 영혼의 샴쌍둥이 입니다.
    생긴 건 둘 다 이뽀롬 하게 생겼는데
    하는 짓 보면 영낙없이 짱구에요.
    엄마는 매일 콩나물 시루에 물 붇듯,
    언젠가는 조금씩 자라겠거니......하구 물주고는 검정봉다리로 덮어놓습니다.
    (사실은 궁금해서 몰래 맨날 열어봤다가 실망하고 돌아섬)

  • 5. 써니맘1
    '22.7.28 10:20 AM

    작년 이맘때 메리와 바닷가 간 여행기 지금도 생생하네요. 올해는 어디로 가시나요

  • 6. 아큐
    '22.7.28 12:40 PM

    이제 가족과 좁은 차에서 30분 이상 붙어가야 하는 거리는 가지 않기로 했어요.
    정신적 안녕을 위해서요-.-
    우리 가족 모두가 더 성숙해 지면 가족여행을 다시 재개하려고요.
    거기에다가, 큰 애가 마침! 고3이라서 이번 여행은 뛰어넘고
    동네에서 가끔 시원한 곳 가서 맛있는 것 먹는 수준이 딱!! 우리 가정 수준입니다^^

  • 7. 요리는밥이다
    '22.7.30 3:14 AM

    메리 앗뇽! 귀요미 옆에 또 귀요미네요! 메리야, 단짝 예쁜 언니와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렴!

  • 8. 강아지똥
    '22.8.1 1:05 AM

    표정이 정말 행복해보이네요^^

  • 9. 까만봄
    '22.8.22 10:10 AM

    오메~ 오랜만에 왔더니,
    이쁜이들 더 이쁘게 잘 살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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