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에 이어서)
지금 시간 오전 11시.
공룡능선(恐龍稜線) 남쪽 초입인 신선대 향해 출발.
일단 들어서면 탈출구는 없어요.
신선대~마등령 까지 5키로,5시간 예상.
다시 마등령서 소공원까지 6.5키로...7시쯤 하산 완료.
그렇다 한들....
22개 국립공원.
이중 아름다운 '경관 100 선' 중 1위가 바로 공룡능선.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한국인은 몇이나 될까요?
이는 접근성 때문.
남북 5키로 처음과 끝 신선대~마등령 고도가 1200미터가 넘다보니
초입에 이르는 대만도 4시간이 걸리고 마는.
가야동 계곡 초입
우측 능선이 공룡능선.
20여분 오르니 신선대(1215m)가 우측으로
신선대는 남쪽으로 뻗은 신선대 암릉군 중 최고 봉우리.
신선대 암릉군은 공룡능선 남쪽 시작점이자 천불동 계곡 상류이기도.
공룡능선 동쪽 사면(외설악) 골짜기들은 천불동계곡으로 합류해 동해로.
서쪽 사면(내설악)은 가야동 계곡으로 흘러 서해로.
신선대(1215m) 도착
가운데 능선 중 뭉퉁한 봉우리가 마등령
옛사람들이 넘나들던 내설악과 외설악의 고갯길.
가운데 우뚝 솟은 원뿔은 범봉(帆峰).
호랑이(虎)가 노닐던 곳이 아니라
공룡을 이끌고 운해를 항해하는 범선의 돗대라는 뜻.
범봉 일대 저 암릉군을 천화대라 합니다.
天花垈...하늘의 꽃밭.
동의하시나요?
아래로 칠형제봉
멀리 울산바위와 속초시가 보이고.
앞 7형제봉 능선과 뒤 화채봉 능선 사이가 천불동 계곡.
천불동 계곡은 50년대 말 비로서 개척된 루트.
그러니 옛사람들,천불동 지나 대청봉에 오른 이는 없었을 터.
정상 대청봉이 설악 등산의 알파라면 오메가는 공룡능선.
'공룡능선 타지 않고 설악의 아름다움을 얘기하지 말라!'
와보시면 압니다.
역시나 설악 산행의 로망은 공룡.
뒤돌아 보니 신선대가 보이고
공룡 등짝 같이 울퉁불퉁하나요?
노인봉 암릉군
앞 사잇길을 비집고
가운데 뾰죽한 첨봉(尖峰) 우측으로 등산로가.
이렇게요.
전망이 일품이라 힘든줄 모릅니다.
등산로 보이시죠?
가까이 다가서면 널널해요.
자꾸 뒤돌아 보게 되요
화채봉 능선의 우두머리인 화채봉(華採峰,1256m)이 우뚝.
설악산 일대를 설악산이라는 이름 하나로 묶기에는 너무 커요.
예전엔 귀때기청봉 일대를 한계산이라 불렀듯
옛사람들은 당연 각각 삶의 터전에서 적절한 이름을 붙였을 겁니다.
화채봉도 그냥 화채산이라 불러도 무방.
우측 중앙 첨봉이 신선대.
노인봉 암릉군을 막 지나니 기상이 급변하네요
1275봉
동쪽으로 운무가 급습!
순식간에 동쪽 사면서 운해가 밀려와요.
그러나 ...그러나
운해는 공룡능선을 넘지 못합니다.
서쪽서 불어오는 맞바람에 일진일퇴의 전선이 형성된 형국.
넘을수도 후퇴할수 없는.
동해서 형성된 수증기가 서쪽으로 이동하다
공룡능선 찬공기에 막히면서 구름이 되고 거대한 운해(雲海)를 만드는 것.
그리고 심한 기상 변화에 따른 변화무쌍한 운해는
공룡능선의 암봉들과 어우러져 천혜의 비경을 보여줍니다.
이점들이 바로 공룡능선을 기준으로 해
영동과 영서,그리고 외설악과 내설악으로 나뉜 이유이기도.
당연 공룡능선은 백두대간 길.
1275봉은 남북 5키로 공룡능선 중 정중앙에 위치한 상징적인 존재.
저 공룡의 정수리도 배낭 벗어놓고 조심조심 오를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간상 포기하게 되고.
저 두 첨봉 사이로 비집고 오릅니다.
동사면은 완전 운무가 점령.
알에서 깬 새끼 공룡들이 튀어나올듯 한.
감쪽같이 사라진 운해.
1975봉 뒤로 '큰새봉'이 야구 글러브 형상으로 버티고 있고.
1275봉 V 홈 숲길을 오릅니다.
다시 뒤쪽 큰새봉도 V 홈 사이를 타고 오르고.
워낙 경사가 심한 곳이라 낙석 대비 조심에 조심을 더해야.
두 암릉만 넘는데도 시간 반은 걸리고.
공룡능선서 넘어야할 암릉 봉우리만 다섯개.
철제 손잡이 암릉구간이 곳곳에.
급경사로 암릉에 쇠말뚝을 박아 쇠파이프로 연결했기에 뒷 배낭 무게에 특히 신경써야.
어설프게 스틱 사용하다 배낭 무게 중심이 뒤로 빠지면 대형사고.
뒤돌아 보니 1275봉 뒤로 대청봉이 보이고
1275봉 뒷면.
저 사이를 넘어왔고
거대한 장성들이 동쪽 운해를 방어하고
1275봉 뒤로 대청봉과 중청
절반 넘었고
1275봉에 바라본 큰새봉
천지개벽 이래 가장 큰 조류일 터.
다섯개 큰 암릉 봉우리 중 이제 두개 남았어요.
보이는 큰새봉과 그 뒤쪽 나한봉 이리 둘.
큰새봉은 큰 새가 날개짓 하는 형상이라 붙혀진 이름.
실제로 보면 딱 독수리의 날개짓.
왼쪽의 날개쭉지는 천사의 날개 같네요.
그러나 우측 날개쭉지는 운무에 가렸고.
가운데가 몸통으로 위쪽이 부리가 됩니다.
이제 왼쪽 날개와 몸통 사이를 타고 오름니다.
워낙 급경사라 낙석 위험이 가장 큰 곳.
정말이지 독수리가 수직으로 치솟는 모습
공룡능선에서 가장 힘든 게 이 1275봉~큰새봉을 오르고 내리는 것.
이즈음 이면 대부분 체력이 바닥 납니다.
혹자는 북한산(870) 정상인 백운대를 두번 오르내리는 체력이 필요하다나.
오색~대청봉 까지 거리인 5키로는 공룡능선과 같은 거리.
개인적으로는 공룡이 더 힘든.
이곳이야 말로 '피라미드를 오르내리는 노예'라는 표현을 생각나게 하는 곳.
우측 아래 50대 부부!
오늘 공룡능선 탈출 마지막 등산객이었을 겁니다.
새벽 오색을 출발했다는 데 체력 소진이 왔고 틈틈히 모로 걷더라는.
뒤쪽으로 대청과 중청
큰새봉을 벗어났고.
마지막 나한봉만 넘으면 공룡능선 북쪽 끝 마등령.
바다가 그러하듯
운해 속에서도 생명은 움틈니다
(고산지대 야생화 때깔이 좋은 이유이디도).
새끼 공룡들이 하나 둘 알을 깨며 나오고 있네요.
왼쪽이 마등령 정상
마등령 능선 아래로 등대 하나가 솟아 오르니 바로 세존봉
천화대 범봉이 에너지를 얻는 돛대라면,세존봉은 구원의 등대.
그리 크지도 않은 암릉을 세존이라는 지존으로 삼은 이유가 저거겠죠.
마지막 다섯번째 나한봉(1,298m)
구름 속으로 마등령 정상이 보이네요
다시 공룡 등짝을 탑니다.
이제 저기만 넘으면
나한봉 정상서 뒤돌아 보니
앞부터 큰새봉~1275봉~신선대
멀리 화채봉 그 앞으로 우뚝 솟은 범봉
뒤돌아 보니 큰새봉 위용이
앞 큰새봉 뒤로 1275봉
아~~
저길 밟고 왔구나
서쪽.
가운데 능선이 용아장성
뒤쪽으로 서북능선
서북능선 왼쪽 끝으로 중청에 이은 대청봉
서쪽(내설악)
오세암에서 계곡~능선을 번갈아 타고 1시간 30분 오르면 마등령에 이르게 됩니다.
오세암 왼쪽 작은 봉우리가 만경대.
오세암서 보면 하늘처럼 장대한데 이곳 공룡서 보자니 왜소하네요.
공룡능선 서사면,용아장성 동사면,가야동 계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내설악 대표적인 조망처
매월당 김시습과 만해 한용운이 기거했던 곳.
오세암~마등령 구간은 설악 대표적인 단풍처입니다.
다시 동쪽(외설악)
운해가 많이 퇴각했고
나한봉 일대서 바라본 동쪽 외설악.
소공원서 케이블카 타고 오르셨죠?
그곳에서 보셨던 서쪽 설악이 바로 이곳 공룡능선입니다.
마등령(馬等嶺 1320m)
말 등을 닮았다해서.
마등령 능선 8부 세존봉 허리춤을 돌아 하산.
서쪽을 다시 보니
서북능선 우두머리 귀때기청봉
저 세존봉을 등대삼아 하산하면 됩니다.
마등령 안부(鞍部) 도착.
鞍部?
말 안장 같다는.
오세암과 공룡능선 갈림길
인제,속초 사람들이 넘나들던 내설악과 외설악을 잇는 고갯길.
고성,속초 동해쪽 사람들이 오세암,봉정암,대청봉 오를 때도 넘던 길목.
오세암 전설에 등장하는 설정스님은 겨울 양식을 구하러
마등령을 넘어서 신흥사 거쳐 양양으로 갔다 함흥차사했죠.
이문구 ( 1941 ~ 2003) 가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1992년)'을 쓰기 위해 현장답사를 떠났답니다.
30년 전 김시습이 머물렀던 오세암 답사를 위해... 때는 초겨울.
신흥사를 출발해 겨우겨우 마등령까지 왔는데 설정스님 그때 처럼 갑자기 폭설이.
길을 잃고 수시간을 이곳 마등령 안부 삼거리서 해메다 결국 신흥사로 퇴각했다네요.
늘 그렇치만 공룡능선서 절대적 위험 요소는 폭설.
30년 전 등산로 상태란게 오죽했을라구요.
마등령 안부(동쪽)서 바라본 공룡능선~~
뒤쪽으로 대청,중청.
새벽 대청 뒤쪽 오색서 출밯 해 대청~중청~신선대~1275봉~나한봉 거쳐 지금 난 마등령 정상!
마등령서 비선대 까진 3.5키로,다시 소공원까진 3키로.
4시간은 족이 필요. 8시쯤 하산 완료할듯.
그럼 반대편 서쪽(내설악)에서 공룡을 보면?
아침 서쪽인 중청~소청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뷰!
그리고 방금 난,
신선대~1275봉~큰새봉~나한봉을 지나 마등령에 섰고.
멀리 화채봉
멀리 대청,중청
마등령 정상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우측 솟은 세존봉 아랫쪽을 지나 하산
아래는 마등령서 바라본 풍광들
왼쪽 암릉 사이길 통과.
저 구간은 철재 데크라 길은 편합니다.
그러나 사진은 여기서 아듀!
마등령 정상서 밧대리가 가버리네요.
세존봉 인근서 바라보는 공룡능선이 압권이라 아쉬움이 크고.
그럴수 밖에 없는게 동쪽사면 쪽 암릉들은 그 뿌리까지 길게 드리워 그 위용이 대단.
이유는?
동해 수증기가 공룡능선에 막혀 구름이 형성되고 비가 되고
동쪽 사면에 운해로 머물기를 수천만년.
그래서 동쪽 암릉 구간의 침식은 깊어질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득.
저 암릉들 나이도 중생대 쥐라기 공룡들과 시기를 같이 합니다.
(그러고 보니 공룡능선...진짜 이름 잘 지었다!)
지금 내 무릅을 탁 치게하는 육당 최남선(1890~1957)의 설악 정리!
"금강산은 너무나 현로(顯露)하여서 마치 노방(路傍)에서 술파는 색시같이
아무나 손을 잡게 된 한탄이 있음에 비하여 설악산은 절세의 미인이 그윽한 골속에 있으되
고은 양자는 물속의 고기를 놀래고 맑은 소리는 하늘의 구름을 멈추게 하는듯한 뜻이 있어서
참으로 산수풍경의 지극한 취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금강 보다도 설악에서
그 구하는 바를 비로소 만족케 할 것입니다."
최남선 '설악기행' 중에서
&&&&......
1. 마등령서 비선대 까진 3.5키로...다시 소공원 주차장 까지 3키로.
고속버스를 타면 되기에 크게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비선대 직전 금강굴 위쪽 이르니 어두워지고. 이젠 비선대 까진 1키로.
이 길이 정말이지 초주검 코스.
설악 모든 등산로 중 48% 최고 경사도.
산행 14시간 후 마지막 한시간을 최악 코스서 마무리해야하는.
가볍게 헛 것이 보이는 이 느낌.
아래쪽 천불동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데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는.
그러나 끝 없는 시작은 없는 법...
비선대 도착!!!
2. 이제 3키로 평지길
대낮 관광객으로 분비던 힐링 길도 칠흙 길로 변했고
호기롭게 오르지만 준비 없인 초주검으로 하산하는 곳.
이런 저런 상념에 걸음을 재촉하니 앞으로 젊은 여자 두분이 시야에.
그런데 폼이 영 이상...분명 공룡을 탔을 터...
발을 끌고 가네요.
3. 수요만 있다면 공급이야.
가로등은 물론 상가까지 잠이 들었지만 택 시는 있습니다...그것도 공손히 대기중.
이들에겐 어둠 속 설악 낙오자들이 반가운.
4. 택시 미터기엔 익숙한 사진이 코팅되어 있고.
나....저거,공룡능선이네요.
택시...네,속초 동료가 공룡서 찍었답니다.
나...와, 신기하네요.지금 저 사진과 똑 같은 상황을 보고 왔는데...
사진 속 공룡능선은 운해가 가득하고(그것도 동쪽만)
첨봉들만 운해 위로 빼꼼이 솟아 있는...내 뇌신경에 메모리 된 그 거.
5. 9시20분 고속버스를 예매하고
인근 청초수 물회가 간절하지만 시간상 불가능.
햄버거 가계로...먼저
연거푸 콜라 두잔 마시고~~~~
6. 비몽사몽 정신 없는데 휴게소라네요.홍천 휴게소.
하나는 아쉬워 늘 그랬듯 수박바,메론바 두개를 사왔고.
난 이 마지막 1시간이 행복.
그리고 듣고 싶은 무용한 것들!!
상처입은 자 지리산으로 가고,
그리움 사무친 자 설악으로 가라, 했 던가?
'봄날은 간다' 메인 테마..One Fine Spring Day
https://www.youtube.com/watch?v=2tP9m0-JNMA
조성진 비창 2악장
https://www.youtube.com/watch?v=xaHjlsGo1ck
**지금 부터 10여일...설악 가시려거든**
이제 정상은 의미없고 주변을 공략해야
1.흘림골~주전골~오색...초보 강추!
2.백담사~수렴동계곡~봉정암 왕복....일반인은 노!
3.장수대~대승령~12선녀탕...일반인 노!
4.소공원~비선대~천불동 코스 왕복...강추!
5.소공원 비룡폭포~토왕성 폭포...남녀노소 누구나 강추!
6.가장 손쉽게 공룡능선 타려면
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철불동~비선대 코스.
11시 동서울 터미날서 속초시외버스 터미날 행 고속버스.
택시 타고 소공원 이동...3시부터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