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 오는 날이 좋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름답고
처마를 타고 이어지는 낙수 소리가
마음속까지 적셔 준다 .
나는 비 오는 날이 좋다 .
투두둑 떨어지며 땅을 적시고
풀향기와 흙냄새는 눈을 감게한다
아스팔트에 방울방울 튀어 오르는 모양도
넋을 놓고 바라보게 한다 .
나는 비오는 날이 좋다
비 오는 날 우산이 움직이는 모습도 ,
우산 속의 사람들도 ,
간간이 우산속으로 날아드는
작은 방울들이
팔에 닿는 부드러움도 ,
내 마음을 편하게 한다
나는 비 오는 날이 좋다
대청에 배 깔고 엎드려
무심히 바라보는 장독대에는
튀어 오르는 보석들이
악보를 만들어 내고
천상의 하모니를 들려준다 .
나는 비 오는 날이 좋다 .
보이지 않던 것도
들리지 않았던 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오감으로 찾아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나는 비 오는 날이 좋다
어깨를 적시는 가랑비도 좋고
세차게 떨어지는 폭우도 좋다 .
부드럽게 스치는 안개비도
우산 속에 파고드는 비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혀도
내게는 모두가 즐겁다 .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이 좋다 .
도도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