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박서영
슬
픔은 성게 같은 것이다
성가셔서 쫓아내도 사라지지 않는다
무심코 내게 온 것이 아니다, 내가 찾아간 것도 아니다
그런데 성게가 헤엄쳐 왔다
온몸에 검은 가시를 뾰족뾰족 내밀고
누굴 찌르려고 왔는지
낯선 항구의 방파제까지 떠내려가
실종인지 실족인지 행방을 알 수 없는 심장
실종은 왜 죽음으로 처리되지 않나
영원히 기다리게 하나
연락 두절은 왜 우리를
노을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항구에 앉아 있게 하나
달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앉아 있게 하나
바다에 떨어진 빗방울이 뚜렷한 글씨를 쓸 때까지
물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하나
기다리는 사람은 왜 반성하는 자세로
사타구니에 두 손을 구겨 넣고는 고갤 숙이고 있나
꽃나무 한 그루도 수습되지 않는
이런 봄밤에
저, 저 떠내려가는 심장과 검은 성게가
서로를 껴안고 어쩔 줄 모르는 밤에
슬픔 뒤에는
세상의 모든 말을 붙여도 옳다
눈에 보이는 모든 단어가 다 슬픔 뒤에 온다
해마다 자랑질에 지치지도 않는 뒷뜰 매화는
올해도 또 이리 각설이 미모를 뽐내는데
봉감독 아카데미에 같이 출품되었던
세월호 다큐
그 가족들의 사진이
슬픔 뒤에 오는 모든 단어처럼
걸려 온다.
사진위는 시인의 시
사진과 아래는 쑥언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