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
정영
사랑했다 치자
죽을 만큼 울었다 치자
그러다 죽었다 치자
내가 널 죽였다 치자
그렇게 한 꺼풀 벗었다 치자
웃었다 치자
울었다 치자
개가 인간이 됐다 치자
씀바귀처럼 쓴 이름으로 태어난
엄마를 씀바귀 멀리에
묻었다 치자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부자였다 치자
나 세상 참 잘 살았다 치자
치자꽃 한 송이만 피어도
엄마는 소녀였다
마당 가득 엄마 향이 그득했다
그랬다 치자
따박따박 잘 따지고 드는 딸년에게 당하다가
한참을 억울해지면 엄마는 치자를 들고 나서곤 했다.
그랬다 치자
내가 그랬다 치자
니가 섭했다 치자
아무리 섭해도, 평생 짝사랑 한 나만 하겠나
이 대목이 나오면 샷따 마우쓰 강추
치자꽃은 엄니들의 비장의 옐로우카드
세월 따라
나도 엄마 되어 보니
모성애가 이리 허접했나 갸웃뚱
그나마 이게 사랑중에 이게 퀄리티가 쩐다는 거에..참말유?
그러다, 필구가 나오고, 엄마의 봄날을 먹고 자랐다는 고백이 나온다.
아녀, 아녀, 내가 우리 엄마 봄날을 먹은 건 맞는데,
우리 애들은 내 봄날을 먹은 적 없다고!
치자 엄마가 나섰다.
아녀, 아녀, 니가 내 봄날을 먹은 적은 없는디
니 새끼덜은 내 딸 봄날을 슈킹한 거 맞다고!
맞다 치자
먹은 것도 같고, 안 먹은 것도 같다 치자
우리들 사랑중에 이게 최고라고 치자
치자말고 민들레 한 송이에도
싸게 싸게 넘어가는 소녀가 우덜 엄마였다고 치자
아니 나였다고 치자
먹튀세상
향기뿜뿜
훨훨당신
안녕안녕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은 치자꽃 아니다(치자꽃이 꼭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버리기 강추)
* 아래는 시 리뷰와 드라마 리뷰의 두마리 새새끼를 잡으려는 쑥언니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