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 그녀를 양평역에서 배웅했다. 하루종일 '공감기록단' 아이들의 속마음을 듣는 날.
오래전 그녀는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일을 '심리적 참전'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상대방의 고통을 이해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그이가 겪는 고통 속에 들어가 함께 사투를 벌여야 하는 때도 있어서 '참전'이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잘 안다. 그런데 기차를 기다리는 그녀의 표정은 참전을 앞둔 병사의 표정이라기 보다 군대 간 남친을 첫 면회하러 가는 여친의 표정을 표절한 쪽에 가깝다. 그들의 속마음에 주파수를 맞추고 공명하다 보면 눈물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충분히 알아서 그럴 것이다. 다른 일을 처리하고 조금 늦게 그 자리에 합류할 내게 주는 무언의 가이드라인 같아서 말 잘듣는 남친처럼 순하게 받아 들였다.
별이 된 아이의 친구들이 털어놓은 지옥같은 속마음을 현장에서 함께 들었던 또래 '공감기록단'들이 그걸 들은 자기들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자리다. 세월호 세대의 고통과 분노를 어떻게 기록해서 사람들에게 공감시킬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다. 눈물과 고통과 한숨과 분노가 오가는 시간일 것이다. 동시에 위로와 응원과 공감이 넘쳐나는 시간일 것이다. 상처입은 이들이 서로에게 뒷배 역할을 해주며 함께 어깨를 겯고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는 일, 그게 어쩌면 심리적 참전의 마지막 단계일지도 모른다. 용기있고 사려 깊은 아이들이다. 심리적 참전에 나선 '공감기록단'을 응원해 주시라. 그런 뒷배의 역할 또한 심리적 참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