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전시회 방명록을 들춰보다가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별이 된 언니의 동생이 다녀간 모양입니다.
"내가 동생이었는데 언니가 되어 버렸어요"
무슨 말을 더 보탤 방법이 없다 생각했는데 동생이 쓴 마지막 문구에 또 눈물만 보탰습니다. '언니 보고 싶다'
그랬겠구나. 얼마
나 언니가 보고 싶을까. 얼마나 안고 싶을까.
방명록과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지는 전시회 소감은 그 자체로 세월호 치유록이고 기억 투쟁의 일지입니다. 詩가 있고 다큐가 있고 외침이 있고 눈물이 있습니다. '그리움을 만지다'란 제목으로 후기 책을 만들고 싶을 정도입니다.
전시장에 온 공감자들이 이어 뜨는 목도리가 자꾸 길어지고 있습니다. 봄꽃 같은 생명들이 그 목도리를 만지고 있습니다. 내일 부터는 전시장 한 벽면을 방명록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걸 보는 자체가 치유입니다. 와서, 보고 만지고 함께 눈물 흘리고 기록해 주시길요. 그렇게 이 시간을 통과합니다. 오늘은 세월호력으로 1036일째의 4월 16일입니다. 오늘도 전시는 저녁 8시까지 계속 됩니다.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전시 ‘그리움을 만지다’>
일시 : 2017. 2.11(토)~2.19(일), 9일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장소 : 시민청 갤러리 (서울시청 지하 1층)
전시기간 중 엄마들과의 이야기 시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2.11(토) 2.12(일) 2.17(금) 2.18(토) 2.19(일) 오후 3시
문의 : 치유공간 이웃 (031-403-0416)
[펌2]
최돈선
님이
새로운 사진 15장
을 추가했습니다.
정지된 시간의 만다라
물속 유영은 고독하고 고요했습니다.
어머니의 자궁은 궁륭이요 우주임을 느꼈습니다. 생각없음에
한없는 떨림의 포옹이 있었습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만들어지는 생명의 통로가 길게 이어졌습니다.
거기, 만다라의 고요가 있었습니다.
청, 홍, 녹, 주황, 노랑 색실의 파문들이 일었습니다. 꿈일지도 모릅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꿈들이 속삭였습니다. 그렇게 조곤조곤 속삭임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실뭉치는 따뜻이 풀려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굳은 벽이 사라지고 열림의 만다라꽃이 피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이 와 자그만 우주를 조요히 만들었습니다. 무늬는 꽃잎처럼 번져 너울졌습니다.
매듭은 눈빛 하나만으로 풀릴 것 같았습니다. 실타래는 아이들에 닿아 있었습니다.
그리움은 그런 것입니다.
그저 귀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그저 메아리처럼 간절히 부르고 불러 다시금 돌아오는 것입니다.
저는 조용히 발소리를 죽여 기도하는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문간의 방명록에다 이렇게 적었습니다.
정지된 시간의 만다라....
청년이 굳이 잡수라며 건네는 쑥떡과 바람떡을 저는 부끄럽게 황송히 받아들었습니다. 느낌에, 아이들이 곁에 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