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어떻게 만지나>
솜씨는 많지 않고 그리움은 절절한 엄마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뜨개질을 하다가도 혼잣말처럼,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처럼 ‘보고 싶어 미치겠어요. 만지고 싶어 미치겠어요’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뜨개질 솜씨는 별로 없었습니다. (전문용어로) 직진만 했습니다. 다른 엄마들이 조끼를 만들고 스웨터를 뜨고 가디건을 짜는데 그녀는 줄창 직진만으로 가능한 목워머나 컵받침만 떴습니다. 어느날 보니 목워머만 200여 개 였습니다. 왜 이렇게 많으냐 물었더니 예의 그 흥건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보고 싶어 미치겠어요. 만지고 싶어 미치겠어요. 거기다 대고 뭐라 말하나요. 미련한 질문을 했다가 찔린 것처럼 가만히 있었습니다. 목워머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했습니다.
뜨개질을 하면서 아이의 마지막 순간을 잊고, 뜨개질을 하면서 아이를 기억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는 엄마들의 마음을 뻔히 알면서 얼마나 어리석은 질문이었는지요. 아무 설명없이 목워머 200개만 이어 붙여 놓아도 아이를 향한 그리움이 얼마나 화상(火傷) 같은지 피부로 알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보면, 잊지 못하겠구나. 함께 마음 포갤 수 있겠구나. 누구처럼 미련한 질문 안 하겠구나. 그래서 뜨개 전시가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1년 반 전의 일입니다.
지금 ‘치유공간 이웃’에선 무려 2,500개의 컵받침을 이어 붙이는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컵받침 하나 하나에는 그걸 뜬 엄마와 아이의 이름이 쌍둥이처럼 박혀 있습니다. 엄마들이 이웃치유자들과 함께 그 살점 같은 그리움들을 이어 붙이고 있습니다. 별 지붕처럼 천장에 띄울 계획이랍니다. 바닥에는 지름 4미터의 뜨개 러그가 깔리구요. 그렇게 엄마들의 그리움을 만지고 보는 전시입니다. 그 그리움들을 꼭 현장에서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전시 ‘그리움을 만지다’>
일시 : 2017. 2.11(토)~2.19(일), 9일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장소 : 시민청 갤러리 (서울시청 지하 1층)
전시기간 중 엄마들과의 이야기 시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2.11(토) 2.12(일) 2.18(토) 2.19(일) 오후 3시
문의 : 치유공간 이웃 (031-40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