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세월
미끄러운 물이끼
물미끄럼 치는 초록 세월,
칼도 빛도 꺽이어 들어간다
찌를 수 없는 물밑 세상,
흐르면서 흐르지 않는구나......
죽지 않고는 그 무엇도
배때기 뒤집어 떠오를 수 없는 나라
입을
뻐끔거려보아도
물방울만 뽀글뽀글 올라간다
수면에
닿기도 전에
터져 버리고 마는
물거품들만
잠들어라 잠들어라 잠......들어,
귓부리를 핥는
최음의 비단 혓바닥에
일신을 맡기고
익사와 수몰의 젖은 꿈에 잠기어
고요히 난들거린다
미끄러운
초록 세월
- 김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