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나 오카 저제나 오카’
먼 올레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혹시나 여기며
버선발로 뛰쳐나가던 세월이
쉰 해를 훌쩍 넘겼는데
‘아방 오민 곹이 먹어사주’
밥을 먹어도 몫을 따로 챙겨두고
수제빌 끓여도 국물만 들이키며
보낸 세월이 백발로 늙어갑니다
바람은 천 년을 불어도 늙지 않고
구름은 만 년을 흘러도 흩어졌다 모이는데
식구들 둘러앉아 먹던 밥숟가락 채 놓기도 전에
끌려간 부모형제들은 호적도 지우지 못했습니다
보도 듣도 못한 형무소에서
들이쳐 분 바당에서
한라산 어느 골짜기에서
총 맞고 매 맞아 흙구덩이에 처박히고
복 먹어 고기밥이 되고
얼고 배고파 까마귀밥이 되어
간 날 간 시 몰라
난 날 난 시로
제상 받아 앉은 칭원한 영혼
이제랑 오십서
발걸음 쿵쿵 헛기침도 서너 번 외울르고
부는 바람, 흐르는 구름 잡아타고
여기 안자리로 앉으십서
정성의 제단에 해원의 향불 피우오니
상생의 촛농으로 흘러 내리십서
- 강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