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중에
목욕탕에 모셔 가 등 한번 밀어드려야지
가까운 보쌈집에 가서
당신이 좋아하는 술 한잔 드려야지,
나중에
직접 쌈도 싸 드려야지
나중에
걸음걸이 나아지면 구두 한 컬레 사 드려야지
오래된 잡지책 보면서
해 뜨는 일출봉 물 지는 천지연 그리시는 아버지
나중에
어머니랑 함께 도일주 시켜 드려야지
그때는 할머니 산소에도 들려야지
돌아오는 생신날 그림물감도 선물해야지
부러진 대걸레 자루로 지팡이 쓰시는 아버지
멋진 놈으로 하나 사 드려야지, 나중에 ...
아버지도 나중에 가실 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그리 많았는데
대걸레 지팡이에 불편한 몸 의지한 채
아버지는 그냥 먼저 가셨다
할머니 산소도 가보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