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을 위한 소곡
길게 하늘로 손을 뻗은 나무가
땅을 보며 웃는다
흔적의 돌들이 여기저기서
하느적하느적
무덤처럼 꿈이 고여
사라진 시간을 읽어 주면
정지된 발길 어디 둘지 몰라
맴맴 주위를 돌다가
하얗고 노란 민들레
냉이꽃 제비꽃
헌화처럼 수놓은 자리
그만 온몸이 부동자세다
뉘라서 세월을 잡아놓을 수가 있을까
다만 지켜주지 못한 시간들이
그렇게 아픈 상처로 남아
깊이 박힌 못처럼
사는 일이 모두 사라지는 일이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일
그래서 헛되고도 헛되다
의미 없는 웃음이 허공을 돌아
하늘 길 열어
천천히 따라오라며
줄 하나 그어 놓고 사라졌다
- 최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