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길 평화의 길 사람의 길
길을 간다
이 길은 생명의 길이다
뭇 살아있는 것들의 근원인 물의 길이다
가장 낮은 자세에서 기인하면서도
가장 깊은 생명을 간직한 삶의 길이다
이 길은 평화의 길이다
다 타버린 고목에서 움트는 봄의 길이다
가장 아픈 기억을 간직하면서도
가장 높은 이상을 펼치는 내일의 길이다
이 길은 사람의 길이다
늘 부대끼며 어우러지는 꿈의 길이다
가장 좁은 일상의 평등이면서도
가장 넓은 우주로 전하는 희망의 길이다
생명의 길은 그대로 평화의 길이다
평화의 길은 그대로 사람의 길이다
사람의 길은 그대로 평화의 길이다
모두 한 길이다
몸으로 수놓는 마음의 힘, 바로 그 길이다
더듬고 보듬어 걸어가는 이 길 위에
생명과 평화와 사람이 다시 살아나서
우리를 향해 웃으며 팔 벌려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길을 간다
- 김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