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그릇
광으로 내쳐진 할머니를 챙겨 왔다
거푸집에 넣어 두드리고 달군, 아흔 생을 훌쩍 넘기고도
깨지거나 부러진 적 없는 할머니의 가계家戒도
매듭 많은 세상의 틈새에서 푸르스름 녹이 쓴 패각이 되었다
식초물에 담갔다 팍팍 문질러 닦기를 수 차례
은은하게 광택을 내는 방짜,
첨단의 문명에게 내동댕이쳐진 푸른 녹 빗장을 열어
수심 깊은 인화人和의 거푸집 한 채를 들이고 피정에 든다
묵주를 굴리듯
나를 두드리고 달구어 볼 작정이다
깊고 은은한 고색을 어루만지며
- 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