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연못의 통발/수생식물입니다>
아침부터 짙은 회색빛으로 내려 앉았던 하늘에서
이제 추적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내 사는 서귀포 울동네에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가까운 해변가만 나가도 아직 볼라벤의 피해가
가시지 않았던데....또 태풍소식이 있어 안타깝기만 하네요~
모쪼록 별 피해없이 조용히 지나가 주길 두손모읍니다.
.
.
.
.
빗소리 듣는 동안 / 안도현
1970년대 편물점 단칸방에
누나들이 무릎 맞대고
밤새 가랑가랑 연애 얘기하는 것처럼
비가 오시네
나 혼자 잠든 척하면서 그 누나들의
치맛자락이 방바닥을 쓰는 소리까지
다 듣던 귀로, 나는
빗소리를 듣네
빗소리는
마당이 빗방울을 깨물어 먹는
소리
맛있게, 맛있게 양푼 밥을 누나들은 같이 비볐네
그때 분주히 숟가락이 그릇을 긁던 소리
빗소리
삶은 때로 머리채를 휘어잡히기도 하였으나
술상 두드리며 노래 부르는 시간보다
목 빼고 빗줄기처럼 우는 날이 많았으나
빗소리 듣는 동안
연못물은 젖이 불어
이 세상 들녘을 다 먹이고도 남았다네
미루나무 같은 내 장딴지에도 그냥, 살이 올랐다네
<울집 앞마당에 피었던 더덕꽃입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