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밤송이가 알차게 열렸습니다.
겨우내 눈밭을 헤치고 전지작업을 하고
지난 2년간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예초기를 사용한데다가
+ 결정적으로 날씨가 도와주었기 때문에......
올해도 어김없이 제초작업을 해야 합니다.
어린아이 무게의 아주 따뜻한 예초기를 등에 짊어 졌으니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쏟아질 판에
경사심한 게드락판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하는 작업은
온몸의 진을 다 빼게 만드는 일입니다.
어떤날은 장화속에서 하도 물이 찔꺽거려 종이컵에 따라보니
장화 한쪽에서 종이컵 한컵씩 땀이 나오더라는......
그리고 부상의 위험이 상존하기도 합니다.
강하게 돌아가는 예초기날에 나무나 돌이 튕겨서 몸에 맞기도하고
작년에는 예초기날이 부러지면서 발등을 때리는 바람에
지금도 무리를 하면 통증이 오곤 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숨은 복병...... 말벌집......
뱀이야 뭐 지가 먼저 도망가니 신경쓸것도 없고......
예초기로 제초작업할때 사용하는 안전장비들입니다.
장화를 신고 그 위에 정강이보호대를 차고
땀이 눈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헤어밴드를 하고
모자를 쓰고 그 위에 안면보호대를 하고......
그리고 나서 푸주간표 앞치마를 두릅니다.
저걸 두르지 않으면 밤가시가 온몸에 튀어 고슴도치가 되거든요.
저것만 아니어도 한결 덜 더운데......ㅠㅠ
사실 밤농사를 하는 분들과 비교하면 정말 좁은 평수입니다.
7천평이 채 않되는 면적이니......
하지만 뭐든지 혼자해야하는 터라 이것도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전에 3만평짜리를 샀으면 지금쯤 제삿밥 받아먹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굳이 제초작업을 해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땅을 되살려야 한다는 점.
이전 주인분이 제초제를 너무 많이 사용한 덕분에
일명 나물골-나물이 많은 골짜기-로 불리던 산에 첨에는 나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었던 제초제사용은 밤나무마저 죽게 만들더군요.
산을 구입하고 이제 3년차인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첨에는 안보이던 두릅나무, 땅두릅들이 피어오르고
취나물이며 각종 나물들의 개체수도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밤을 조금 덜 수확하고 몸이 조금 더 힘든 대신에 얻을 수 있는
돈주고도 얻을 수 없는 행복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초작업을 힘들게 하는 이면에는 좋은점도 있습니다.
베어진 풀들이 썩으면서 퇴비역할을 하니
남들이 봄마다 주는 유기질비료를 주지 않아도 되고
풀들이 살아있으면 녀석들이 토양을 잡아주어 토양의 유실을 막아줍니다.
토양이 엄청나게 긴 세월을 통해 형성된 것을 이해한다면
이것이 얼마나 큰 가치인지 ......
이제 8월말경까지 제초작업을 마치고나면
9월초순부터 10월중순까지는 밤수확을 해야하는 시기입니다.
그때는 온산에 밤이 지천으로 쏟아져 정신을 쏙 빼놓곤 합니다.
너무 예쁘게 자란 밤송이들이
올해는 얼마나 예쁜 밤들을 징그럽게 쏟아낼 것인지 내심 기대가 됩니다.
요녀석들을 보면 더욱 기분이 좋은것이
이 부근의 밤들중에서는 우리밤이 가장 잘 생겼다는...... ^ ^
하루에 진행되는 제초작업은 대략 5-6시간정도.
간간히 천일염을 털어 넣으며 버티지만 그 이상은 탈진의 위험이 있으니......
그렇게 개들혓바닥길이만큼 혀를 빼물쯤에 제초작업을 끝내고나면
흐르는 개울물에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맥주도 한잔 들이키며
정말이지 꿀맛같은 1-2시간의 휴식을 갖습니다.
말 그대로 힘든 노동의 댓가로 얻어지는 달콤함이랄까~
그래도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부담감.......
언제 이걸 다 끝낸다냐~